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들 장밋빛 전망 쏟아내
        2010년 01월 12일 10:07 오전

    Print Friendly

    정부가 결국 세종시 약속을 완전히 뒤집었다.

    정부는 11일 9부2처2청의 정부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교육, 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수정안이라고 하지만 정부부처의 이전으로 지역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기본 뼈대자체가 아예 빠졌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조차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급조된 껍데기 계획’이라는 반대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는 국가발전을 위한 것으로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당은 세종시 원안추진이라는 약속을 파기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다음은 1월12일자 전국단위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부처 이전 전면 백지화 대기업 입주">
    국민일보 <세종시 16조5000억원 투입(원안 2배) 24만6000명 일자리(원안 3배)>
    동아일보 <투자 8조→16조, 고용 8만→24만, 인구 17만→50만>
    서울신문 <원안보다 예산 2배-고용 3배 자족도시로>
    세계일보 <세종시 10년 앞당겨 교육과학 도시로>
    조선일보 <행정부처 대신 ‘과학벨트+삼성 한화+α>
    중앙일보 <"갈등해결 모델로…세종시는 기회다">
    한겨레 <수도권 과밀화 해소 포기>
    한국일보 <찬성한다 51% vs 원안대로 34%>

    정부부처 이전만 빠진 백화점식 세종시 수정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정부부처 이전만 빼고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백화점식 혜택들을 나열하고 있다. 정부부처가 이전하지 않는 대신 기존 8조원 투자계획보다 2배나 많은 16조원의 예산을 세종시에 투입해 기업과 해외자본을 유치, 미래형 첨단 경제 산업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돼 특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입주기업에 1/6 가격으로 토지를 싼 값에 공급하고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내용이 확정됐다. 삼성, 한화, 웅진, 롯데와 오스트리아 태양광 업체 SSF 등 기업들의 연구소와 제조시설 설립이 포함됐고 고려대와 카이스트 대학원도 들어설 계획이다.

    세종시 안에 각종 자율형 사립고, 공립고, 과학고, 국제고 등을 모두 세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애초 입주가 예상됐던 서울대는 일단 빠졌다.

    정부 세종시 수정안 장밋빛 홍보에 집중된 언론보도

    정부의 수정안의 효과도 불분명한데다 기업유치를 위해 다른 지역과 불균등한 특혜성 조치들이 남발됐다는 지적이 있는데도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기에 앞서 정부의 수정안의 효과를 띄워주는 것에 상당수의 지면을 할애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투자 8조→16조, 고용 8만→24만, 인구 17만→50만> 기사를 통해 정부의 수정안이 추진되면 투자도 2배 이상이 늘어난 16조 원으로 확대되고 고용효과도 8만 명보다 3배나 많은 24만 명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동아일보 1월12일자 1면  
     

    동아일보는 3면 <없애고-중앙행정기능, 줄이고-주거용지, 늘렸다, 기업용지 1.1%→4.8%> 기사 등에서도 삼성과 한화, 웅진, 롯데 등 대기업의 입주로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등 기업, 교육, 과학중심의 첨단 경제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장밋빛 정부 전망을 그대로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 1면 <충남도 "일부 보완만 한다면…" 기사에서 "충남도가 일부 보완책 마련을 전제로 사실상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기사를 실은데 이어 3면 제목도 <충남 "원안 사수" 대세속 "기업 오는 게 낫다" 목소리 꿈틀">로 달아 충남도의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세종시, 싸우다 쪽박 깨면 민이 피해자 된다>를 통해서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광장에서 행정도시 수정안 전면 거부 및 원안 사수 촛불문화제가 열렸지만 참석자는 200명 정도로 많지 않았고, 집회장 주변에서 만난 주민도 기업들이 들어오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을 위해 더 낫다는 민심이 저류에 있지만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면서 부끄러운 반대의 역사를 언제까지 거듭할 것인가라고 꾸짖었다.

    동아일보는 아댱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서도 "정당이나 정치인이 국가 장래를 멀리 내다보지 않고 특정지역의 표만을 의식해 포퓰리즘적 미봉책에 영합한다면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우리는 본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세종시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와 정치의 수준을 가늠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세종시는 갈등해결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해괴한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갈등해결 모델로…세종시는 기회다">에서 "국익을 위해선 약속도 바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선택 포인트에 따라 국민이 고심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정부쪽 논리를 대변했다.

