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따지지 말고 현장 떠안아야"
    2010년 01월 04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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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노동진영에 대한 위기 진단이 더 이상 ‘입에 쓴 약’이 되지 않고 있다. 내외부적 공격에 면역력이 생기기보다는 만성화되고 있는 것. IMF 이후 노골화된 사회 양극화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았고,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구조조정의 칼날은 민주노조운동의 목표를 ‘고용보장’으로 한정짓고 있다.

이에 <레디앙>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기륭전자의 김소연 분회장과 정규직 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차지부 출신이자 민주노총 투쟁의 동력인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을 진단하고, 노동진영의 양극화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노동진영의 위기에 대해 “자본과 정권의 의도가 노동진영에 먹히고 있다”며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고, 비정규직이 하청과 초단기 계약으로 나눠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진영은) 갈등과 분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륭전자의 김소연, 현대자동차의 박유기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내 삶을 바쳐 자본주의를 깨고 새로운 대안사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최소한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운동의 원칙과 대의를 유지하는 사람의 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운동의 위기가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운동을 바로세우기 위한 해답을 ‘현장’에서 찾았다. 김 분회장은 “현장은 말단도, 아마추어도 아니”라며 “실제 살아 움직이고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게 현장이며, 현장은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역시 “쌍용차 투쟁 당시 조합원들은 ‘금속노조가 한 게 뭐가 있느냐’는 평가를 내렸다”며 “지도부가 ‘조합원 정서 때문에 투쟁하지 못했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조합원들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며 “비정규직법, 파견법 등 국회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행위가 노동자 삶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기에 현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투쟁을 모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지난달 29일 있었던,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의 대담 전문이다.

                                                           * * *

레디앙(이하 레) – 지난 2009년, 전반적으로 노동탄압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낌은 어땠는가? 특히 박유기 위원장은 금속 위원장이 되었는데, 금속 위원장의 입장에서 2009년의 노동상황을 전반적으로 돌아보자면?

박유기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하 박) – 담배를 끊은 지 오래됐는데, 올해 2~3달 담배를 피웠다. 금속위원장을 맡아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금속이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있는데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지난해는 이명박 정부 2년차다. 용산참사부터 쌍용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또 하반기 노동법 개악까지 보면 거의 민중민생, 노동이 아예 70년대로 회귀한 것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나부터 시작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러한 상태가 2010년에도 유지된다면 절망적이다.

얼마 전 구치소에 있는 한 동지에게서 ‘구치소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명박 정권과 민주노조운동의 운명이 같이 종말을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편지를 받았다. 나 역시 심증적으로 그런 위기감도 느낀다.

   
  ▲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이하 김) – 지난 2008년 기륭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며 투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단식도 했는데 해결되지 않고 해를 넘겼다. 그러니 2009년은 기륭에서 보면 힘겹게 시작한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용산참사가 터지면서 조합원은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2008년 10월, 처음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고 기륭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이 더 심화된 모습이 용산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게 더 심각해지면서 쌍차까지 이어져 온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2009년 우리는 ‘노동자로서 자존심은 지키자’고 각오를 했다.

우리는 굴욕적 합의를 할 수 없다. 아무 것도 없이 손 털고 떠나는 한이 있어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자는 게 조합원들의 결의사항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투쟁이 2009년에 있었다. 매일 있었던 출근 투쟁을 계속 하면서 용산 문제와 쌍차에 결합했다.

김소연 "기륭이 용산되고 쌍용차 됐다"

조합원들도 처음에는 기력도 잃고 신명도 나지 않아 상반기를 우울하게 보냈는데 연대하고, 다시 하반기 투쟁을 선포하면서 두 가지를 결의했다. 하나는 목숨을 걸고 싸웠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원인, 파견법과 이명박 정권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저지하고 또 하나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분명히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 기조로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2009년을 되짚어 보면 비정규직 투쟁이 전면화 되지 못했다. 문제는 용산, 쌍차 문제였는데, 그걸 보면서 비정규 문제랑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비정규 문제의 뿌리는 ‘정리해고제’라고 보고 있는데, 이것이 결국에는 끝까지 간 상황이다. 이제 할 것은 다 같이 싸울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던 한 해다.

– 2010년은 노조법으로 시작될 것 같다. 그 외에도 지난해 장기투쟁사업장 중 해결된 사업장도 거의 없었다. 현재 처해 있는 환경에서 앞으로 노동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 것 같나.

– 우리는 일단 파견문제로 싸우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 질 것 같다. 이제는 기륭같은 사례는 나타나지 않을 텐데, 왜냐하면 자본은 이제 더 노골적으로 편법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제조업은 파견노동자를 쓰며 3~6개월짜리 초단기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하고 있다.

