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세는 공산주의다?”
        2010년 01월 05일 0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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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세는 공산주의?

    세금문제는 시민혁명의 배경이 되었지만, 시민혁명으로 수립된 정부 또한 역설적으로 동일한 세금을 시민에게 부과하거나 세금 징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더 큰 고통을 시민에게 안겨주기도 하였다.

    이것은 시민혁명이 만들어낸 평등 개념이 법 앞에 평등 내지 의무의 평등에 머물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적 평등이나 경제적 평등은 평등의 개념에서 배제되었다. 모든 시민이 1인 1표의 권리를 가진다거나 경제적인 영역에서 유산자로부터 무산자에게의 부의 이전을 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보통선거권은 당연한 것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조세와 재정지출을 통하여 부의 이전을 목표로 하는 경제적 평등 또한 일정하게는 용인되고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조세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누진적 소득세라는 것이다.

    누진적 소득세는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높은 비율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지만, 100년 전에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소득세는 한 때 거짓말한 사람만 우대하는 사악한 세제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의회에 제출된 가장 공산주의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두세에서 누진세로

    소득세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자. 2006년도에 한국은 OECD 기준으로 227조를 세금으로 걷었다. 만약 이 세금을 인두세로 걷는다면 국민 1인당 1년에 약 5백만 원 정도 내면 된다. 모든 세금을 없애고 인두세로만 걷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세제개편을 한다고 하면 국세청도 필요 없고 단지 인구조사기관만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세제개편은 가능하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나 노숙자나 똑같이 5백만 원씩 내라고 하면 현대인 중에 이를 수긍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은 실각할 것이고,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마 폭동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1990년도에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닮고 싶어 하는 대처 수상이 이러한 인두세(poll tax)를 지방세에 도입하려고 하다가 폭동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노동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재산세로 마련된 지방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 재산세를 인두세(poll tax)로 바꾸려고 한 것이었다. 1990년 3월 31일이 10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런던의 중심지인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인두세에 대한 항의집회를 하고 있었다. 경찰이 이들을 강제 해산하려고 하자 시위대는 격렬히 저항하면서 건설현장에 들어가 빌딩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다. 이날 체포된 사람만 4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기념비적인 감세법안을 통과시킨 대처는 여세를 몰아 인두세까지 도입하려고 하였고,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음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선거에서의 패배를 두려워한 보수당의 지도부는 대처를 실각시켰고, 메이저가 그 뒤를 잇게 되고 인두세 관련 법률은 개정되었다.

    소득세와 현대인의 상식

    즉, 소득세는 현대인의 관념에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많이 버는 사람은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라는 것은 하나의 공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척되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념과 제도는 아직까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의 도입은 초기에는 전비(戰費) 마련이라는 우연적인 요소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이 관념이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보통선거권의 확대와 노동자계급 정당의 출현은 소득세를 하나의 정치적 아젠다로 만들었고, 그것이 1~2차 대전 와중에 만개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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