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방향 ‘추추트레인’
        2009년 12월 31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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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의 붙박이 주전 외야수 추신수 선수의 별명은 ‘추추트레인’. 추 씨라는 성이 영어에서 기차소리(choo-choo)와 같은데다 그의 폭발적인 활약을 두고 미국 야구팬들이 불러주는 애칭이다.

    추미애의 폭발적 활약

    국회에는 또 한명의 ‘추추트레인’이 있다.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그 사람이다. 그의 폭발적인 활약은 앞서 지난 6월 논란이 되었던 비정규직법 처리 과정에서 빛났다.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이지 않으면 7월 1일부터, 해고 쓰나미가 밀려들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도 노총과 야당의 의견을 들어 끝내 버텨냈고, 현행법을 고수해냈다.

    당시 추 위원장의 이 같은 활약(?)에 민주노총과 진보 야당은 반색을 표했다. “원칙있는 정치인”, “강단있는 정치인”이라며 달리는 기관차와도 같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던 추 위원장에게 찬사를 쏟아냈고 한나라당은 역정을 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추 위원장 등을 겨냥해 "다수당이 상임위를 다 먹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추추트레인’이 또 일을 냈다. 이번에는 13년 간 논란을 이어왔던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관계법)을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추-한 동맹을 통해 통과시킨 것이다.

    추 위원장의 노동관계법 통과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정부와 경영계-한국노총이 마련한 ‘3자 야합안’이 당사자인 민주노총의 의견이 빠져있다며 거부하고 8인 연석회의를 열어 민주노총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추 위원장이 민주노총과 야당의 반발 속에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시킨 채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드라만데 일종의 ‘사기극’에 가까운 단막극이다.

    이는 추 위원장이 환노위 상임위원장이라는 막대한 권리와 지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그 지위를 이용해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켰고 국회 경위들은 그의 명을 받들어 야당 소속 환노위원들과 보좌관들, 그리고 ‘공개회의’라면서 기자들의 출입까지 막아섰다.

    민주노총 뒤통수를 친 추추트레인

    결국 추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자신이 소속된 당을 조롱거리로 만들었고, 무기력하게도 추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진보야당과 민주노총의 뒤통수를 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차명진 의원(한나라당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으로부터 “소신있는 정치인”, “강단있는 정치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나아가 상임위 위원장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동자들의 총파업 못지않은 강력한 파워였다. 노동자들이 투쟁도 조직해야겠지만, 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환기시켜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추 위원장의 이러한 선택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추 위원장이 당보다는 개인 정치를 하려는 욕심이 강한 것 같다”고 불만은 표출했지만, 기차는 역을 떠났다. 추미애호 열차가 가는 길에 ‘비정규직법 원안고수’역을 통과하는 바람에 그 목적지가 민주당과 진보야당, 민주노총과 가는 길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애초에 기차의 종착역은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노동법 개정안은 산별운동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노동3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역방향’ 안이었다. 추 위원장과 한나라당은 ‘창구단일화’에 ‘산별’에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 했지만, 원안에 있는 복수노조 자율교섭 허용에 비하면 오히려 ‘창구단일화’라는 제도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결국 역방향으로 달리는 추추트레인으로 인해 추 위원장 뒤에 누웠던 철길 위 노동자들의 권익이 약 10여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진 셈이 되었다. 그렇게 추 위원장은 스스로 보여주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기차가 역방향으로 돌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혹은 기차를 탈 때, 그 목적지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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