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한나라와 너무 똑같다
        2010년 01월 07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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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 혹은 야권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공감대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번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어떠한 정치세력을 선택해야 하는가? 지난 4기, 16년 간의 호남에서 정권을 잡아온 민주당 세력들은 여기에 분명한 답 하나를 주고 있다. “민주당 역시 대안이 아니”라는 것.

    호남에서의 민주당은 ‘여당’의 수준을 넘어 유일정당의 수준이다. 전라북도의회는 총 37명의 도의원 중 35명(94.5%), 전라남도의회는 50명의 도의원 중 47명(94%), 광주광역시의회는 17명의 의원 중 16명(94.1%)이 민주당 소속이며, 해당 광역자치단체장, 기초단체장 역시 민주당이 권력을 잡고 있다.

       
      ▲ 2006년 2월 전남 구례에서 열린 ‘민주당 2006년 5·31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주요당직자 워크샵’ 대회 (사진=민주당)

    그렇지만 민주당의 지방정부는 한나라당 지방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삶은 타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개발문제와 양극화도 호남지역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방권력 독점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민주당 지방권력에서도 나타난다.

    브레이크 없는 호남의 여당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과의 긴밀한 관계, 지방 토호세력과 지역 정가의 유착관계, 이로인한 민생문제 외면과 의도적인 소수정당에 대한 배재 등, 호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전국 각지의 한나라당 지방권력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와 실제로 어느 것 하나 차이가 없다.

    정우태 전남도의원(민주노동당)은 “국회에서야 민주당이 야당일지 모르겠지만, 호남에서는 여당”이라며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민주당 일색이다 보니 한나라당 지방권력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똑같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도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견제세력조차 되지 못하다 보니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도 같다. 그나마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사안별 공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호남에서는 이 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정우태 의원은 “의원이 결의안을 내기 위해서는 1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10명의 동의를 얻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쌀 농가 지원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5월부터 함께 하자고 요청했는데, 왠일인지 민주당 의원들은 수확기가 되어서 시작하자고 했다”며 “결국 대응이 늦어버렸고, 상경투쟁도, 천막농성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다른 건 ‘간판’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정책도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4대강 사업 영산강 공구 기공식’에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이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심지어 ‘MB어천가’까지 부른 것은 사실상 ‘간판’만 바꿔달았지,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이러한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민주당 일색의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에서 시의원을 역임했던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는 “시장에 대한 견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시장이 (시의회)의장 선거에 까지 개입하는 일도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 가을 오은미 전북도의원(민주노동당)의 21일 간의 단식도 민주당 소속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오 의원의 발의로 통과된 쌀-밭작물 지원조례 집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태다. 김 도지사가 이미 통과된 조례조차 시행하지 않았지만 도 의회는 침묵을 지켰다. 오은미 의원은 “지역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똑같다”며 “의회에 나가 ‘한나라당과 다를 바 뭐냐?’고 말하면 저들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 부대표는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이란 말이 있다”며 “지역의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인물’보다는 ‘충성도’가 공천의 주요한 기준이 되며, 이로 인해 광주 서구의 경우 불과 4년 새 두 번의 보궐선거를 치르는 일 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호남의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의 ‘반MB연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년 가까이 지방권력을 장악해 온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을 상대로 ‘강한 야당론’을 제기하며 본인들에게 다가올 심판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패권 버리거나 더 왼쪽으로 이동하거나

    윤 부대표는 “반MB연대가 국민적 공감을 많이 얻긴 하지만, 호남의 상황만 봐도 여기서 멈추면 안될 것”이라며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 혹은 올바른 반 한나라당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자기패권을 놓거나 더 왼쪽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난실 부대표는 “민주당에게 호남은 어려울 때 마음대로 꺼내 쓰는 곳간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가까이 호남에서 브레이크 없이 속도를 높여온 민주당은 여전히 그 기득권을 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지방독점의 폐해를 제어할 수 있는 세력은, 적어도 민주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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