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 천국서 벌어진 개미 반란, 왜?
    “CEO 고액 연봉 더 이상 용납 못해”
    [의미와 전망] 시티은행, GE 주총에서 벌어진 일①
        2012년 05월 10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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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의 ‘재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에게 영국과 미국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소식 한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그것은 거대 주요 은행들의 주주 총회에서 소액 주주들이 연이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뉴욕 타임즈 등의 주요 신문 보도에 따르면, 시티은행과 바클레이스 등의 2012년 1분기 주주 총회에서 개인 소액 주주들이, 은행 최고 경영자들이 제안한 최고 경영자 보수 지급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거나, 애초 경영진이 마련했던 안을 부결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소위 ‘주주 자본주의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영국과 미국에서 주주들이 경영진을 불신임하거나 재선임하는 것이 무엇이 신기한 일이냐고 반문할 독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investor activism), 특히 소액 및 기관 투자자들의 경영진 불신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레디앙> 독자들과 함께,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진보 세력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관해 함께 논의해 보고 싶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시티은행의 경우

    최근 시티은행 주주들은 2012년 1분기 주주 총회에서 최고 경영자 비크람 판딧과 경영진이 제출한 최고 경영자들에 대한 보수 지급안을 55%의 반대 동의를 얻어 부결시켰다. 지난 해 시티그룹의 최고 경영자 판딧은 총 1500만 달러(171억 원 수준, 연봉 170만 달러와 현금 보너스 530만 달러, 유예 현금 및 스톡옵션 각 4백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유예 현금 및 스톡옵션은 공식 보너스 이외에 경영진이 애초 목표로 삼은 기업 이윤을 달성했을 때 추가로 지급키로 약정한 현금 및 스톡옵션 보너스다.

    시티은행은 2008년 말 미 연방정부로부터 다양한 명목으로 막대한 액수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2011년 초가 되어서야 재무부가 시티은행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사실상의 국유화 상태(conservationship)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이사회가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저금리 지급한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빌어다가 비금융 기업의 채권 발행에,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위험 자산 투기에 골몰한 것도 바로 이 비크람 판딧 하의 시티은행이었다.

    2010년과 2011년이 되자 시티은행은 금융 위기 이전 수준까지 이윤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마자 비크람 판딧과 그 경영진은 자기들에 대한 보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 경영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영 관행에 따라 올해 열린 1분기 주주 총회에서 다시 자기들의 보수를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영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 은행 소액 주주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경영진이 마련한 ‘경영 개선 계획’을 부결시킨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한 주식 브로커는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제안한) 보수 수준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부결 사태는 “기업 경영진의 인센티브나 보수 수준” 등이 “그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와 전혀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따라서 “시티은행이 전혀 신뢰할만한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선안의 부결로 인해 현 경영진은 다음 번 임시 주주 총회를 통해 새로운 안을 내고 신임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흥미롭게도, 에스앤피(S&P)가 선정한 500대 기업들 (S&P 500) 가운데 이처럼 주주 총회에서 주주들의 압박을 받아 경영진이 제안한 안이 부결된 사례는 겨우 12번째에 해당될 만큼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바클레이스 은행의 경우

    지난 4월 말에 열린 주주 총회에서 영국에 본사를 둔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 경영자 로버트 다이어몬드와 마르커스 아지우스 등의 경영진들도 다수의 소액 주주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해야만 했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뉴욕 타임즈의 기사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다.

    “대체로 음악 콘서트가 주로 열리는 런던의 로얄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은행 1분기 주주 총회는 “처음부터 적대감이 감돌았고,” 최고 경영진의 발언은 “야유와 고성 때문에 끊임없이 중단되었다.” 특히 이 은행의 최고 경영자인 로버트 다이어몬드가 석상에 오르자 그 야유는 절정에 이르렀다.

    게다가 마르커스 아지우스 회장이 지난 2년 동안 “우리 은행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제 “최고 경영진에 대한 보수 수준이 경영 성과에 걸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주주들의 “야유는 조롱 섞인 너털웃음으로 바뀌었다.” 아지우스는 “우리 은행 최고 경영자가 지난 해 받은” 630만 파운드(1000만 달러)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애초 목표를 달성한” 최고 경영자들이 받은 정당한 보수였다고 주장했다.