예전 구로공단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응답자 중 ‘회사에서 나오라 하면 나가고, 쉬라고 하면 쉬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있었다. 한 달 임금은 30~40만 원이 고작이다. 일본식 호출형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더 격렬한 투쟁이 2010년에 벌어질 것 같다.

요즘은 호출형 날품팔이 비정규직

– 금속노조는 2010년 사업계획을 심의하고 있는 중이다. 금속노조는 조합원과 간부, 지도부간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최근 금속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내부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고. 산별노조다운 투쟁이 안 되고. 산별노조다운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금속노조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가 대의원에게 7% 수준이다. 

   
  ▲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2010년에는 투쟁으로 볼 때 두 가지 정도의 쟁점을 배치해야 한다. 우선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다. 전 사업장에서 특별단협 또는 보충 교섭을 요구하고, 조기 투쟁 전선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장투사업장이나 조선사업 부분도 구조조정 문제가 계속 밀려오고 있기에 전선을 묶기 위해서라도 조기전선 구축이 필요하다.

또 최대한 2월말 중에 임단투 요구안과 방침을 확정하는 대대를 열고 임단협을 3월부터 시작하면 5월 정도에는 전체 투쟁 전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우선 금속 16만이 함께 하는 투쟁이 뭔지 만들어 가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2010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어, 지자체 국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임단투를 5월에 집중시키는 건 선거를 염두에 두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치겠다는 계획인데. 아쉽게도 이를 지휘할 총연맹이 1월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사업 계획이 구체적으로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아무튼 2010년에 주체적인 전술을 전면적으로 배치하지 않으면, 선거가 없는 2011년이 가장 위험한 국면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명박 정부도 2012년 총선을 놓고 노동판 정리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전선을 치는 것이 2011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핵심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관철되면 자포자기 만연

그런 측면에서 금속도 그런 계획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2009년을 지나면서 느끼는 건, 대공장 구조조정이 관철되면서 자본이 자신감을 갖고 희망퇴직을 공모해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무기력해지고 패배의식이 생기고 자포자기하게 될 것이다.

자본은 여기에 편승할 것이다. 이미 KT를 비롯해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받고 있는데, 내년 1월로 넘어가면 제조업으로 넘어올 것이거다. 벌써 한진중공업이 희망퇴직 접수를 발표했다. 우리 스스로가 무기력함을 끊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걸 우리 내부에서 어떻게 추동해 낼지가 관건이다.

– 이명박 정부는 노동과 타협하려는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평가하자면?

–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사면됐다. 예전에 ‘사면’ 논의가 나오면 양심수를 얼마나 사면시킬 것인가가 쟁점이었는데 요즘엔 기업인 몇 명이냐가 쟁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명박이 만든 것이다. 그러니 ‘노동정책’이라고 해봐야 정책이 없다. 노동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데….

지난해 아쉬웠던 것은 쌍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모아지지 않았던 힘이다. 이건 비정규 투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륭만 해도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데, 정부는 국정원까지 동원해 총공세를 하는데 반면 노동진영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 싸움 크게 만들면 더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다.

2010년에는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로 인한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한 사업장만의 투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하나로 묶어 싸우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즉 이 모든 상황이 정부의 정책에 입각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내용까지 합쳐 전선을 쳐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한다.

5월 투쟁도 임단협이 중심이나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한 판 싸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투쟁은 ‘집회 몇 번’이라는 수준을 못 넘고 있다. 민주노총이 반이명박 전선을 치고 싸우자고 하는데, 다른 데서 반이명박 전선을 찾는 것 같다. 투쟁하는 단위들을 묶고 함께 얘기하며 싸우는 것이 반이명박 전선으로 가는 길이 되어야 한다.

엉뚱한 데서 ‘반이명박’ 찾지 말고 현장에서 싸워라

– 나도 그렇게 고민하고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투쟁과 장투사업장을 각 축으로 대응해보기로 하고 사무처회의를 했는데, 이 때 금속의 운영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첫 회의 때는 ‘150 정도 대오로 2박 3일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얼마 후 ‘100명 정도로 1박 2일’을 하겠다고 하고, 그 다음 35명이라 하고, 이런 식으로 해당주체들이 참여의사가 없으니 회의를 하면 뭐하겠나. 책임있게 집행이 안 되고 있다.

