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용산참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By mywank
        2010년 01월 08일 0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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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가 존립의 원초적 본능

    국가 존립의 원초적 본능은 그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을 내고, 그 테두리 안에서 자긍심과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그 테두리 안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을 때는 최고 우두머리가 책임자로서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그 테두리 안의 사람들이 갖고 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2.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냥 내버려 두라!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했을 때 사과를 못하겠다면 그냥 내버려두라.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라도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 그들이 노력하게 내버려 두라. 그래서 ‘테러리스트’ 라든가 ‘부모를 죽인 자식’이라든가 ‘돈 때문’이라든가 하는 매도를 하지 말도록 하라.

    그래서 최소한 노력을 하면 자신의 삶만큼은 스스로 챙겨갈 수 있는 희망이라도 갖도록 하라. 그래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망루로 올라가는 일이 없게 하라. 그래야 최소한의 정부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이나 해결될까, 내일이나 해결될까 (그림=이동수) 

    3. 바란 것은 사과와, 장례와,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는 것뿐이었다

    삶의 터전을 공갈과 협박으로 무너뜨리고 망루로 쫓겨간 사람들의 죽음을 부둥켜안고 바란 것은 그것뿐 이었다.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귀한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사과와 온전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 감춰둔 3000매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있을까, 벽창호도 이런 벽창호가 있을까?

    1년여 간의 더운 바람, 찬바람, 비바람, 눈바람 맞으며 외치고 외쳐도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 아니, ‘테러리스트’라는 덧칠을 씌우는 것뿐이었다.

       
      ▲남일당 레아호프-미디어센터 (그림=이동수) 

    억장이 무너지고 억울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기도를 하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그리고, 사진을 찍고, 먹을거리를 가져오고, 돈을 보내오고, 한 걸음에 달려오고, 책을 만들어 기록하고, 방송을 했다. 용산 4구역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4. 이제 간다

    그렇게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으로, 가을로, 다시 겨울이 왔다. 이제야 355일 만에 빼앗긴 생명을 뒤로 하고 장례를 치르게 된다. 팍팍해지는 삶을 견디며 기다린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지만 약한 자, 없는 자의 서러움을 삼키며 이제 간다. 더 이상 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있는가? 5000명의 장례위원들에게 안겨서 간다. 형식적인 사과와 보상이라도 받고 간다.

       
      ▲용산 미사 (그림=이동수) 

    355일 만에 한을 안고 민중열사들을 보내지만 여전히 3천 쪽의 수사기록은 공개되지 않고, 수배가 풀리지 않고, 테러리스트의 오명이 벗겨지지 않고, 함께 한 사람들을 구속되어 있고, 철거민들을 무더기 구속하는 지경에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막가파식 철거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용산참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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