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하면? 거품 폭발…성장 대위기
    실패하면? 3년 이상 장기침체 지속
        2010년 01월 02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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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사진=레디앙)

    2010년 5% 내외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정부나 민간기관은 모두 3% 정도의 세계경제 성장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불행히도 붕괴 직전의 바벨탑은 설계가 변경되지 않았다.

    대형 금융기관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해서 성공하면 이익을 챙기고 실패하면 납세자가 손실을 떠안는 ‘대마불사’의 구조는 여전하다.

    위험 분산의 묘약으로 믿었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도 구체화되지 못한 채, 상업용 부동산이나 자동차 대출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똑같은 성격의 폭탄들이 과잉 유동성이라는 산소호흡기 밑에 숨어 있다.

    더구나 더 장기적이고 더 풀기 어려운 글로벌 불균형 역시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숨어있는 폭탄들

    또한 세계경제가 현재의 예측대로 순조롭게 돌아 간다면 지금 같은 유가나 원자재 가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먹잇감을 찾는 과잉 유동성이 원자재 선물시장으로 몰려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의 낙관적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라는 형식이 큰 몫을 했다. 작년 4/4분기와 금년 1/4분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정부의 온갖 정책이 다 쏟아진 2009년 2/4분기와 3/4분기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당연하다(이른바 기저 효과).

    그러나 지난 해 3분기 동안, 즉 봄, 여름, 가을 동안의 경제성장율은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여전히 -1.8%에 머무르고 있다(한은 3/4분기 국민소득(잠정), 12.4). 민간소비는 -1.5%, 설비투자는 -15.5%였고 내수 전체로 -6.8%였으니 서민들의 체감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수출감소(-5.3%)보다 수입감소(-13.2%)가 더 커서 GDP의 폭락을 막았을 뿐이다.

    <표> 2010년 경제성장 전망

     
    2009
     
    2010e)
     
    2011e)
    1/4
    2/4
    3/4
    4/4e)
    연간e)
    상반
    하반
    연간
    연간
    GDP 성장률
    0.1
    (-4.2)
    2.6
    (-2.2)
    3.2
    (0.9)
    0.3
    (6.2)
    0.2
     
    0.7
    (5.9)
    1.1
    (3.4)
    4.6
     
    4.8
     
     
    ․민간소비
    0.4
    (-4.4)
    3.6
    (-0.8)
    1.5
    (0.8)
    0.2
    (5.9)
    0.3
     
    0.6
    (4.3)
    1.0
    (2.9)
    3.6
     
    3.9
     
     
    ․건설투자
    5.2
    (1.6)
    1.7
    (3.7)
    -2.0
    (2.7)
    0.1
    (4.0)
    3.1
     
    2.1
    (2.2)
    -0.6
    (2.7)
    2.5
     
    2.6
     
     
    ․설비투자
    -11.2
    (-23.5)
    10.1
    (-15.9)
    10.4
    (-7.4)
    2.3
    (10.2)
    -9.6
     
    0.7
    (18.9)
    1.9
    (5.2)
    11.4
     
    8.3
     
     
    ․상품수출
    -3.4
    (-14.1)
    14.7
    (-4.2)
    5.2
    (1.8)
    0.3
    (16.9)
    -0.1
     
    1.0
    (13.5)
    3.0
    (5.7)
    9.3
     
    10.6
     
     
    ․상품수입
    -6.2
    (-17.4)
    7.4
    (-14.3)
    8.6
    (-7.9)
    2.4
    (11.8)
    -7.3
     
    2.5
    (17.3)
    2.8
    (9.3)
    13.0
     
    7.8
     
     

    주 : 1) 연간 및 ( ) 내는 원계열 전년동기대비(%)
    2) 계절조정기준 상‧하반 전기비는 각 분기 증가율의 평균
    * 한국은행, 2010년 경제전망, 2009년 12월 11일

    그런데 올해 어떻게 갑자기 4.6%(이하 <표> 참조)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일까? 민간소비가 금년에 비해 3.6%나 늘어나고 설비투자 역시 두자릿 수 감소세에서 11.4% 증가로 급반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 비밀이다.

    금년 소비가 이 정도에 머무른 것도 자동차 세제혜택 등 특수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과연 사람들이 이제 살만하다며 내구재 소비를 늘릴까? 세계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기업인들은 갑자기 대대적 설비투자를 시작할까? 불행히도 중장기 기대의 급반전은 케인스의 용어로 ‘확률관계 0’에 가깝다.

    물론 이들 기관의 예측이 조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현재의 수치들을 과거의 모형에 넣어서 나온 결과이고, 그것은 최근의 호전 기미를 단순 연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체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4대강 등 토목건설에 목을 매달고, 반면 가장 효율적인 장기 투자인 교육과 의료 등 복지의 비중은 줄이고 있다.

