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정파에서 산별위원장으로 이동?
By 나난
    2010년 01월 08일 08:18 오후

Print Friendly

민주노총 위원장 입후보자들의 등록은 통상적으로 등록 마감일, 그것도 마감 시간 임박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짝짓기’와 정파들 사이에서 수면 아래 교섭이 최종 마감시간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임박해서 후보들이 등록을 마쳤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으나, 과거와는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도 보인다.

정파 대 산별위원장 회의?

그 동안 정파의 규정력이 압도적이었던 민주노총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산별 위원장들이 전면에 나서서 통합 후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파가 낸 후보와 산별 위원장들이 합의한 후보의 경쟁 구도라는 점에서 그 이전과는 다르며, 이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통합 지도부 구성 논의가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이 나왔지만, 대통합은 당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장파’로 분류되는 그룹이 낸 허영구 후보는 일찍부터 출마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들은 국민파와의 연대에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 관심사는 민주노총 내부 다수파를 구성하고 있는 구 ‘중앙파’와 ‘국민파’ 두 곳이 손을 잡을 것인가 여부였다. 중앙파 경향의 양경규 후보의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된 가운데, 국민파가 독자적으로 후보를 낼지, 양 진영이 손을 잡고 통합 후보를 낼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올해의 경우 바로 이 과정에서 정파들 사이의 물밑 대화가 아니라, 산별위원장들의 논의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통합지도부 후보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을 검토했으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긴박하게 진행됐다.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 일부도 이 과정에 힘을 보탰으며, 전현직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경우 언론노조 내부에서 언론 현안이 많이 걸려있는 만큼 언론노조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본인도 여러 가지 이유로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렸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일 오전까지 오리무중 제각각 전망

이처럼 산별위원장들의 통합 후보 만들기가 난항에 봉착하면서, 등록 마감일인 8일 오전까지도 민주노총의 주요 간부들도 후보의 윤곽을 잡지 못한 채 서로 제각각의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8일 오전 민주노총의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경규 위원장의 출마는 확실할 것 같다”고 전망과 “최 위원장 카드가 성립이 되면 양 위원장이 양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오리무중 상태였다.

임성규 위원장의 출마 얘기가 나온 것은, 8일 오전에 열렸던 산별대표자 회의가 끝난 이후. 이때부터 분위기는 바뀌어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5일과 7일 두 차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던 산별대표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임성규-신승철 러닝메이트 출마에 의견을 모으고 임 위원장에 대한 설득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산별대표자들은 ‘임성규 집행부가 통합지도력 발휘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과 ‘보다 많은 산별대표자들의 동의를 모은다’는 측면에서 현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던 임 위원장이 후보 출마를 강력하게 고사하면서, 상황은 다시 유동적으로 변하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보건의료, 섬유 등 주요 연맹 위원장들의 강력한 권유와 함께, 후보 출마가 확실시 되던 양경규 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이 “임 위원장 출마할 경우 입후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임 위원장의 결단에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

민주노총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양 위원장이 자체적으로 사무총장 후보를 만들어 출마할 역량이 있음에도, 통합의 명분에 따라 스스로 불출마를 결정한 것이 임성규-신승철 통합 후보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는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때까지만 해도 임성규 위원장이 후보를 수락할 경우 임성규 대 허영구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등록 마감 직전 김영훈-강승철 팀이 후보 등록을 마쳐, 이런 예상을 뒤엎고 3파전이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김-강 후보팀의 성격과 관련 민주노총의 주요 간부는 (국민파 경향의)"전국회의에서 이 팀을 공식 후보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추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경선의 3파전은 과거부터 내려오던 ‘고전적 형태’의 3파전이 아니라 ‘변형 3파전’이라는 게 민주노총 안팎의 평가다. 이른바 중앙파, 국민파, 현장파라는 오래된 대립 또는 경쟁 구도가 일정 부분 유실됐다는 상황 인식이다. 

특히 산별 위원장들이 전면에 나서 ‘통합 후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부분적으로 성과를 얻었다는 점은 민주노총 임원 선거사에서 특기할 만한 ‘사건’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정파 간의 고질적인 폐쇄적 권력투쟁을 넘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