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 속 민주노총은?
    2010년 01월 05일 1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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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민주노조’ 탄생기인 1987년 여론은 이 ‘전투적’인 노동조합 운동을 지지하고, 이들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당시 언론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96~97년 전 세계 언론과 노동계 주목을 받았던 민주노총의 전국적 ‘총파업’이 1개월 가까이 지속됐음에도, 파업에 여론의 지지는 70%를 웃돌았다. 대중들이 언론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노조 운동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중들의 노조운동에 대한 인식은 차갑고 비판적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위기, 고립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언론의 왜곡보도 등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일면적 인식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위키’에 약한 노동조합

최근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노조 운동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평가받을 만하지만, 구체적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 노조운동의 다양한 면모를 인터넷 공간을 통해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실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동조합의 인터넷 홍보는 미진한 상태다. 예컨대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에 소개된 민주노총 관련 소식은 지엽적이거나 부정확한 것이 상당수다.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나와 있다.

위키백과에 소개된 내용 가운데에는 “2007년 3월 29일 참여정부의 한미FTA에 반대하여 허세욱이 분신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민주노총은 치료비 모금 운동을 벌였지만 이후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치료비 지급이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고 허세욱 씨에 대한 치료비 문제는 이미 해결된 상태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2007년 당시 치료비 문제로 유족과 의견차가 발생했으나, 지난 2008년 병원 측과의 의견 조율 후 모금한 치료비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 위키백과의 ‘민주노총’ 소개 내용.

위키백과에는 또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폐지, 연방제통일 등 정치적 주장을 펼치기도 해 북한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최근 경찰버스 파손 및 경찰 물품 탈취 등의 폭력시위 혐의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는 등 민노총 주도의 반정부 폭력시위가 비난을 받고 있다”고 나와 있다.

주석으로 달린 기사들은 ‘공무원노조 정치투쟁 단호 대처’(세계일보), ‘친북세력 北送추진운동 벌어져’(독립신문), ‘민노총, 집회 중 경찰버스 파손 100% 물어줘야’(중앙일보) 등으로 모두 민주노총에 악의적 기사들이다. 

악의적, 비판적 내용이 중심

하지만 현재의 노동계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위키백과의 운영시스템으로, 누구든지 ‘편집’을 눌러 내용을 고칠 수 있다. 또 목적에 관계없이 사용이 자유로운 자유 콘텐츠 프로젝트다. 즉, 민주노총이 조금만 홍보에 신경을 썼다면 위키백과 내용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물론 비판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해야 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조합원이나 일반 시민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상에서 잘못된 비판이나 사실 무근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해 대국민 선전전을 벌이면서도 돈은 들지 않지만, 기본적인 인터넷 홍보에는 무심한 편이다. 민주노총 홍보미디어실 서경찬 미디어부장은 “집회나 기자회견 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온라인 홍보에는 대조적으로 신경을 많이 못 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운동이 제조업,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았다”면서도 “지난해 경우 포털사이트 <다음>에 등록해 ‘네티즌과의 대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블로그 기자단을 모집해 온라인 홍보 활동에 일정 정도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위키백과의 ‘한국노총’ 소개.

한국노총 역시 다를 바 없다. 위키백과에 ‘한국노총’을 치자 연혁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소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이다. 1961년 5월 16일 5.16 쿠데타로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 뒤 기존의 모든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고 옛 대한독립총성전국노동총동맹의 인사들로 한국노총을 결성하게 하여 탄생했다”는 게 전부다.

더군다나 서울 영등포 여의도에 있는 한국노총이 아직도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암동 168-24”에 있는 것으로 적혀있다. 이상진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뉴미디어 국장은 “홍보부족에 대한 내부적 지적이 있다”면서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인터넷 공간 일상적 홍보 강화"

그는 “‘위키백과’나 노동계에 대한 비판 글이 많이 올라오는 ‘네이버 지식인’ 모니터링을 통한 온라인 홍보에 매진해야 하지만 미디어 홍보 담당자는 한 명으로 세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철도노조의 합법적 파업에도 불구하고 노동진영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부의 불법 낙인과 자본과 보수언론의 ‘밥그릇’ 프레임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 프레임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며, 따라서 노동계에서도 일상적 홍보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 서 부장은 “온라인 홍보가 중심 투쟁이나 과제가 되기에는 아직 미흡하지만, 지역본부별 정보통신 실무교육을 통해 사이버실천단을 배출하고 이들이 ‘댓글달기’ 활동, 조합원 블로그 활성화 작업에 동참함으로써 일상적 홍보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이 국장 역시 “노동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 좋겠지만 온라인에 올라오는 노동진영에 대한 여론은 비판적 시각이 많다”며 “이러한 시각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제대로 운동하고 몸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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