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종시 투자설’, 조중동 미묘한 시각차
    2010년 01월 06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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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매서운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도로는 빙판길로 변했다. 시민들은 새해 초부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언론 반응이 참 흥미롭다. 예년만 해도 언론은 정부 제설 대책 미비를 꼬집으며 사실상 ‘인재’라고 비판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제설 대책을 질타하기보다 시민들의 솔선수범 불이행을 꾸짖고 있다. 언론이 정부 비판을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한 것일까.

정부의 세종시 해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예상대로 정부부처 이전은 백지화하고 일부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세종시에 입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삼성의 선택이다. 정부는 삼성전자 LCD 사업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부터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의 선택을 둘러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미묘한 시각차는 주목할 대목이다.

다음은 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올핸 시민참여정치 원년" 시민단체, 지방선거 올인>
국민일보 <세종시 땅 3.3㎡당 36만~40만원 공급>
동아일보 <‘쓰레기’로 차 굴리고 오븐 켜고…>
서울신문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 ‘꿈의 뱃길’ 북극항로 연다>
세계일보 <세종시 땅 36만~40만원 공급>
조선일보 <바이오 신사업이냐 LCD냐 삼성전자 세종시 입주설>
중앙일보 <‘노마드 테러리즘’의 공포>
한겨레 <세종시 대기업에 헐값으로 땅 내준다>
한국일보 <권위있는 국제회의만 20여 차례 글로벌 리더 2000명 몰려 온다>

세종시 사업, 대기업 땅장사가 목적?

   
  ▲ 경향신문 1월6일자 5면.  
 

정부 세종시 해법의 핵심은 대기업 유인책이다. 대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세종시 투자를 선택하라고 유인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사업성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압력에 의해 세종시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는 별도로 쏠쏠한 ‘땅 장사’ 목적으로 세종시에 군침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 이전을 통해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 균형발전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겠다는 세종시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경향신문은 1면 <세종시 대기업 ‘주변의 반값’에 땅 공급>이라는 기사에서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기업과 대학에 3.3㎡당 36만~40만원 선에서 토지가 공급된다”면서 “세종시에 기업도시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는 한편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기구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의 핵심인 기업 등 자족기능 유치를 위해 토지 저가 공급, 세제 지원 등을 하기로 함에 따라 특혜 논란 및 타 지역과의 역차별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원형지 자체개발 가능, 막대한 개발 이익 기대"

   
  ▲ 한겨레 1월6일자 1면.  
 

특혜 논란이 불붙는 이유는 정부가 대기업에 제공하기로 한 땅은 기업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원형지’ 형태인데다 인근 산업단지보다 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5면 <결국 ‘돈으로 때우기’…특혜논란 불 보듯>이라는 기사에서 “기업의 입맛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혜다”라며 “예를 들어 원형지의 일부를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로 개발해 분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땅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세종시에 군침을 흘릴 가능성에 주목한 내용이다. 한겨레도 1면 <세종시 대기업에 헐값으로 땅 내준다>라는 기사에서 “원형지의 경우 토지 조성 비용을 기업이나 대학이 대야 하지만, 자체 개발이 가능해 이후 막대한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균형발전 도외시한 세종시 지원방안>이라는 사설에서 “이전 기업에 대한 특혜를 전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는 원형지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 기업들에 한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화 억제에 기여한다기보다는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로 갈 기업들을 세종시로 몰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종시 파격 인센티브, 다른 지역 역차별 논란

전국 각 지역의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등에 투자할 계획이 있던 기업들은 선택을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세종시로 방향을 틀 경우 다른 지역의 기업 유치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작용을 알면서도 세종시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려는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 정부부처 이전을 막고 충청권 주민 반발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런 정부의 태도는 원칙도 기준도 결여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자기모순 드러낸 세종시 ‘백지화’ 계획>이라는 사설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이 오직 일정표에 따라 ‘행정도시 세종시’를 ‘백지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바이오 신사업이냐 LCD냐"

   
  ▲ 조선일보 1월6일자 1면.  
 

