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리졸브' 한미훈련 취소부터 시작해야
        2010년 01월 06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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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들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2월에 열린 북미간의 첫 공식대화에서는 6자회담 재개 및 9.19 공동성명 이행 필요성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실현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남한에 대한 비난을 일절 삼가면서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후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북일관계도 탐색전을 거쳐 대화 재개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키 리졸브가 전환점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 6자회담과 북미대화,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자 회담, 북일대화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대화 분위기를 살려 지체되어온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추진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예방적 선제조치가 필요하다. 3월부터 시작될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 일시 중단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처럼 2월에 한미 양국이 훈련 계획을 발표하고 3월에 실시한다면, 이는 북한의 반발과 맞물려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은 2009년에 ‘키 리졸브’ 훈련 실시 여부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며, 전례없는 강경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는 북한의 위성발사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등과 맞물려 2009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상태로 몰아넣은 핵심적인 이유였다. 이러한 전례와 수십년간 계속되어온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북한의 반발’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군사훈련이 실시되면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암초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일시적 경색국면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나비 효과’를 연출하며 그 부정적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질 수도 있는 것이다.

    MB, 남북기본합의서와 선제적 대응을 좋아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중시한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진정 기본합의서를 중시한다면 그 탄생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제위기 돌파책 못지않게 위기에 빠진 남북관계를 구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1989년부터 시작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던 기본합의서 채택의 결정적 힘은 한미합동군사훈련 ‘팀스피리트’ 중단에서 나왔다. 기본합의서 협상 기간 내내 ‘팀스피리트’ 중단을 요구했던 북한은 영구 중단이 어렵다면, 회담 활성화 차원에서 2-3년간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협상 막바지에 한미 양국은 중단 방침을 정하고 이를 북한에 전달했고, 91년 12월 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92년 1월 7일 노태우 정부는 팀스피리트 중지 방침을 공식 발표했고, 북한도 같은 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해 핵사찰을 받겠다고 천명했다. 한미간의 공조를 통해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를 통해 북한의 획기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으로 흥(興)한 남북기본합의서는 이 훈련의 재개로 망(亡)하고 말았다. 안기부의 대규모 간첩단 발표 이틀 후인 92년 10월 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한국측의 요청으로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대선을 앞둔 ‘선거용’이라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음은 물론이다. 북한은 간청에 가까운 호소를 했지만, 한미 양국은 이를 일축하고 훈련을 강행했다.

    그러자 북한은 1993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결의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남북관계 파탄은 물론이고 한반도 핵위기가 전면화되고 만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도날드 그레그는 팀스피리트 재개가 한반도 정책의 “가장 큰 실수”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키 리졸브’ 중단으로 ‘환상의 나비효과’를

    이처럼 팀스피리트 중단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채택이라는 짧지만 ‘환상의 나비효과’를 연출했고, 이 훈련의 재개는 기본합의서 사문화 및 한반도 핵위기의 도래라는 기나긴 ‘악몽의 나비효과’를 연출하는데 핵심적인 이유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중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의 막전막후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오늘날 취해야 할 선제적 대응은 분명해진다. 한국의 요구로 조속히 ‘키 리졸브’ 훈련 일시 중단 방침을 발표한다면,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는 일대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 6자회담과 남북대화의 조속한 재개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남북한 상호군축’의 문까지도 열 수 있다. 훈련 중단을 통해 북한 군부 등 강경파의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 절감은 ‘보너스’이다.

    전환의 문턱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한반도가 이명박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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