• 묻지마 통합은 '진보대분열'
        2010년 01월 13일 0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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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진보정당에 속해있거나 지지하시는 분들은 다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국민참여당 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로는 한나라당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나 실제로 집권했을 때에는 한나라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요.

    한미FTA 추진, 비정규직법 통과, 그리고 각종 기념일 날 범죄를 저질렀던 재벌들을 사면시키는 행동 등등에서 봤듯, 그 분들도 한나라당과 똑같은 일들을 무수히 했었지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는 심상정 전 의원의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요.

    반성없는 참여정부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쪽 분들을 좋아할 수 없는 건 바로 그분들이 반성할 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과거 참여정부는 한 나라를 운영하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과반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그들이 말하는 ‘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동산 값은 폭등했으며,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국민들의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정부를 정부답게 운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만일 제대로 된 정치인들이라면 이러한 과오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지요.

    그러나 그분들은 이상하게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왜 참여정부가 성공하지 못했냐고 질문을 하면, 그분들은 거의 항상 ‘대통령이 시대에 너무 앞서가서’ 혹은 ‘조중동이 너무 대통령을 욕해서’라고 대답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들은 잘못한 것 하나도 없으며, 단지 우리들의 정치 수준이 좀 더 나아갔고, 언론이 도와주지 않았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지요.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보기는커녕, 남 탓하기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들이 과연 정치를 제대로 하실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 듭니다. 반성이라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것인데, 본인의 과거에는 잘못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이분들이 반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할 일이 없지요.

    아마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신화에 열광하는 몇몇 분들에게는 좋은 팬클럽이 될 수는 있겠지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이 당에 국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줄지는 의문이며, 설령 기적적으로 집권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정권을 빼앗기고 말 것입니다. 이른바 ‘반MB 연합’도 과거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는 이들의 태도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당연하고요.

    성찰없는 민주노동당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국민참여당 분들만 반성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선을 가까이 돌려, 제가 속해 있는 진보신당과 지향점이 더 가까운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면, 역시 과거를 살펴보지 않는 것 같더군요. 특히 진보대통합에 대해 말할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 민주노동당 6차 중앙위원회(사진=권종술 기자 / 진보정치)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민주노동당에서 진보대통합을 제안했더군요. 올해 지방선거까지는 어렵더라도, 2012년 총선 전까지는 최소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 제안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대통합 제안의 진의를 따지는 것은 논외로 치고, 그것의 내용만 따진다면, 진보정치의 힘이 크지 못한 지금, 진보정치가 분열되어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분들의 의견이신 것 같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은 지금, 진보신당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선거 준비에 하는 데에 우리당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힘을 조금 덜 들이고, 덜 고생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민주노동당 분들과 진보정치를 같이 한다면 아마 이러한 고민을 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런 반성 없이 무작정 통합을 제안하는 것이 정말 진보정치를 위한 길인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2008년의 분당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분당을 하기 전까지 민주노동당 속에서는 수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당원들에 대한 제명부터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 차, 선거 포스터에 어떤 문구를 넣을 것이냐에 논란 등의 많은 일들이 당 안에서의 갈등을 일으켰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이른바 자주파 분들이 당 내 선거에서 행하였던 각종 부정행위들은 이러한 갈등을 더욱 더 심화시켰지요.

    반성과 사과없이는 진보대분열

    투표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인터넷 투표를 대리해서 하며, 가만히 있어야 할 투표함을 들고 다니며 투표를 받았던 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일, 한 주소에 50여명이 집단으로 이주하여 투표만 하고 떠난 일 등등 이것이 정말 ‘민주’노동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의심될만한 반‘민주’적 행위들이 많이 일어났었습니다. 그것도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이른바 자주파 분들을 중심으로요.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에서 정말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이루시고 싶으시다면, 이러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할 것입니다. 진보신당 쪽에서도 할 것이 있다면 해야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래야 과거 갈등으로 무너진 양당 사람들 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합당 후에도 다시 갈라지는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대통합을 먼저 제한안 민주노동당 측에서는 과거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사과도 없습니다. 그저 합치자는 말만 있을 뿐이지요. 만일 이 상태에서 아무런 반성과 사과 없이 합치기만 한다면, 당 내의 큰 반발이 있을 것이며, 대규모 탈당자가 속출할 것은 뻔합니다. 진보정치가 과거만큼의 큰 갈등 속이로 빠지는 것이지요.

    민주노동당 분들이 정말 진보정치를 위한 진보대통합을 원하신다면, 단순히 합치자고만 하시지 마시고 과거에 대한 반성도 같이 하셔야 하실 것입니다. 사과와 반성을 포함한 대통합만이 진보정치의 ‘진보’ 즉,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짐’을 이끌어 내어 진정한 대통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진보‘대통합’은 오히려 진보‘대분열’을 일으켜 이 땅의 진보정치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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