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도 이런 수제 치즈가 있었구나
        2010년 01월 06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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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성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훅~ 하고 폐부 깊숙이 빨려 들어오는 독특한 분위기와 냄새에 먼저 취한다. 광이나 헛간처럼 메주가 많이 매달려 있는 곳에 들어가면 풍기던 퀴퀴눅눅한 냄새, 뭔가 썩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은 그 중간의 경계쯤에서 뿜어 나오던 강렬한 냄새를 잊을 수가 없는데 그것과 흡사하다. 살아있는 곰팡이류들의 대합창인 것이다. 처음에는 맡기 조금 거북하지만 조금 후면 익숙해지는 우리 몸이 아는 냄새다.

    하지만 잠시후 한눈에 들어오는 노란빛깔, 하얀빛깔 원통형 숙성치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자연숙성치즈의 애틋한 이야기와 앉아있는 자태에 감동을 받는다. 살아서 숨쉬는 먹거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먼치즈 이선자씨는 매일 오후 3~4시 이 숙성실에서 수십수명의 자식들을 보듬는다. 숙성치즈 겉에 피어나는 파란곰팡이들을 하나하나 마른수건으로 닦고 염짓물(소금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하루라도 거르면 마음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치즈가 나름의 성질대로 익어가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숙성치즈 하나하나 그 일을 5개월이고 6개월이고 지치지 않고 진행한다. 치즈가 다 팔려나가는 순간까지.
    아이들이 막 걸음을 시작하여 마당에서 뛰어놀때쯤 되면 저녁 무렵 아이의 몰골은 가히 볼만하다. 온갖 때국물로 땀이 젖어 범벅이 되어 엄마보고 히~ 하고 웃어대는 모습은 미워 할 수도 이뻐할 수도 없는 지경으로 내몬다.

    하지만 엄마는 대야에 물받아 놓고 얼른 아이를 허리춤에 안아 얼굴이며 목덜미를 뽀드득 소리나게 닦는다. 징징대는 자식새끼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닦고 흥~ 코를 풀게하고 머리를 감긴다. 매일매일 그 사랑을 받아 아이는 성숙해지고 온전한 한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이선자씨의 이야기다.
    "자식 키우는 것과 같구요, 숙성실 문을 열면 아이들이 방긋방긋 웃는게 보여요"
    "송아지 키우면서는 애들 눈망울에 푹 빠져들어가고 숙성치즈를 보살피면서는 속정이 들어갑니다"

    2009년 10월 어느날 나는 그렇게 하먼치즈를 만났다.

    대학때부터인가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동료들끼리 사진을 직을 때 으레 ‘자~ 치즈~~ 하세요’ 하고는 한컷한컷 셔터를 누르던 기억이 난다. 웃는 얼굴이 된다는 이유다. 하여튼 치즈를 즐겼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치즈는 내곁에 가끔씩 오가곤했다.

    치즈 (Cheese) 이야기

    치즈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언하기는 힘드나 인류가 야생 동물을 가축화해, 그 젖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6천-1만여 년 전의 일로 선사시대의 인간이 동물을 사육해 그 젖을 마시게 되고, 생명의 물이라 일컬어지는 귀중한 젖을 보존하려는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지게 된 것이 요구르트와 치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원전 3,500년 경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젖소와 양을 사육, 착유 및 우유를 가공하는 장면을 나타낸 석판화가 있고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도 치즈, 요구르트, 버터가 기원전 4,000년 경부터 만들어진 모습이 그려져 있어 치즈의 제조 역사는 수천년전 이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치즈 발견의 전설을 보면 약 4,000년전 카나나(Kanana)라 불리는 고대 아라비아의 행상이 먼 길을 떠나면서 우유를 양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채웠는데, 우유를 먹으려고 열어보니 여행을 하는 동안 태양열로 따뜻해진 우유가 흰 덩어리와 맑은 액으로 분리되어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 양의 위에 있는 응유효소(천연응고제)가 작용하여 우유를 응고시킨 것이다. 못 먹게 되었다고 바위 위에 버렸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하얀 덩어리가 꼬들꼬들하게 건조되어 있었다. 이를 먹어보니 씹을수록 감칠맛이 있어서 다음부터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다. 양을 치는 사람들이 양떼를 몰고 산위로 올라가 봄여름내내 양을 치다가 겨울이면 내려온다. 우유를 끓여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나머지는 가지고 내려오기가 뭐해서 동굴속에 버려두고 내려 왔다.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가 자기가 우유를 버려둔 자리에 꾸들꾸들 굳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먹어보니 구수하고 맛이 있었다. 동굴속의 일정한 온도 조건하에 겨우 내내 자연발효에 의한 숙성이 이루어져 전혀 다른 먹을거리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치즈의 역사는 더 많은 이야기와 기록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일부분을 소개하였다. 치즈의 유래와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다는 것은 발효식품이 우리에게 얼마만큼이나 유용하게 쓰였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으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김치를 대표로 꼽을 수 있다. ‘서양의 치즈, 우리나라의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라 할 수 있다.

