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서 농사를 짓다"
        2010년 01월 09일 02:33 오전

    Print Friendly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여가생활 정도로 치부되어 오던 ‘주말농장’을 운동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노동당 인천광역시당 소속 김충기 당원이 그렇다. 그는 현재 ‘도시농업 네트워크’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

    그는 ‘도시농업’에 대해 단순히 농사를 짓는다기보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도시에서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색의 삭막한 도시를 녹색과 생명의 공간으로 재창출 하자는 것이다. 

    그는  ‘도시농업’의 장점으로 환경정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의 복원, 공동체 형성 등을 꼽았다. 현재 도시농업 네트워크는 80여명의 회원들이 교육을 마치고 생태도시농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들은 또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며 도심 속 생명의 공간을 창출해 내고 있다. 

    김충기 사무국장은 지난 2003년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해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열성당원이기도 하다. 그는 “도시농업처럼 당이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있는 활동들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8일 오후 인천 도시농업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김충기 사무국장(사진=정상근 기자) 

    – ‘도시농업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도시농업의 개념과 하는 일은?

    = ‘도시농업’이란 말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짓는 것이라 보면 된다. 상업용으로 짓는 농사를 제외하고 개인적인 목적으로 도시의 공간들을 활용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행위가 도시농업이다.

    우리는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도시에서 실현함으로서,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업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

    ‘농사’라고 하면, 도시와 농촌을 분리해 농촌에서만 하는 것으로 분류하지만, 그렇지 않다. 농업은 원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생했는데 상업화, 고도화로 인해 분리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는 농업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자원적 가치를 누리지 못하기 시작했다. 환경도 악화되고, 공동체 가치도 없어졌다.

    연간 쌀 생산액 9조원과 56조원

    그 밖에 농업은 환경적으로 기후순화, 대기정화의 효과가 있고, 홍수조절도 한다. 생물 다양성도 보장되며, 문화보존의 효과도 있다. 그리고 경관보존 효과도 있다. 그런데 도시는 농업을 단지 ‘생산물 수확’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1년 동안 쌀 생산 금액은 9조원 정도이지만 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따지면 56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즉, 쌀을 포기하는 것은 9조가 아니라 56조를 포기하는 것이다. 농사 포기하면 우리는 더 많은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한 농업의 가치를 도시민들이 못 느끼고 있는데, 도시민들이 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작게라도 농사를 지어봐야 한다. 그게 도시농업의 취지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문화가 없는데, 텃밭을 하나 하게 되면 가족들이 생명을 매개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식생활도 개선할 수 있다. 아이들은 직접 기른 채소는 잘 먹는다. 그렇게 자기 스스로 키우지 않으면 소중함을 모를 것이다.

    또한 도시농업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세대가 노인분들이다. 봄이나 여름에 구 주택가 빈 땅에는 노인들이 늘 무언가를 심어놓는다. 땅이 없으면 통에 흙을 담아 농사를 짓기도 한다. 노인들은 충분한 경작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도시농업을 하면 세대 간 소통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을 봤을 때 도시 농업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살리고, 끊어진 생태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농업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하면서 농업을 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들을 활용해, 풀뿌리 운동을 하자는 것이 도시농업 네트워크다.

    도시농업 네트워크는 풀뿌리 운동

    –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시농업’이다 하면, 단순히 ‘주말농장 알선’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게 주말농장이라 그렇다. 그러나 그나마도 점점 밀려나고 있다. 도시민들이 삶의 공간 근처에서 하는 것이 도시농업인데, 이제 주말농장을 하려면 남양주나 양평, 파주 쪽까지 나가야 한다. 텃밭농사는 그러면 안된다. 도심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농사는 근본적으로 흙에서, 흙을 살리면서 사람도 살리는 것이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에서 생산물을 얻어 사람이 섭취해야 한다. 도시농업이 경계하는 것은 화학농법에 의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텃밭을 얻어 회원들에게 나눠주는데, 우리의 텃밭 회원으로 분양을 받으려면 ‘도시 농부학교’라는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에서는 농업에 대한 근본적 원칙을 교육하는데, 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훨씬 잘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월 1회 모임하면서 텃밭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교육하고, 공동 작업하고 먹거리도 나누며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텃밭 공동체가 생긴다. 회원들 끼리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실제로 회원들끼리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텃밭은 공동체가 생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렁이 분양사업도

    – 텃밭사업 외에 ‘도시농업 네트워크’가 하는 것은?

    = ‘도시 농부학교’에서 텃밭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상자 텃밭’이라 해서 상자에 흙을 담아 보급도 하고, 도시 환경을 생각해 ‘유기순환운동’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유기순환운동의 일환으로 ‘지렁이 분양사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주면 그들이 분변토를 만들고, 그게 거름이 되고 이를 상자텃밭에 주면 영양분이 공급된다. 그리고 그 텃밭에서 난 채소로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그렇게 유기순환이 된다.

    특히 도시에서는 엄청나게 소비가 이루어지는데, 우리 집에서 지렁이를 하나 키우면서 순환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환경운동의 가치도 있다. 그리고 지렁이를 키우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집에서 생명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들, 특히 주부들은 징그러워 하지만, 아이들은 교육시키면 금방 친해진다.

    – ‘도시농업’이란 단어가 너무 커 보인다. 실제로 도시민들이 농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그만큼 도시민들이 농업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사업이 중요하다. 텃밭 하나 분양하더라도 교육을 들은 사람에게만 분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쌀이 어디서 나오냐’고 물으면 ‘마트에서 나오는 거’라고 답한다.(웃음)

    어른들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자라는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이다. 가장 쉬운 건 학교에 텃밭을 만드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의 일부를 떼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옥상 텃밭을 만들면 된다.

