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경기도지사 출마해야 하는 이유들
        2010년 01월 04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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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를 다섯 달 앞둔 요즘, 진보신당 당원들은 섣불리 말하기를 꺼려하는 초미의 관심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경기도지사 출마 관련 심상정 전대표의 정치적 거취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초,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가 심상정 전대표를 향해 “지방선거가 아닌 은평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주장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고,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정경섭 마포당협위원장의 <레디앙> 기고가 이어지면서, 심 전대표의 의중이 사실상 은평을 재보궐선거 출마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10월 말까지만 해도 ‘당연히’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다수 당원들은 당혹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당은 1월 중순 마감되는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제1차 선출공고를 내고 심상정 전대표의 출마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후보등록 상황에 따라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제2차 선출공고를 낼 수 있는 여지를 남김으로써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향후 거취는 당연히 심상정 전대표 본인의 몫이지만, 진보신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여 일개 당원으로서 어쭙잖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심상정 전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정치적 순리이며, 진보신당을 살리고, 더 나아가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정치인 심상정이 대망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심상정 전대표의 고민 그리고 진보신당의 지방선거 방침

    지난 해 10월 안산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였던 임종인 후보가 겨우 15%를 얻는 것을 보며, 진보대연합마저 불투명한 현실에서 진보신당 독자후보로 출마해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정치인 심정정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더구나 후보자 기탁금만 5천만 원에다 기본 공보물만 해도 최소 1억이 훌쩍 넘는 선거비용을 생각하면 선뜻 후보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심상정 전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만 합니다.

    하지만, 각급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수백 명의 진보신당 후보들 중 그렇지 않은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31일 열린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진보신당은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선거연대 방침과 후보출마 방침을 다음과 같이 결정한 바 있습니다.

    – 당은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가치를 기치로 독자후보 출마를 원칙으로 한다.
    – 당은 지방선거에서 ‘반MB 대안연대’를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
    – 광역단체장과 광역비례선거는 16개 전 지역에 당의 후보를 출마시킨다.

    2. 진보신당의 최소 생존조건은 정당지지율 5%

    진보신당은 지난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선거연대 방침과 후보출마 방침을 결정하면서, 광역단체장 1명 당선, 광역비례의원 5명 이상 당선, 기초단체장 2명 이상 당선, 기초의원 50명 이상 당선 목표와 함께, 정당지지율 8% 이상을 목표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정당지지율 5%를 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2년 총선에서 TV토론회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이면서 지방선거 이후 정개개편에서 한축을 담당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당지지율 5% 을 얻지 못하면 지방선거는 실질적으로 패배한 것이고, 향후 진보신당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지방선거 당선자가 다소 적더라도 정당지지율 5% 이상을 획득하면, 향후 독자생존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많은 패를 쥐고 진보진영의 통합을 주도하며, 2012년 총선과 2013년 대선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 중 40%만이 진보신당을 알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에도 못 미치는 1~2%대의 민망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진보신당으로서는 5% 정당지지율을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닙니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보수양당 아래,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도 벅찬데, 진보신당과 지지층이 겹치는 걸로 알려진 친노신당(국민참여당)까지 참전하면서 진보신당의 생존환경은 더욱 가혹해졌습니다.

    3. 심상정 전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선택이 아닌 진보신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

    냉정하게 말해 지방선거 전에 합당이 이루어져 진보단일정당으로 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설사 요즘 말이 나오는 진보대연합(선거연합)이 성공하여 일부 선거구가 조정되더라도, 결국 정당지지율은 각자 정당 이름을 걸고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합니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에서 불행중 다행으로 진보신당은 지역조직의 약세를 만회할 수 있는 노회찬-심상정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의 공식결정에 따라 당원 숫자가 200~300명도 안 되는 허약한 시도당에서도 치명적인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광역단체장 후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국에서 각급 선거에 수백 명의 진보신당 후보들이 시베리아 벌판으로 쫒겨 나온 초심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1000만 서울 인구보다 많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심상정 전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은 5% 정당지지율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고, 그것은 진보신당 간판을 내리자는 말과 같습니다.

    심상정 전대표는 노회찬 대표와 함께 진보신당을 창당했던 주역이었고 당을 대표하는 뛰어난 대중 정치인입니다. 수많은 병사와 장수들이 죽을 각오로 전장에 나서는데, 총사령관이 뒤로 물러서려는 것은 정치적 지도자로서 바람직스럽지 않은 모습이며, 전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아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더욱이 서울-경기 광역단체장 득표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시민씨의 출마 여부와 출마지역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개의 패를 쥐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한쪽에서 발을 빼려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심상정 전대표님이 말씀하신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라도, 더욱 독한 모습으로 경기도지사로 출마해서 끝까지 완주한다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차일피일 뜸을 들이고, 마지못해 끌려 나와 출마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정당들은 아예 상대조차 해주지 않을 겁니다. 반쯤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후보를 협상대상으로 인정해줄 바보는 없을 테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지도자는, 때가 되면 대의를 위해 자기가 원하지 않는 길도 뚜벅뚜벅 걸어 가야만 하는 고독한 숙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지역감정 해소라는 대의를 위해 낙선할 줄 알면서 부산에 내려가 연거푸 세 차례 떨어지면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고, 심상정이 살아있고, 노회찬이 뛰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심상정 전대표가 진보신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사즉생의 각오로 선두에 서서 열심히 싸워줄 것을 믿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은평을도 열릴 것이고, 더 나아가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가슴에 품은 대망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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