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세종시에 묻히나?
        2010년 01월 11일 04: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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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의 연두 기자회견이 세종시에 가려질까 걱정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관계자들이 각각 강기갑 대표(13일)와 노회찬 대표(14일)의 연두 기자회견 날자를 잡으며 토로한 고민이다. 정부가 11일, ‘세종시 원안 백지화’와 ‘수정안’을 발표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보양당 "대표, 신년회견이 걱정돼"

    세종시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함에 따라 진보정당은 물론 야당들이 위기에 처했다. 현존하는 정부의 최대 견제세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세종시 문제가 정부-친이세력과 친박세력 간의 전쟁으로 구도가 짜여졌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힘이 한나라당 당내 계파싸움보다 영향력이 떨어진 꼴이 된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은 ‘세종시’와 관련,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원안’, 혹은 ‘원안+a’를 주장하고 있지만, 애초 원안에도 반대입장을 취해왔었고, ‘+a’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진보진영이 세종시 이슈에 목소리를 높일 여지가 좁다. 더욱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며, 이 문제가 국회 표결로 넘어옴에 따라 5석(민주노동당)+1석(진보신당)에 불과한 진보신당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이슈도 세종시에 매몰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최근 진보진영 최대 이슈인 통합-선거연합 관련 논쟁도 세종시 문제에 가려져 ‘정치적으로 실종’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 대표들의 연두 기자회견 시점을 둘러싼 진보양당의 고민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양 당 대표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물론, 12일 예정된 ‘야5당+시민단체 원로 간담회’ 등 이번 주는 연합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예정이지만, ‘세종시 블랙홀’이 진보개혁진영의 통합을 비롯한 다른 이슈들을 모두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까지 논쟁이 이어질 경우 지방선거의 논점이 ‘친이 대 친박’구도로 고착화 될 수도 있다.

    진보진영, 세종시 조속처리 강조 배경

    이와 관련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세종시가 국가의 운명을 바꿀만큼 중차대한 사안이거나 시급한 과제가 아님에도 정부여당과 그 파트너인 민주당은 중요한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세종시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이슈화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친이와 친박은 당 내에서 세종시 이슈를 놓고 정략적으로 다투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분당해 각자 다른 당으로 싸우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도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장민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의제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견제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진보진영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세종시를 둘러싼 여당과 여당의 대립이 향후 절충으로 가더라도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반MB 구도가 짜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진보진영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기에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정안을 폐기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조기에 종결짓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세종시는 그냥 원안대로 시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진보신당은 제대로된 ‘행복도시’를 만들기 위해 생태와 복지 등을 수정 보완한 형태로 제안을 한 것이며, 세종시 이슈화로 인해 다른 현안들이 가려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문제 지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슈 대립구도는 친이 대 야당으로 가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로 대립구도가 쏠리는 것은 그만큼 진보개혁진영이 존재감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특히 현재처럼 법안통과 과정에 놓여있는 경우 야당은 사실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다만 홍 소장은 “세종시 문제가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이제 박근혜 전 대표 등 반대세력이 자신들의 안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개혁세력은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정부를 코너로 몰 수 없다”며 “정부안 이상의 것을 내놓지 않고 법안이 부결되면 그 책임을 진보개혁진영이 뒤집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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