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 통합 제안, 떠오르는 악몽
    혁신없는 정치공학적 강요는 폭력
        2010년 01월 12일 01: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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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0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만장일치로 2012년 총선 이전에 제 진보정당의 통합을 성사시킬 것을 결의, 채택하고 이를 위해 진보신당 등에 공식적으로 제안해 이를 실현시키겠다는 결의를 한 모양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의 악몽이 떠오르고 불쾌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 지난 10일 열린 민주노동당 6차 중앙위원회 (사진=진보정치)

    2008년 1월 진보정치의 희망을 키우기 위해 켜켜이 쌓인 세월을 뒤로 하고, 민주노동당은 뼈아픈 분당 사태를 겪어야 했다. 그것은 남아있는 자들에게나 떠나는 자들 모두에게 아픔이었고 분노였다.

    그 이후 양당은 이 땅에 진보정치의 생장을 갈망했던 수많은 민초들의 실망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었다. 여전히 진보정당의 대중적 기반 구축은 쉽지 않았고 민주당의 정체를 대체할 새로운 위상 확보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친 대자본 반 서민 광폭 질주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계속 되었고, 그로 인해 대다수 서민의 삶은 황폐화되고 기본적 인권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진보정치 진영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진보정당의 정체나 위기를 돌파할 과제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이 땅 서민의 절망적 상태를 치유하고 지속가능 사회로의 진전을 예약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시대적 요구요 과제이다. 이 과제는 우리가 회피하려고 한다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현 시점에서 유효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통합 제안은 진정성 있어야

    현재 우리 사회의 엄청난 질곡을 치유하고 넘어서기 위해서 진보정당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왜소화 되어있고 갈라져 있는 역량을 하나로 모아 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역량의 분산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처럼 이해되는 것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진보신당은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 내에 존재했던 패권주의, 이념 과잉 등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는 판단에 의거해 창당된 정당이다. 이 문제가 지금 해결 되었는가? 아니,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양당 간의 그 어떠한 구체적 노력이 있었는가? 나의 기억으로는 없었거나 대단히 미진했었다.

    당 통합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실천이 진행되지 않은 조건에서의 당 통합 주장은, 더욱이 제안의 진정성이 이러저러하게 의심받는 상황에서의 통합 제안이라면 그것은 현실적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통합이 성사된다 해도 그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

    민주노동당의 당권파가 2010 지방선거와 관련한 진보대연합 전술을 부정적 태도로 대해 왔던 최근까지의 태도를 갑자기 바꾼 점이 영 석연치 않다.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 민주노동당의 지금의 당 통합 주장은 정치적 수사일 수밖에 없다. 아니, 내게는 정치적 수사를 넘어서는 엄청난 폭력으로까지 느껴진다. 나의 과민함이 문제인가?

    남편의 폭력을 감당할 수 없어 이혼한 전 부인에게 이혼 사유가 제거됐다고 판단할 만한 그 어떠한 과정도 공유하지 않은 채 재결합을 주장한다면, 그것도 일방적 결의와 선언으로 추진한다면 그것 자체가 이혼 이전의 폭력보다 더한 폭력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더욱이 지금의 진보신당은 분당의 정신을 공감하고 입당한 당원이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그런 당원들과 새로운 논의가 필요함을 민주노동당은 정녕 모르는가. 참으로 무례한 일이다.

    섣부른 통합이 아니라 2010진보대연합부터

    우리의 진보정당 운동은 현재의 무기력 상태를 해소하고 진보정치의 위기, 대중의 삶의 피폐를 극복할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 요구를 받기 위한 특단의 조처와 행동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의 첫걸음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간의 낡은 갈등으로부터의 결별과 새로운 신뢰관계를 형성해 가는 노력의 실체적 배치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촘촘한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분열되고 실패하지 않을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작지만 우직한 걸음을 모든 진보정치세력이 어깨 걸고 함께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2010 지방선거에서의 진보대연합 행보는 대단히 중요한 여정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우리는 당장의 이명박 정부의 서민배제 폭압정치에 파열구를 내고 여전히 과거의 실패와 오류로부터 배우고 있지 못한 정치적 무능집단 민주당을 대체하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로 이번 선거를 배치함으로써 이 땅 서민들에게 구체적인 희망을 주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반드시 그 속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개월간 원주 지역의 진보정치 진영은 2010 지방선거의 실질적 승리를 위해 다양한 공동의 모색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연대제안 즉, 반MB연합의 허구성을 극복하고 대중들의 야권연대 요구의 본령인 대안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힘겨운 과정을 통해 쌓인 신뢰와 마음을 여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럴 때만 모든 진보정치세력의 2010 지방선거 승리와 진보정당의 재창당 혹은 온전한 통합이라는 목표를 촉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 중앙위의 진보정당 대통합 결의는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실천적 과정을 통해 쌓인 신뢰도,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고려도 없는 누가 보아도 정치공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러한 결의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양당의 통합, 나아가 제 진보정치 세력과 시민사회 운동 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 예상되는 모든 통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자칫 특정 세력의 주도권 쟁탈 의지, 혹은 분당의 책임 덧씌우기, 반MB 연합을 빌미로 한 진보신당의 대중적 지지 동력 차단을 위한 불순한 술수로 오해될 수도 있다.

    이혼이 별거로 이해되고 별거가 재결합을 넘어서는 새로운 출발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바라는 나의 욕심이 과욕으로 치환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또다시 일방의 패권과 폭력에 기력이 소진되는 과거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진정 마음을 열자. 진정 서로를 위무하고 미래의 희망을 세우기 위해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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