    이명박식 성장주의 귀결 – 공공성 파괴와 생명 위협

    수도권 규제완화, 재건축 규제완화, 부실 건설사들에 대한 9조원 이상의 지원, 5+2 정책(광역 클러스터 정책), SOC 건설, ‘4대강 정비사업’은 모두 ‘전국의 삽질’ 정책이다. 이는 정확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기 정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요는 이미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중산층이 이런 투기수요 유발 정책에 넘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하는 경우 우리는 미증유의 거품폭발을 거쳐 2010~11년경 -5% 이하의 성장이라는 대위기를 맞을 수 있고, 다행히 중산층이 말려 들어가지 않는 경우 약간의 거품을 거친 후 3년 이상 지속되는 0~-2%의 장기침체를 맞을 것이다. 더 큰 거품으로 거품을 덮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결국 그 폭발과 더불어 한국발 금융위기, 나아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바다를 건너 튄 불똥은 한국 안의 폭탄에 옮겨 붙었다. 부동산과 자장면이 똑같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한 노무현 정권이 불러온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짓기만 하면 돈벼락을 맞는다던 주상복합 건설 사업에 저축은행(12조 2천억원), 은행(47조 9천억원+매입약정 10조원), 그리고 제2금융권이 파악도 되지 않는 돈을 쏟아 부었다. 도처에 널린 황량한 겨울 공사장은 아무 상관도 없는 국민에게 곧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내라고 강요할 것이다. 아주 낙관적으로 20%만 망한다 해도 무려 20조원이 넘는다.

    분양원가 공개 거부한 노무현 정권과 금융 부실

    헛된 욕망은 일반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집을 못사면 평생 이사만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리라는 초조함에 서민들까지 열심히 은행을 찾았고 위험한 기업대출보다는 안전한 고리대를 챙기자는 금융기관들은 그 욕망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의 2008년 9월 발표로도 가계 빚이 660조 3000여억원이고 이 중 부동산 대출을 약 30%로 치면 200조원 가량 될 것이다. 더구나 은행은 넘쳐나는 유동성을 부동산 담보 대출로만 풀고 있다. 만일 현재의 투기정책이 실물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결국 부동산 값의 폭락을 가져 온다면 곧 대규모 실업과 임금삭감이 닥칠텐데 제대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출과 부동산으로 불만 지피면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자동적으로 우리 경제를 선진화할 것이라는 주문 역시 이미 실천되고 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정책이다.

    첫째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다.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철밥통’이라는 예단은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2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그랬듯 ‘개혁’의 이름으로 공공성 파괴가 자행되는 것이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는 단숨에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 철도나 우체국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자산은 천문학적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임기 내 70조원 규모의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과 최근 편성한 대규모 건설투자가 초래할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셋째, 이런 어마어마한 기업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공공서비스 공급 시스템 붕괴

    일일이 폐해를 거론할 것도 없이 이러한 민영화/규제완화는 현재 제공되는 최소한의 필수적 공공서비스도 무너뜨릴 것이다.

    예컨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정보의 비대칭성), 교육(외부성이나 평등 지향) 등 가치재 산업을 민영화하면 고급 서비스 시장이 발전하는 대신 공교육이나 공공의료에 투입되는 자원과 인력이 줄어들어 사실상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일반 국민은 그 동안 누리던 공공서비스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전기, 철도, 개스,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에는 자연독점과 교차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기업이 담당해 왔다. 이런 산업을 민영화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공급되는 서비스 가격은 급등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떠한 민간기업도 교차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의 기세에 눌려 건강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보험업법을 개정해서 민간의보를 확대하고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병원당연지정제의 폐지로 이어져 곧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것이다. 공정택씨가 서울 교육감에 당선되자 마자 일사천리로 국제중학교를 세우는 것은 공교육 붕괴의 신호탄이다.

    더구나 이제 비준만 남겨 놓은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생명 대 이윤

    특히 건강과 생명이라는 생활 상의 원초적 요구는 신자유주의의 통상원리와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환경과 건강 정책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최우선의 원리로 삼는다. 문제는 이 원칙이 미국 고유의 통상 논리에 의해서 원천적으로 부정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쇠고기 수입의 예를 들자면 미국은 한국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려면 그 과학적 증거를 내 놓으라고 요구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필요불가결 증명'(necessity test=미국 통상의 원리)의 응용이다. 즉 30개월을 기준으로 수입규제를 하려면 그 규제가 필요불가결함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사후예방의 원칙에 대비해서 ‘사전증명의 원칙’이라고 부를 만하다. 쉽게 말해서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아직 확증할 수는 없지만 생명이나 자연에 치명적일 위험이 존재한다면 우선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 반면, 사전증명의 원칙은 그 위험을 먼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즉 생명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 이윤을 먼저 보호할 것인가의 대립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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