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동유럽 변화에 대한 역사보고
        2010년 01월 03일 03: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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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부터 동유럽의 정치적 격변이 시작되었다. ‘현실 사회주의’는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고 자본주의만이 인류의 대안이라며 동유럽 각국에서의 시장화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동유럽은 여전히 가난하고 고단하다. 오히려 만성적 경기침체로 대중의 생활수준은 저하되었고, 20년 전 ‘사회주의’란 이름으로 이들의 위에 군림해 온 자들은 20년이 지난 후에는 ‘자본주의’란 이름으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동유럽의 정체, 내지는 퇴보의 원인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민중의 세계사』저자인 크리스 하먼이 1989년, 동유럽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며 쓴 저작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붕괴』(조정환 역, 책갈피, 6,500원)이 번역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유럽 혁명과 소련의 이행이 ‘체제 변혁’이 아닌 체제의 ‘옆 걸음질’이었기에 정치경제의 정체적 현상이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왜 옆걸음질인지 알기 위해서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국가자본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그 사회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동유럽과 소련을 바라보면, 이 국가들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체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수십년 만에 서방 국가들을 따라잡은 급속한 공업화와 고도의 경제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렇게 잘 나가던 경제가 왜 장기침체에 빠졌다 붕괴했는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사회변혁을 추구하며 성장했던 스탈린주의 좌파들이 소련의 해체 이후 꿈을 버리고 자본주의의 현상을 치유하는 일에 몰두하거나, 충실한 자본주의자로 변신하는 것도 국가자본주의가 그 바탕일 것이다.

    최근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동유럽 모델을 둘러싼 논쟁을 위해 옛 소련과 동유럽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책이 여기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 *

    저자 – 크리스 하먼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영국의 좌파 이론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였고, 그 전 20여 년 동안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로 일했다. 지난해 카이로에서 이집트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포럼에 연사로 참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대학생 단체들의 2009년 대학생 추천도서 50선에 꼽힌 『민중의 세계사』(책갈피)를 비롯해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 공저),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갈무리),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책갈피), 『패배한 혁명 : 1918~1923년 독일』(풀무질) 등 10여 권이 있다.

    미국의 유명 록밴드 RATM이 2집 앨범 <악의 제국Evil Empire> 재킷에서 『세계를 뒤흔든 1968』(책갈피)을 포함한 크리스 하먼의 책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역자 – 조정환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현재 다중네트워크 공동대표,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성공회대에서 탈근대사회이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 등 다수의 저서가 있고,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 1』(S 볼로냐 외, 갈무리, 1997), 『자유의 새로운 공간』(A 네그리 외, 갈무리, 2007) 등의 편역서와 『들뢰즈 맑스주의』(N 쏘번, 갈무리, 2005), 『다중』(A 네그리 외, 공역, 세종서적, 2008) 등의 많은 번역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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