    "쌀은 마트에서 나오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이 옥상에 죽으러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있다. 옥상이 죽음의 공간인데, 그곳에 생명을 키움으로서 옥상을 생명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마음을 잘못먹은 아이들이 옥상에서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옥상텃밭을 얘기하다 생각났는데, 작년 한 건설업체에서 아파트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세대당 1평 씩 분양한다는 보도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 이웃끼리 얼굴 한 번 더 보게 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그렇게 아파트 공동체도 생겨날 수 있다.

    – ‘도시농업 네트워크’는 언제 만들어졌나? 현재 운영형태는 어떻게 되나?

    = 2007년 5월, 현 운영위원장과 몇몇 시민단체가 이런 운동을 한 번 해보자는 수준에서 결성되었다. 이후 내가 사무국으로 들어오고 운영위원장과 둘이 움직였다. 사실 2008년 까지만 해도 도시농업을 알리는 활동에 주력했다. 우리 자체도 도시농업이 무엇인지 정의를 못 내린 상태에서 일을 했었다.

    이제 도시농업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활용해 도시에서 실현시키고, 지속 가능한 도시와 농업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하고 그런 취지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농업이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못 찾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은 농사를 잘 지으니, 상자텃밭 보급사업을 노인정에 했고, 주부와 아이들 대상으로도 사업을 했다. 이 사업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장애인 단체와 함께 텃밭으로 장애인들의 자활을 도울 수도 있다. 여러 갈래로 할 수 있다는 게 농업의 매력이다.

    흙 구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회원제에 대한 염두 없이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었으나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회원 사업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지난해 말, 새로운 사업으로 ‘생태텃밭 강사과정’을 진행했는데, 이 분들이 강사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텃밭을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이들은 강사도 될 것이고, 도시농업을 전파하는 활동가 역할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한 축으로 운영하고, 후원회원도 적극적으로 받을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으로의 발전도 고민하고 있다. 강사단 파견 사업으로도 충분히 수입사업이 가능하리라 본다.

    도시에서 흙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업이나, 종자주권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는데 토종종자 보급사업도 하려고 한다. 토종종자 보급사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까지 나올 수 있다.

       
      

    – 민주노동당 당원은 언제 되었나? 그 계기는?

    = 2003년도 여름, 주위의 권유로 입당했다.(웃음) 사실 나는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다. 서울에 학교를 다니다가 누나가 인천에서 방을 얻어, 2003년 봄에 인천에 이사를 왔다. 당시 누나가 동네사람이라고 여러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는데 그들이 다 당원 활동가들이었다.

    누나 역시 당원이고, 누나가 계속 운동을 했고, 나도 그걸 봐왔기 때문에, 같이 참여는 못하더라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당에 가입을 했다. 이후 분회모임에 나가면서 지역 활동 선배들을 만났고, 졸업년도에 총선이 끼면서 선거운동을 하며 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때 도시농업 조례제정운동 할 생각

    –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대체로 진보정당들이 생태에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것 같다.

    = 이번 지방선거에 도시농업관련 조례제정운동 같은 것을 해보려 생각중이다. 도시농업은 도시 시스템이나 도시의 삶 자체를 되돌아 보는 운동이다. 텃밭 하나를 지으면서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을 체험했다. 생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생태의 위기감을 크게 느꼈다.

    에너지 위기나 기후 위기, 그리고 차후 큰 위기는 분명 먹을거리에 가장 큰 혼란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생태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농업을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대안사회를 이야기 할 때 이 도시농업이 분명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동안 진보가 안티체제를 말해왔는데, 도시농업 하나만은 아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도시농업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환경단체들이 일반 대중들과 괴리가 있었는데 농업은 일반 대중에게도 끌리는 콘텐츠다. 그렇게 보면 도시 농업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운동계의 블루 오션이라고 보면된다.(웃음)

    – 2003년이면 당의 초기 멤버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총선을 거치면서 당이 성장하다가 지금은 분당이 되었고, 진보정당들이 현실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당의 현 상황을 보면 어떠한 기분이 드는가?

    = 초기는 아니고(웃음) 내가 39000번 대 당원이다. 처음 가입하고 총선을 치르면서 당의 인기가 급상승할 때여서 사실 지금 당을 보면, 한숨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나 자체도 당 활동을 소홀히 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분회장도 하고, 모임도 자주 하고 당원도 잘 만나고, 당 사안이 있으면 같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이 안된다.

    그러면서 당도 분열되다 보니, 나도 활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당 활동은 지금 거의 의무감으로 하고 있는 수준이다. 당원 입장으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진보세력이 모두 어렵긴 한데, 이번 기회에 잘 했으면 좋겠다. 잘만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거도 될 것 같은데, 이 중요한 시점에 진보가 잘 뭉쳤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신명나는 정당 만들어봤으면

    – 당원들이나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도시농업을 시작하던 2007년은 당이 곤두박질치던 시기였다. 내 활동력도 떨어졌는데, 도시농업을 접하면서 내 활동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있는 활동들을 찾은 것이다. 당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렵게 싸워왔고, 앞으로도 싸우는 게 중요하지만, 국민들과 재미있고 신명나는 정당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나는 요새 내가 즐거우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도 즐겁다. 그런데 당은 현실이 어려우니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어렵다. 그게 뭐가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신나게 할 수 있는, 그런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문의 http://cafe.naver.com/dosinongup)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