경향신문은 “정부의 세종시 투자 유인책이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 자체가 자기모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세종시로 수도권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을 허용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모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모순을 풀어줄 구세주로 삼성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삼성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움직이면 충청권 여론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삼성의 선택과 관련해 조중동은 각기 다른 지면을 선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바이오 신사업이냐 LCD냐 삼성전자 세종시 입주설>이라는 기사에서 “삼성 쪽에서 먼저 검토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냐, 정부 쪽에서 희망하는 LCD 쪽이냐만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부처 이전 백지화를 상쇄하고 충청 여론을 ‘수정 찬성’ 쪽으로 돌려놓을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갖췄으면서 세종시 입주조건을 맞출 만한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뿐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삼성 바이오시밀러 사업 결정 임박"

   
  ▲ 동아일보 1월6일자 1면.  
 

조선은 삼성이 세종시 투자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LCD 사업’ 가운데 선택을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삼성 바이오사업 세종시행 결정 임박>이라는 기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인 기업 유치와 관련해선 삼성그룹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등 첨단생명공학 사업부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삼성과 특수 관계인 중앙일보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거론되는 대기업이 삼성이라는 점을 기사에서 부각시키지 않았다. ‘4대 그룹 계열사 한 곳’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앙일보는 3면 <"MB, 외국인투자 위해 세종시 땅 남겨두라 지시">라는 기사에서 “기업 중에선 4대 그룹 계열사 한 곳과 중견기업 2~3곳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들과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중견기업 웅진 등의 이름이 오간다. 하지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확정될 때까지는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업 중에선 4대그룹 계열사 한 곳이 거론"

   
  ▲ 중앙일보 1월6일자 3면.  
 

중앙일보의 신중론은 삼성이 세종시 투자를 선택할 경우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을 둘러싼 ‘정치적 빅딜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삼성이 세종시에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작년 연말 특별사면·복권된 것도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은 세종시 땅장사를 해서 먹고 살 기업은 아니다. 삼성이 세종시에 투자를 한다면 그만한 사업성이 있어야 하는데 언론도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삼성은 탕정에 이미 대규모 LCD 단지를 조성해놓고 있다. 211만㎡에 이르는 2단지 부지는 아직 공터로 비어 있다. 세종시에 LCD 신규 투자를 진행한다면 엄청난 투자비를 들여 조성한 이 부지가 낭비된다. 또 LCD사업이 탕정과 세종시에 분산됐을 때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삼성의 선택에 기대 충청권 민심을 돌려보려는 노력이 성공으로 귀결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여권 내부에서 세종시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신문은 4면 <세종시 ‘속도조절론’ 부상>이라는 기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여권에서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세종시 속도조절론 왜?

   
  ▲ 서울신문 1월6일자 4면.  
 

서울신문은 “속도조절론의 배경엔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득실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이어질 경우 충청권에선 불리할지 몰라도, 역으로 지방선거 승패의 척도가 될 서울시장 선거 등 수도권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도 3면 <"무리하지 말자">라는 기사에서 “(여권 내 속도조절론은) 1월에 발표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행처리를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으면 선거참패롤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다른 지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세종시에 파격적인 기업유인책을 꺼내고, 삼성의 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패로 끝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겨레는 3면 <"원주민 땅 빼앗아 기업에 주나 다른 도시 역차별 블랙홀 될 것">이라는 기사에서 “충청권은 물론이고 영호남에서도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헐값에 기업에 내주는 꼴’이라며 ‘행정도시 백지화는 전국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는데도 충청 여론이 돌아서지 않아 이 기업, 저 대학을 계속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최악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수정안은 상황에 따라 에누리가 되거나 바가지를 쓰게 되는 상거래가 아니라 정부와 충청도민 국민 사이의 신뢰가 담긴 약속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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