투쟁사업장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안정적 전망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실제 조직과 자금이 동원돼야 뭔가 믿음이 생기고 해볼 의지가 생길 수 있다. 구조조정에 착수한 대림자동차에 가서 ‘동지들이 금속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우리가 함께 까지 간다’고 말했다. 발레오공조에서도 발레오 자본이 한국 내 납품을 계속 하면 끝까지 대항해보자 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 모아 어떻게 사업을 금속노조가 성과적으로 끌어안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 중앙위에서 장투사업장 지원을 위한 특별 결의건을 상정했는데, 본조 예산의 2%를 장투 임금으로 하자는 계획이 잘 처리가 안 되고 있는데, 여기에 30억 정도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투쟁 자원은 마련하고 시기마다 투쟁 사업장들을 하나로 묶어, 집중투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장투-정리해고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지 고민이다. 금속이 응분의 투쟁을 통해 조직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내년에 조직편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기에 그 연장선에서 산별을 어떻게 할지 근본에서 고민해야 한다.

–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문제화 시켜왔으나 투쟁이 끝나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2010년에는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인데 정리해고 문제도 같은 사안이다. 정치쟁점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장에서의 고민도 필요하지만 이는 중앙에서 싸울 문제이며 진보정당까지 나서게 해야 한다.

– 몇몇 활동가들은 대오를 당사자들로만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나는 각 지부별로 할당해 같이 동행 투쟁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과 당사자들이 서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실질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야 한다.

– IMF이후 양극화 심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실업자도 많아지고 양극화도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노동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대공장 노동자들 자기 중심 우월감에 빠져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금속 내에서도 고민이다. 중소사업장이나 비정규 사업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동지들은 금속노조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대공장 노동자들은 스스로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기업중심, 자기중심 사고에 빠지고 있다.

사실 98년 이후 가장 큰 화두가 고용문제가 되면서 소위 정규직들은 상대적으로 고용불안에 놓여있는 비정규직을 보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그러니 비정규직은 정규직 지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심정이다. 양극화가 이런 갈등 구조로. 노동자 상호간의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1사 1조직’도 이런 정서로 인해 가로막히고 있다. 민주노조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이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느 지점에서 파열음이 날 것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부딪히면 그런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 양극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고용이다. 예전 같으면 똑같이 일하는데 차별을 받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의도된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고 비정규직에서 하청과 초단기까지 분류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자기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갈등과 분열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의 의도가 노동진영에 먹힌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간부들이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야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조합원이 다수다. 하지만 조직 노동자 뿐만 아니라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대변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의 결단과 현장의 설득이 필요하다. 정규직 중심의 운동을 넘어 미조직 비정규직 운동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민주노총 문 내릴 수밖에 없는 위기에 닥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위기는 충분히 바꿔낼 수 있다. 민주노총이 의식적으로라도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확대하고, 정규직과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장에서는 ‘힘들지만, 간부들이 결단하면 우리는 투쟁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다. 밑으로부터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중앙에서 집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2006년 16만 조직으로 성장하며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기대를 걸었던 측면이 있다. 대공장은 대우차 정리해고를 겪으며 조직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대공장에서 금속노조는 걸림돌로 전락했다. 경험상 교섭의 상도, 교훈도, 중앙사업을 끌고 갈 단위 사업도 안 되나 보니 자본가들의 ‘금속노조 때문에 우리 사업을 못한다’는 선전에 조합원들이 회유되는 거다.

‘조합원 때문에 투쟁 못한다’는 핑계

또 금속노조와 기업지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난 적 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쌍용자동차 투쟁 때 금속노조가 한 게 뭐가 있느냐’는 것. 때문에 지도부가 ‘조합원 정서 때문에 투쟁하지 못했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는 조합원들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노동법 관련해서 파업을 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정치파업은 안하려 한다’고 말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98년 정리해고 문제나 파견제 문제 등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가 파생된 것이다. 2006년 기간제법 투쟁 때도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에 비정규직 문제 확산에 일조하게 된 것.

‘국회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행위’가 노동자 삶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생존을 유지하려면 정치에 전면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가 사회정치적인 접근을 하려는 순간 단위사업장은 ‘정치파업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니 우리는 움츠려들고 자본은 더욱 몸부림 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장 내 조합원들이 개개인의 권리와 이익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정부와 자본이 ‘타임오프제’를 내놓았는데, 이 역시 전임자 활동을 ‘이것만 하라’고 정해놓은 것이 아닌가. 이걸 돌파하지 못하면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다 죽을 수밖에 없다.