    치즈는 지금까지 알려진 종류가 2천가지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만도 500여가지에 육박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치즈는 그리스와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제조법이 완성되었다.

    BC900년경의 작품인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이미 치즈의 제조와 관련된 묘사가 나온다. 율리시스가 양치기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까브(cave)안에서 발견한 젖담는 통들, 뿌옇게 흐르는 훼이(유청), 거르는 체와 쌓인 치즈들은 당시의 양젖치즈 제조법을 짐작하게 해준다.

    또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이 치즈만드는 젖과 치즈의 영양등에 대해 언급한 기록들도 있다.

    그리스로마시대에 치즈는 황제와 귀족의 연회에 오르는 단골메뉴였다. 특히 경질치즈는 로마보병군단의 필수 휴대품이었는데 이는 경질치즈가 각지로 전파되는 것을 도왔다.

    유명한 치즈들

    스위스의 에멘탈(Emmental)
    스위스의 대표적인 경질치즈로 스위스 에메강 계곡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탄력있는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호두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영국의 체다치즈(Cheddar)
    영국체더가 원산지이며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치즈로 만들어진다. 숙성기간은 3~6개월로 부드러운 신맛이다.

    네덜란드의 고다치즈(Gouda)
    네델란드가 원산지로 세계 최고의 치즈 중 하나. 부드러운 풍미와 잘녹는 성질때문에 마일드한 맛의 치즈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조직이 단단한 경질치즈로 노란크림색이 나며 부드러운 견과 맛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이 진행되는데, 숙성된 고다치즈는 향이 강해지면서 단단했던 조직이 부드러워진다.

    이탈리아의 파르메산치즈(Parmesan)
    이탈리아 파르마시가 원산인 매우 딱딱한 치즈로 분말치즈로 만들어 사용한다. 원통형이며 숙성기간은 3~4년이다.

    프랑스의 카망베르(Camembert)
    프랑스 카망베르지방이 원산지다. 풍미가 진하고 버섯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향미가 숙성되면서 점차 자극적인 쏘는 맛으로 변한다. 흰곰팡이를 이용하여 숙성시킨 연질치즈다. 숙성기간은 3주다. 치즈표면에는 흰곰팡이가 펠트모양으로 생육한다. 단백질 분해가 비교적 빠른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는 ‘하먼치즈가’ 있다.

       
      ▲ 노란빛이 체다치즈이고 하얀빛이 고다치즈다.

    하먼치즈(Hameon Cheese)

    전북 남원시 사매면 월평리 최명희의 혼불문학관이 있는 동네에 하먼목장이 있다. ‘하먼’이란 브랜드는 유가공상표로 고민하던 황사장에게 어느날 한 할머니가 대화도중에 전라도 말로 ‘하먼’ 이라고 대답한데서 착안했다. 하먼은 “그럼 그렇고 말고, 물론이지”와 같은 뜻이다.

    처음 들었을때는 어디 스위스나 네덜란드의 고풍스런 지명에서 따온줄 알았다. 우리말의 함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부르는 소리로도 이렇게 쓰일수 있구나 싶어서 혼자 피식 웃었다.

    이름이나 품질로나 이야기로도 세계의 명품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 오히려 우리땅에서 자란 풀을 먹고 큰 젖소가 생산한 무항생제원유로 만들어졌으니 우리몸에 맞기로는 안성맞춤이겠다.

    전남 광양이 고향인 황형연씨는 어릴 때 젖소키우는게 꿈이었다. 젖소의 커다란 눈망울에 매료된 그는 탄탄하게 직업이 보장되는 농협사무원으로 일하다 20년전 젖소 5마리로 목장 아닌 목장을 시작한다.

       
      ▲ 황형연씨로 하여금 농사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젖소의 순하디 순한 착한 눈망을

    지금은 젖소 130여마리를 키우고 일정물량 우유는 쿼터제로 유가공업체에 납품하고 남는 물량으로 발효요구르트와 수제치즈를 생산하여 국내에 고급수제치즈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 하먼목장 사료작물 재배현장(2만여평)과 생산공장 전경이다. 호밀, 수단글라스 등 생초사료의 의미는 좋은 우유를 생산해내는 제1관건이다.

    원유도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무항생제 품질인증을 받았다. 조만간 HACCP인증도 받을 예정이다. 돈 되는 상품만을 빠르게 빠르게 쫒아가지 않고 느리지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길만이 작은 목장형 유가공농가가 살아남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실천한 결과다.

    유제품의 경우 외국의 다국적낙농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신선하고 깨끗한 원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다.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우리의 발효음식 김치가 그러하듯 원재료 우유의 품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항생제 1등급원유를 기반으로 기본첨가물 이외에 일체의 화학첨가제를 투입하지 않고 오직 농부의 정성과 느리게 느리게 세월을 집어넣어 고급수제치즈를 만들어 낸다.