    조선, 여당에 "박근혜 전 대표 공격은 전쟁 그르치는 어리석은 짓" 훈수

    조선일보도 1면 <행정부처 대신 ‘과학벨트+삼성 한화+α> 기사와 3면 <수정안, 세종시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 등의 관련기사를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 학, 연 클러스터’를 조성해 세종시를 신 성장동력의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세종시 수정안, 정치 엔진 못 달면 ‘안’으로 끝난다>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당에 박근혜 전 대표를 껴안을 것을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향해 던진 세종시 문제에 온 나라와 정치권이 8년째 매달려 있는 상황을 이제 끝낼 때가 됐다"며 "친이 주류 인사들이 일제히 박 전 대표측을 향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붓는 것은 전투에서 이기려다 전쟁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박 전 대표도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기로라는 자세로 재삼 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 역시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공사를 끝낸 후에도 세종시가 스스로 숨 쉴 수 없는 불 꺼진 ‘식물도시’가 될 경우 그것은 야당의 무능과 무능을 증거하는 기념비가 될지 모른다는 데도 생각이 미쳐야 한다"고 수정안 합의를 압박했다.

    정부 세종시 수정안은 정권의 ‘수도권 기득권 지키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의 수정안의 문제점을 짚고 충청권의 민심을 전하는데 상당수 지면을 할애했다.

    경향신문은 우선 정부의 세종시 수정 강행배경은 서울 지방의 갈등을 이용한 정치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투자를 받으려면 수정안을 수용하라는 협박성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월12일자 1면  
     

    경향신문은 1면 <정권의 ‘수도권 기득권 지키기’> 기사에서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의 가치는 사라졌다"며 "그 대체재로 기업을 투입하면서 이에 따른 특혜와 지역역차별의 문제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또, "이 때문에 수정안 관철을 위한 정부의 여론전은 대국민 ‘협박’에 가까운 강권의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이어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는 결국 수도권 분할을 반대하고 국제경쟁력을 위해 수도권을 더 키워야 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을 향후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는 현 정권 주류의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국민적 합의로 탄생한 세종시를 3년 째 공사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백지화해야 할 현실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단지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내세워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수정안의 부작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며 "퍼주기식의 기업, 학교 유치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내용은 지원책이라기보다 특혜"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땅값, 세금 등 각종 특혜는 도시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며 "이로 인한 주택토지공사의 손실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떠넘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포기-기업 파격 특혜 등 논란도 여전

    한겨레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포기한 것이고 정부의 파격 특혜로 다른 지역으로 가야할 기업들이 세종시로 몰릴 것이라며 ‘기업 블랙홀’을 우려했다.

    한겨레는 사설 <세종시 수정안, 국가균형발전 파기했다>에서 "예상했던 대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방안은 없고 세종시에 동원 가능한 온갖 특혜를 쏟아부었다"며 "게다가 수정안 자체가 근거 없이 효과를 부풀린 것들이 많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1월12일자 사설  
     

    한겨레는 "수정안으로 하면 글로벌 투자유치로 1만9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대목도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서울의 관문이라고 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조차 외국인 투자부진으로 몇 년 째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또 "수정안 관철을 위해 세종시에 온갖 특혜를 쏟아부은 대목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토지공급은 산업단지 수준으로 싸게, 세제혜택에선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수준에서 파격적으로, 또 학교설립 등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누리는 혜택을 모두 가져갔다"며 "정부는 기업도시 등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조건 아래서만 지원되던 각종 혜택을 한 곳에 몰아주는 상황에서 특혜시비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충청권 민심은 세종시 원안지지 의견이 55.4%로 우세

    한국일보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긴급여론 조사(700명,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이 51%로 높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의견은 34%였다. 그러나 충청권에서는 원안지지 의견이 55.4%(수정안 지지 32.8%)로 거꾸로 나타나 충청권 민심은 여전히 냉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 한국일보 1월12일자 6면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