–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도 심각하다. 갈수록 비정규직은 늘어나는데다 정부가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노동자의 범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의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조직사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목숨 유지가 더 중요해서… 부당 고용에 순응

– 이미 제조업은 다 파견을 쓰고 있다. 그런데 왜 파견 범위를 확대하려 할까? 파견업체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다.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에 입각해 영세 파견업체들을 없애고 이제 대형 파견업체들이 알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파견근로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직접고용방식은 사라지고 간접고용으로 가게 된다.

중간착취의 문제다. 대단히 심각한데 문제해결을 못하고 있다. 기륭은 파견법이 처음 도입되고 제조업에 파견근로자가 생겨나던 초기에 문제가 터졌다. 당시 정규직을 하다 기륭에 온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말도 안 된다’며 분노를 터트렸지만 지금은 순응하는 분위기다. 목숨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투쟁이 중요하다. ‘싸우니 해결이 되더라’는 의식으로 가야 한다. KBS나 KTX처럼 투쟁단위들은 생겨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파견업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에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가면 전체 노동자가 파견노동자 되는 건 시간문제다. 싸우지 않으면 정리해고 이후 파견근로자가 되는 악순환을 감내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교육해 함께 싸워야 한다.

   
  ▲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박 –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파견법이 개악돼 확대되면 중소사업장 뿐 아니라 현대차 등 대공장 내에서도 초단기 계약이 발생할 것이다. 또 현재의 정규직도 고령화됨에 따라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 50대가 넘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내 자식이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자식이 졸업을 하고 취직하는 곳이 비정규직이다. 이제는 정규직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보면 1,000명이 정년퇴직을 하면 1,000명의 신규채용이 발생해야 하지만 퇴직자 중 800명 정도가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하청업체로 들어간다.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은 ‘그래도 기득권층’이라는 사고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실제 현실을 정확하게 얘기하면 모두가 집중하고 공감한다. 소위 말해 활동이나 투쟁에 솔직하지 못한 상황이 노동운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도 마찬가지다. 또 정규직 대공장에서 지도부의 기가 죽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별노조로서 본조가 어디에 있고, 지부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분회장이 말했듯 조합 활동을 넘어 최소한 간부가 관점을 갖고 사업을 해야 한다.

정말 우리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있는지

정말 우리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금속 사무처 80명의 활동가 중 ‘내 삶을 바쳐 자본주의를 깨고 새로운 대안사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최소한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본과 부딪쳐 싸우며 조합원 의식을 고양시키자’는 운동의 자기 원칙과 대의를 유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층이 굉장히 얇다는 점에서 운동의 위기가 보여지고 있다.

그 속에 나 역시 빠져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원칙과 대의를 잃게 되면 대중과 타협하고 인기에 영합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운동의 전망을 바로 세우자’는 것은 구호에 그치고 만다.

– 산별노조 건설의 목적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산별노조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나?

– 아직 부족하다. 기륭만 해도 평균 근속연수가 1년이 채 안 돼 처음 투쟁할 때는 ‘나 혼자라도 깃발을 꽂고 투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파견법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며 예상을 깨고 조합원들이 기륭전자분회를 결성하고 투쟁을 결정했다. 

하지만 싸움을 하면서 투쟁은 여전히 주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물론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로서 플러스 알파가 많아야 한다. 금전적인 면에서는 기업별 노조일 때보다 지원이 많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현장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다. 간부들은 투쟁의 경험이 많다보니 자신의 경험으로 투쟁을 재단하려 한다. ‘그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며 본인 경험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 하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간부는 현장의 요구를 받아 안고 이를 ‘어떻게 더 잘 되게 할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현장은 말단도, 아마추어도 아니다. 실제 살아 움직이고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게 현장이다. 현장을 받아 안고 가는 게 산별노조에 필요하다. 또한 형식과 절차를 지키는 것만 강조돼서는 안 된다.

형식 절차 따지지 말고 현장 받아 안아야

병원에는 응급실이 있지만 민주노총에는 응급실이 없다. 당장 급해서 찾아왔는데 ‘어디 가서 얘기하세요’하며 이 부서 저 부서도 돌린다. 지난 2008년 투쟁 당시 위원장도 못 만났다. 물론 다른 일정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사전 약속을 해야 했겠지만 급박하게 투쟁이 돌아갈 때 절차를 강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산별노조를 만든 이유는 단위사업장만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미조직 비정규직 문제를 단위사업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가 하나 돼 담을 넘어야 한다는 계급의식이 산별노조의 토대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목적이 충분히 살아있지 못하다.

