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고달픈 운명 어디로?
    2009년 12월 31일 05: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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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관계법)이 새해 벽두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강행처리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사위가 산회된 후 법안심사기일 지정이 발표된 데다, 노동관계법은 아예 심사기일 지정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아 연내 처리가 무산되었지만, 국회의장이 31일~1일 중 법안심사기일을 재지정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노동법 개정안 처리 압박

한나라당으로선 이미 올해 중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차피 본회의 차수를 변경해야 할 경우 노동관계법도 함께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전면 실시(현행법 실시)는 노사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위원장 중재안이 상임위에서 합법 처리된 만큼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한나라당의 예산안 일방처리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항의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진보정치) 

또한 예산안 시행에 필요한 관련 부수법안이 21개인데, 김 의장은 9개만 심사기일을 지정한 것도 심사기일 재지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심사기일 재지정 시 노동관계법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조해진 대변인은 관련 법안이 제대로 심사기일 지정에 반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무적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임을 드러냈다.

정부도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에게 노동관계법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직전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국회에 있는 것을 봤다”며 “김 의장과 한나라당에게 노동관계법 처리를 압박하러 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 역시 “국회의장이 다시 심사기일을 정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사위원장이 거부하더라도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넘길 경우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며 “현재 임시국회가 1월8일까지 개최되기로 합의되어 있기 때문에 1월 1일에서 1월 8일 사이 언제든지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과 직권상정 절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형오, 노동법 직권상정 할까?

그러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민주당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 부담스럽다. 지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도 단 3개의 관련 법안 처리가 헌법재판소까지 다녀오는 ‘후유증’을 겪었는데, 노동법을 처리하면서 예산안 처리 절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지도부도 국회의장도 상당히 고심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노동관계법은 실력저지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미디어법 때와 같이)소란이 재현되면 예산안 관련 부수법안 처리도 어려워진다”며 노동관계법 직권상정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또한 김형오 의장 자신이 노동관계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발목을 잡는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를 통해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직권상정하면 정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운하 예산안에 노동법을 끼워넣어 날치기 하려 한다”며 “김형오 의장은 노동법 개정안은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직권상정하면 정국에 도움 안 된다며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고 오늘도 심사기일 지정에 노동법은 목록에 제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갑자기 노동법 본회의 처리 주장한 것은 김형오를 압박해 기어이 노동법 날치기를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며 “노동법은 노사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 토대로 개정되어야 하며, 추미애 안은 사실상의 노동개악안으로 민주당은 분명히 추 위원장 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새해 날치기 통과 유력"

다만 30일, 노동관계법이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의 주재 하에 상임위 통과되었기 때문에 김 의장이 직권상정 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우제창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저렇게 압박하는데, (직권상정을 거부하기)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국회의장이 또 다시 이 법을 가지고 직권상정할 것인지 여부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불투명하나, 재계, 한국노총, 노동부의 강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1월 8일 임시국회 마감 사이에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가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김 의장에 의해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보전을 위한 특별 임단협 및 보충교섭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는 2010년 7월 전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타임오프 상한선을 초과하더라도 효력이 유지된다. 

민주노총은 단체협약을 통해 전임자 수와 타임오프 범위를 최대한 확보하고,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을 획득해 조합비 인상을 통한 재정자립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으로, 통상 임단협이 1년 단위로 체결되는 것을 볼 때 최소 2012년 상반기까지는 전임자 임금지급이 가능해 진다.

한편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연내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시한의 여부와 별개로 우선 현행법 적용이 불가피한 가운데, 야당과 민주노총은 “차라리 현행법이 낫다”고 강조하는 있다. 민주당 환노위 의원들은 31일 별도의 성명을 통해 “현행법이 문제가 있으나 추미애 중재안보다는 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에서 다시 환노위로 되돌려라

이들은 “복수노조 시행으로 인한 혼란은 없을 것이며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이 일부 제한되어 노조활동의 위축될 것이나 민주당은 합리적인 노조전임자 급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해 보완할 것”이라며 “이미 법사위원장에게 회부된 노동관계법을 환노위로 반려시켜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관계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노동과 세계)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31일 오전 여의도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법과 추미애 중재안을 비교했을 때 기존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 3자 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중재안은 최악이며, 현행법이 차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2010년 1월 1일부터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게 됨으로써 노조 건설 시 당장 교섭권을 갖게 된다”며 “정부가 행정고시나 대통령령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다 해도 위헌 소지가 높아 노-사, 노-정 간 법적 다툼이 일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부가 지난 29일 행정예고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담은 고시는 창구단일화 관련 법 본문이 없는 상태에서 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과 민주노총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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