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대상 현빈이 안타깝다
        2009년 12월 31일 07: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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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정, 이요원, 김남주, 이 셋의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MBC 연기대상은 결국 고현정을 선택했다. 작년에 김명민과 송승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공동수상으로 사이버민란까지 촉발시켰던 MBC는 올해는 적절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 최고 화제작의 두 주연을 제치고 조연 배우에게만 단독으로 대상을 줌으로써 작년에 훼손됐던 명예를 회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연기상의 공로상적인 성격과 출석상적인 성격은 올해도 변하지 않았지만, ‘미실’의 단독 수상은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만약 고현정을 제치고 이요원에게 대상이 갔었다면 올해도 사이버민란이 터졌을 것이다. 혹은 고현정을 포함한 공동수상이었다면 민란까지는 아니었겠지만, ‘MBC가 그렇지 뭐’하는 비웃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대상에 고현정, 최우수상에 김남주와 이요원을 각각 안배한 것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아마도 김남주가 공동으로 대상을 받았을 것이다. 작년 송승헌 공동대상으로 인한 사이버민란이 워낙 엄청났기 때문에 올해엔 단독수상으로 결정난 것이니, 김남주가 송승헌 대상의 후폭풍에 직격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외면당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

       

      ▲ 드라마 <친구>의 포스터

    작년에 MBC가 민란의 불길에 휩싸여 있을 때 SBS는 찬사를 받았었다. 상업성을 기준으로 막장 통속 드라마에 상을 난사한 것은 SBS라고 다를 것이 없었지만, 대상에 문근영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대상효과 하나로 시상식의 이미지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상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고현정 대상은 올해 MBC 연기대상을 구원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깬 MBC의 선택은 나름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 바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점이다.

    올해 MBC에는 저주받은 걸작이 두 편 있었다. <탐나는도다>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다. 둘 다 작품성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버려졌다. 그나마 <탐나는도다>의 경우는 비록 시청률은 낮았으나 열성적인 팬덤의 사랑을 받기라도 했다. 내 주위에도 이 드라마 전편의 DVD를 산 사람이 있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런 일부의 뜨거운 사랑조차 받지 못하고 철저히 버려졌다.

    그렇게 시장에선 참패했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올해 가장 잘 만든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아이리스>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 중에 어떤 게 더 잘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공들인 사전제작으로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처음엔 영화 <친구>의 유사품인 것 같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그것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기도 했다.

    영화 <친구>가 남성 깡패들의 폭력, 우정 등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질곡 속에서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상처를 부각시켰다. 영화가 터프했다면 드라마는 서정적이었다. 영화가 멋있게 보였다면 드라마는 아팠다. 긴장감과 몰입도도 대단했다. 단지 너무 ‘칙칙해서’ 인기를 못 끌었을 뿐이다.

    이번 MBC 연기대상은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한 <탐나는도다>엔 공동신인상을 안겼지만, 시청률과 팬덤 모든 면에서 참패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철저히 외면했다. 만약 이런 작품까지도 상업성에 상관없이 챙겼다면 2009 MBC 연기대상은 고현정 단독수상과 함께 길이길이 상찬 받았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쉽다. 

    현빈이 안타깝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보여주는 아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던 배우가 현빈이었다. 영화 <친구>에선 ‘멋진 보스’ 유오성이 중심이었지만,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 보스의 그늘에 가렸던 악역 장동건의 역할을 부각시켰고 그 배역을 맡은 것이 현빈이었던 것이다.

    현빈은 트렌디 로맨틱 드라마에서 예쁜 미소를 통해 여성팬들에게 사랑 받았던 배우였지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마치 전설과도 같은 장동건의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모두 반신반의했다. 현빈 주위에서도 그 배역에 반대했다고 한다.

    드라마 초반 영화와 똑 같은 장면이 이어지며 현빈은 수렁에 빠졌다. 장동건과 사사건건 비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기 시작한 중반 이후 현빈은 빛나기 시작했다. 혹은 현빈이 빛나면서 드라마가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영화와 다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아픔, 그것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로 동수역의 현빈이었다. 현빈은 여성팬들을 매료시켰던 그 예쁜 미소를 완전히 버리고 아픔을 간직한 동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처연하고 서글픈 현빈의 눈빛은 작품과 배우로서의 현빈 자신을 모두 구원했다. 가히 올해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현빈을 연기대상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이른바 시청률 지상주의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어차피 공동수상 남발하는 김에 현빈의 연기도 인정해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시장에서도 시상식에서도 철저히 버림받은 현빈을 이렇게라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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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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