– 비정규직을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세우지 못하면 한국노동운동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미 정규직 중심의 고용은 무너지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확대되고 있다. 800만 비정규직의 조직률을 따져볼 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노동진영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내지 않으면 실제로 자본에 대응하는 투쟁은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분회장이 지적했듯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에서 간혹 ‘이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또는 ‘어떻게 사태를 마무리해야 할까’하며 자본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수습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투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수만이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하고 대다수가 관전자가 되는 것이다.

산별노조 건설 당시 비정규직 수가 증가함에 따라 운동의 중심도 옮겨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적 증가는 물론 기업지부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 되려 고립되고 있다.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전환시 지역지부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금속노조 뿐 아니라 진보세력들이 집중할 문제다.

박유기 "민주노총 정치적 힘 가져야"

– 동의한다. 이랜드 투쟁 당시 ‘사회적 전선을 쳐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칫하면 이랜드마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랜드에 집중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기륭의 경우 촛불까지 합세하며 비정규직 파견법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대했다.

하지만 기륭과 쌍용차 투쟁에서 볼 때 노동진영은 자본과 정권의 힘의 크기에 비등하게만 대응했지 그들의 힘을 한 발 넘어서지 못했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은 물론 진보진영이 함께할 때 승리할 있다. 이에 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다면 2010년 투쟁은 좀 더 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노동법 개악 관련해서도 상당히 수세적인 국면이었다. 파업을 조직하려면 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조직체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파업을 조직하겠나.

자본은 구조조정이라는 무기를 들고 사업장 내부를 통제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에 매달리다 보니 노조 간부나 활동가들은 정작 해야 할 정치파업이나 조합원 의식 교육 등은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규모가 80만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 동력이 보장되는 연맹은 거의 없다. 공공과, 보건의료, 사무금융, 금속 정도가 동력이 된다고 하지만 80만 조합원이라는 큰 덩치에 비해 투쟁 인자들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넘지 않으면 민주노총이 실제로 남한사회 내 노조운동의 구심체로서 자기 위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산별연맹, 기업별노조로 힘이 분산되는 구조가 일어날 것이다.

– 민주노총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가져야 할 리더십이나 차기 위원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최소한 민주노총이 한국사회에서 정치적 이슈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노동정책에 대해 실제 자기 목소리를 정확히 내고, 사회적 쟁점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의제를 두고 현장의 힘을 총연맹으로 모아내야 하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번 노동법처럼 한국노총과 협상했다가 뒤통수 맞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조합원들의 신뢰받기는 어렵다.

김소연 "근본적 의지가 위기 극복 방안"

– 민주노총 임원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산별노조 위원장이 정말 중요하다. 힘은 산별노조에서 나온다.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조합원들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게 임원의 역할이다. 밑으로부터의 동력이 없다고 하지만 투쟁 의지는 살아있다. 현장을 믿고 투쟁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합원과 간부 간 수직소통이 아닌 수평소통을 나눌 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노동운동의 위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그리고 2010년 목표와 소망 말씀해 달라.

– 실제 우리가 자본주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폭로해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제대로 세우고 있나?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대중의 의식을 자각하고, 자각된 대오를 확대하고, 확대된 대오가 정치를 변혁하는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되도록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찾는 것에서부터 위기극복을 할 수 있다고 본다.

2010년, 새로운 큰 싸움을 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전체 운동진영에서 볼 때 금속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법 개악과 관련해 단체교섭권 제약이나 노조 활동을 사업장 내로 가둬버리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에 맞서 전면적인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장기투쟁 사업장, 구조조정 사업장을 금속노조 차원의 투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내가 금속노조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만들어야 한다. 5월경 투쟁을 결집해 최대한 조합원으로부터 금속노조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권역별 5만 명씩 모아놓고 금속노조 파업 집회를 하는 것이 임기 중의 꿈이다. 공통의 요구를 내걸고 16만 조직이 파업투쟁에 나서, 파업 현장에서 조합원과 위원장이 직접 만나야 산별노조운동의 중심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론적 설명이나 선전전만으로는 현 노동운동의 위기도, 산별노조운동도 돌파할 수 없다.

– 기륭투쟁 당시 ‘단식만 중단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충분치 않은 안에 합의했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노조가 원칙을 훼손하는 순간 운동의 근간을 잃게 된다. 노조건 연맹이건 ‘이 문제의 근본원인을 풀고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현장과 함께 투쟁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위기 극복의 길이다.

특히 파견법, 기간제법으로 인해 고용구조가 변화하게 됐다. 이제 직접고용은 거의 없다. 때문에 2010년에는 파견문제에 사활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 연맹은 물론 총연맹도 살 수 있다. 핵심 이슈인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에 비정규-구조조정까지 합쳐 힘을 모아 힘차게 투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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