    하먼치즈상품들_군더더기를 뺀 치즈본연의 맛

       
      ▲ 숙성실 입구에 붙어있는 숙성치즈 현황표다. 3월 11일 제조한 것부터 필자가 방문하기 직전 10월 14일까지 만든 것까지 시간의 흐름, 기다림의 철학이 보인다.

    하먼치즈는 ‘수제 자연숙성치즈’다. 최소 5~6개월 이상 숙성실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핌을 받아 스스로 발효되고 익어간다.

       
      ▲ 모짜렐라(왼쪽), 체다치즈(오른쪽)

    원통형으로 숙성보관중인 체다치즈를 200g단위로 나누어 진공포장을 한다.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빵요리에 어울린다. 입안에서 살살녹는 질감과 부드럽게 퍼지는 치즈의 향이 있다.

    모짜렐라는 신선한 젓내속에 가벼운 단맛과 신맛이 나며 숙성치즈의 특유한 냄새가 없어 치즈 초심자들도 부담없이 즐길수 있다. 토마토, 바질(basil)과 함께 샐러드용으로 잘 쓰인다. 특히 가벼운 레드와인이나 상큼한 화이트와인과 같이 곁들여도 좋다. 이외에 고다치즈와 에멘탈치즈, 발효요구르트를 생산한다.

    치즈는 ‘유럽의 김치’ 이고 ‘유제품의 왕’이다.

    치즈는 한국의 김치와 같이 식탁에서 빠지면 안되는 요리이기도 하지만 발효식품으로서 건강에도 좋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는 수분의 함량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유 1000㎖는 치즈 100g, 요구르트 900g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물론 수분 함량이 많은 후레쉬 치즈의 경우 그 양은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우유 200㎖ 한 팩은 슬라이스 치즈 20g 1장과 그 영양적 가치가 같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치즈는 우유 한 컵(200㎖)이 치즈 20g(10분의1)으로 농축되는 우수한 영양식으로 섭취하는 주요 영양성분은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A, 비타민 B2이다. 이외에도 무기질로는 철(Fe)과 인(P)의 좋은 공급원이다. 그래서 치즈는 ‘유제품의 왕’이라고도 불리어 진다.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는 칼슘의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식품이다. 칼슘 함유량으로 친다면 멸치나 파래 등이 유제품보다 함유량은 훨씬 많다. 그러나 칼슘의 흡수율을 본다면 유제품을 따라갈 식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슘의 경우는 여타의 공급원과 비교해서 흡수율이 높아 우리의 치아나 뼈에서 자연적으로 감소되는 칼슘을 보충해 주며 칼슘 부족으로 생길 수 있는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치즈의 단백질은 제조공정 중 첨가된 유산균 및 렌넷효소에 의해 숙성중에 치즈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치즈 고유의 맛을 형성한다. 섭취시에는 소화 부담을 덜어주어 흡수, 재흡수, 또는 조직이동이 용이하게 된다. 치즈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다른 단백질 식품보다 많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라 할 수 있다.

    치즈내에는 유산균에 의해 유당이 거의 없어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이 있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우유를 마셔야 하나 속이 거북해서 꺼려지는 경우 우유를 대신해 요구르트나 치즈로 섭취를 대신해도 된다.

    살아서 숨쉬는 먹거리를 위한 노력

       
      ▲ 황형연 이선자씨와 아들 황인원군

    하먼의 고급수제 숙성치즈가 나오게 된 과정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황형연 이선자 부부가 원유생산목장을 넘어서 유가공 브랜드 육성을 목장의 미래로 삼은데는 안지기 이선자씨의 노력이 컸다. 이 부부는 2004년~2005년도 순천대학교 목장형 유가공과정에 등록해 차례로 치즈교육을 받았다. 부부가 최초로 치즈제조기술자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에 이선자씨는 국립축산과학원, 농업기술센터, 낙농육유협회강의 등 치즈관련 교육이란 교육은 빼놓지 않고 수강했다. 15개 과정을 거쳐왔다.

    또 큰아들 황인원씨도 한국농업대학을 졸업했다. 축산과 재학시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한 낙농목장(500두 규모)에서 낙농의 기본을 확실하게 다지고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낙농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의 손으로 우리나라에도 또 하나의 독특한 먹거리 고급 수제치즈가 태어났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혼으로 만든 고급 수제숙성치즈를 맛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숙성치즈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제가 만든 치즈를 숙성실에 넣을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치즈가 뒤집고 트고 갈라지는 것을 막기위해
    염짓물로 닦다보면
    자식을 기르는것 만큼이나
    정이갑니다.

    그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숙성치즈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그것을 보는게 즐겁습니다.

    이선자씨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먼치즈의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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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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