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가 된 촛불, 끝나지 않은 재판
    By mywank
        2009년 12월 31일 03: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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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강전호 씨(닉네임: 한판)는 올해 6월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았다가 조문객들을 채증하는 경찰에 항의를 하던 중 연행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되었다. 하지만 강씨는 이에 불복해 내년 1월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2 – 박 아무개 씨는 올해 .3월 용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을 폭행하고 지갑을 빼앗아 물품을 구입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절도’ 문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박씨는 ‘집행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지난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다시 구속시켰다.

    #3 – 김홍일 씨(닉네임: 숄져)는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올해 2월 용산 집회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구속 기소된 김씨는 3차례 재판을 받은 뒤 지난 5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재판은 잠정 중단되었다.

    올해를 넘기는 ‘촛불재판’들

    지난 29일 서울 만리동에 있는 인터넷카페 ‘안티 이명박’ 사무실에서 만난 촛불시민들은 자신 혹은 주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법원 선고에 대한 불복, 재판부의 횡포, 집시법 논란으로 인한 재판 중단 등 ‘촛불재판’이 올해를 넘기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지난 29일 ‘안티 이명박’ 사무실에서 백은종 대표(왼쪽, 닉네임 초심) 등 촛불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우선 촛불시민들은 벌금형 등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전호 씨는 “경찰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조문을 방해하고 시민들을 연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벌금을 내지 않기로 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은종 ‘안티 이명박’ 대표(닉네임:초심)도 “촛불시민들이 돈이 아까워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불법적인 행태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저항의 의미’가 있다”며 “경찰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한 법정에서 촛불들의 저항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불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권력의 불법…이유 있는 ‘불복’

    촛불시민 박 아무개 씨 사례를 들려준 김홍일 씨는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보통 항소를 하면 처벌의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한 것 같다”며 “박 씨에게 ‘경찰 폭행’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는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이 어떻게 반성을 하고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야간 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당수 촛불시민들의 재판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촛불시민들은 내년 6월 30일 이후 관련 조항의 효력이 사라지면 비교적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재판 장기화에 따른 심적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촛불아 힘내’ (사진=손기영 기자) 

    김홍일 씨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한 헌재의 판결 때문에, 내년 6월 이후 집시법을 위반한 촛불시민들에 대한 재판이 일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현재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재판이 중단된 촛불시민들이 많다”며 “해당 집시법 조항의 효력이 사라지면 재판 결과는 아무래도 좋게 나올 것 같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야간집회 판결로 재판 잠정 중단  

    지난해 5월 청계광장에서 ‘안티 이명박’ 주최의 촛불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집시법 위반)로 구속 기소되었다가 지난 1월 보석으로 풀려난 백은종 대표 역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백 대표는 “아무래도 야간집회 금지 조항의 효력이 없어질 시기가 돼야 재판이 다시 열릴 것 같다. 오랜 기간 끌어온 재판이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안티 이명박’ 사무실에서 만난 촛불시민들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 △경찰의 강경진압 문제를 올해의 미해결 ‘촛불 과제’로 꼽기도 했다. 우선 올해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있으면 일방적으로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해, 네티즌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들이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 게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묭시하고 있지만, 게시자의 복원권은 보장하지 않고 있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 44조 2의 개정이 시급한 상태다.

       
      ▲방패를 들고 있는 전경들 앞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인터넷 감시-강경진압 해결 안 돼

    올해 ‘사무라이 조’로 불린 조삼환 경감의 사진과 이를 설명한 글을 인터넷카페에 올려, 다음 측으로부터 브라인드 조치를 받았던 권오룡 씨(닉네임:후지산)는 “포털 측은 일단 막아놓고 사후 처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내가 쓴 글이 검열을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후 카페에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러워 졌다.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었던 경찰의 강경진압 문제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내년 7월부터 합법화되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비해 시위대를 향해 조명을 비추고 경고방송이 가능한 다목적 차량을, 시위대에게 이격용 분사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분사기 충약차량을 구입하기로 하는 등 진압장비 보강에 골몰하고 있다.

    백은종 대표는 “경찰의 불법적인 진압 문제가 올해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시민들이 두려움에 빠져 있고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지난해보다 촛불운동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며 “경찰은 시민들이 낸 혈세로 진압장비를 구입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힘으로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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