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선, 알라딘 그리고 로쟈
    2010년 01월 07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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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이라는, 남과의 마주침 없이 철저하게 개인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불매운동’이라는 게 일어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사건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한 비정규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서재’라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고스피어에 전해지게 되고, 몇 명의 유명 알라디너들을 위시로 ‘알라딘 불매운동’이라는 것이 알라딘 내부의 ‘서재’라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알라딘’에 대한 항의로써, 이 운동은 알라딘 대표 조유식씨의 공개사과를 받아내는 등 반쯤의 승리를 거둔 듯 보인다. 그러나, 유명 알라디너 ‘로쟈’가 던진 몇 개의 글들이 이 운동에 두 개의 전선을 던져놓으면서 ‘알라딘 불매운동’은 현재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상태이다.

두 개의 전선

‘로쟈’는 불매운동이 알라딘에게로 향하는 지점에서 슬라보예 지젝의 말을 인용하며 "레닌주의적인" 전선의 확대를 요구한다. 즉, "알라딘 불매운동"에서 ‘비정규 노동자를 착취하는 인터넷 서점 불매운동’으로, 궁극적으로는 ‘불량 기업 불매운동’ 내지는 ‘자본주의 불매운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알라딘을 ‘착한 기업’으로 돌려놓으려는 현재의 형태의 불매운동이 이뤄낼 수 있는 최적의 결과는 알라딘의 비정규노동자들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만드는 것일 터인데, 이것은 다른 여타 경쟁 인터넷 서점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므로, 오히려 ‘착한 기업’으로 전환한 알라딘을 시장에서 위축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로쟈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이며,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를 알라딘만의 것으로 파악하거나 ‘착한 기업 알라딘’이라는 이미지만을 철저히 소비하다가 불매운동에 참여한 일부 참여자들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것이 첫번째 전선이다.

그러나, 로쟈는 첫번째 글을 쓰고 서재를 닫아버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글들에서도 서재를 닫거나 대답을 하지 않든가 하는,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이런 태도와 더불어 몇몇 애매모호한 어휘들은 두 번째, 즉 ‘로쟈’라는 개인에 대한 전선을 만든다.

실제로 알라디너들의 논의는 불매운동을 향해 있기보다는 로쟈 개인을 향해있다. 이런 식의 전선이 만들어지게 된 건, 그러나 로쟈만의 잘못일까? 아니면 참여자만의 잘못일까? 확실한 건, 현재와 같은 형태의 불매운동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운동의 열기는 점점 식어간다는 것이다.

불현듯 재작년의 촛불이 기억나는 이유

이 글을 여기에 기고하는 이유는 이 글이 담고 있는 "불매운동"이라는 사건이 어떤 보편적 함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운동의 열기는 식어만 간다’. 재작년 6월의 어떤 광장에서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는 이번 ‘알라딘 불매운동’에서 본다. 그리고, 나는 2008년 6월과 현재 알라딘 불매운동에 대한 열쇠를 ‘소비자에서 정치적 주체로의 전환’이라는, 로쟈가 던져주었던 전선에서 찾겠다.

가장 정치적이지만 모두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던 ‘비정규직’이라는 주제를 감히 입에 담아야하고, 전선을 더욱더 확대시켜야 한다. 지금의 알라딘 서재에서의 논의에서 벗어나 모든 곳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로쟈 말마따나 이건 알라딘만 혼내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로쟈의 두번째 전선 또한 정리해야만 한다. 역사는 바로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한다. 2008년 6월의 기억이 다시 돌아와야하고 거기에서 우리 모두 무언가를 배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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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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