    이 주주 총회에 참석한 한 소액 주주는 뉴욕타임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저들(경영진)이 자신들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보너스를 정당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고 평가했다. 이 날 열린 주주 총회에서 소액 주주들의 야유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 경영진은 자신들이 애초 제안했던 보수 지급안을 통과시켰다. 참석 주주들 26.9%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 은행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현 경영진은 자신들이 의도한 안을 관철시킨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이 은행 최고 경영진이 주주 총회가 열리기 전 거대 기관 투자자들과 은밀하게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은행 발행 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은 2011년 주주 총회에서 가결된 안대로 보수를 지급하되 앞으로 3년 동안 현 경영진이 애초 공언한 바의 이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지급하기로 한 270만 파운드에 상당하는 현금과 스톡옵션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우

    주주 총회장에서 벌어지는 이와 같은 갈등이 비단 거대 금융 기업들에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재벌처럼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 및 보험 영역에까지 사업을 확장하여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주주들도, 비록 47.5%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긴 했지만, 경영진이 자기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높이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업의 자산 구조를 정상화할 것인지에 관해서 정확하게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업무를 전담하는 컨설팅 회사들에게 직접 기업 경영과 보수 지급 수준 등을 분석하여 개선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주주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기관 투자자들은 이사회에 기관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이사를 선임할 것을 안건으로 요구하고 이것을 표결에 부쳐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했다. 이 모든 노력들은, 앞서 소개한 바클레이스 은행 사례와는 달리, 기관 투자자들도 경우에 따라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몇몇 악명 높은 기업들에 국한된 예외적인 것일까? 필자가 보기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시티은행과 바클레이스 은행 주주 총회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일들 때문에 조만간 주주 총회를 앞두고 있는 거대 은행 및 비금융 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 은행인 유비에스는 지난 한 해 동안 28% 이상 주식 가격이 떨어졌고, 허용되지 않은 금융 투자로 22억5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투자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 은행의 최고 경영자들은 각종 명목으로 전부 7010만 스위스 프랑(7710만 달러)에 달하는 액수를 지급받았다. 주주 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던 개인 소액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방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주주 총회에서는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그리고 과연 침묵하던 주주들의 반란이 미국식 기업 지배 구조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동인 가운데 하나가 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주 자본주의의 원리와 현실, 그리고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의 처방

    영국과 미국은 소위 주주 자본주의의 천국으로 불리는 나라다.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보다는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기업 주식과 장단기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기업 소유권을 분산시키며 독립적인 경영진의 감독 하에 기업을 경영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발달한 나라다.

    따라서 원리적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분산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principal)이 그 대리자(agent)인 기업 경영진을 임명하거나 불신임하고 그들의 경영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것 등은 지극히 상식적인 기업 경영 및 투자 활동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원리는 어디까지나 ‘원리’일 뿐이고 실제 기업의 자산 구조나 거버넌스는 산업별, 업종별로 많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GM이나 앞서 소개한 GE같은 기업들은 자기들의 전통적인 제조업 전문 주력 산업 분야 이외에 금융 및 보험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 해왔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 재벌 기업의 고유한 특성이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호 출자와 지급 보증 등의 행태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외면적으로는 독립적인 사외 이사제와 경영진을 두고 있으면서 말이다.

    동아시아 외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 등은 주식 및 채권 시장이 덜 발달되어 있고 비금융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은행마저도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던 동아시아의 ‘낙후성’을 ‘정실주의(cronyism)’라고 불렀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외환 및 금융 위기는 바로 그와 같은 정실주의가 낳은 불가피한 산물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들은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이름하에 독립적인 경영진과 사외 이사제를 도입하고 기업 공시 제도를 개편하며 소액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일련의 조치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실화된 은행 부문을 통폐합하고 외국인 지분율 한도를 폐지하며 주식 및 채권 시장을 발전시킨다는 미명 아래 해외 자본 유입과 투자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조치도 강요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자국에서 은행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자본 시장에 참가하여 자본을 조달할 수 기업들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500여 개 남짓한 거대 기업들에 국한되어 있고, 이들 기업마저도 은행을 통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전체 기업 자산 구조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겼다.

    또한 그들은 자국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주주 자본주의 원리라는 것도 소액 주주들의 발언권과 집단 행동권이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어서 지분율이 높은 소수의 거대 주주들이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경영진을 재선임하거나 불신임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계속)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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