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기 전에 고기 한 점을 먹어야 한다면
        2009년 12월 29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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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랴 마라소야 너무 끌고 나가지 말고 ~
    이랴 ~
    우 소리가 나거들랑 마라소야 길고 돌아를 서라
    어디아 안소
    어디로 끌고 가느냐
    이랴 너무 덤성대지를 말고 추근추근 다녀라
    이랴 마
    어디를 가니
    올라서랴

    횡성 안흥면 소사1리 박상복(61)

    우리몸 깊숙히 각인된 그리움의 대명사 ‘소모는 소리’다.

       
      

    밭을 갈 때 소두마리로 가는 것을 ‘겨리’라 하고 한 마리로 가는 것을 ‘호리’라고 한다. 호리는 사람이 갈면서 들고 돌아야 하고 겨리는 소가 끌면서 돌기 때문에 겨리가 힘이 덜 든다. 겨리를 할 때에는 ‘안소’가 ‘마라소’보다 힘이 좋아야 한다. 안소는 왼쪽에 있는 소고 ‘마라소’는 오른쪽에 있는 소다.

    우리에게 소는 어떤 존재일까?

    난 고향이 경기도 양평으로 일가(一家)들이 모여 살던 강상면 송학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당숙 어른댁에서 소하고 놀았던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하다. 당숙은 최근 몇 년전까지도 소를 먹이셨다.

    강도 있고 밭도 있고 논도 많은 동네다. 당연히 소도 이집 저집에서 많이 키웠다. ‘고향’을 떠올리다보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이미지는 우리 소 ’누렁이‘다. 뚝방에 매어있거나 강가에 매어져 풀을 뜯는다. 논밭에서 일하는 모습은 ‘친숙한 일상’이었다.

    외양간에서 한겨울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던 누렁이는 ‘착함’ 그 자체였다. 소가 나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 가끔 소가 골을 부리기는 하지만 그건 사람 탓이 더 컸다. 고향을 떠난지 40여년이지만 여전히 고향에는 우리소가 있다. 내 마음속에도 있고.

    소가 빠지면 고향이미지는 제 맛이 안난다. 30대 이상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어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소와 관련된 눈물겨운 에피소드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픈 송아지 안고 자기방에서 자던 일, 누렁이가 팔려 나가던 날 앞마당에서 뒹글며 엉엉 울던 일, 소팔아 대학가던 시절 이야기 등 전통사회에서 소는 집안의 일꾼이자 대들보였다. 자식 다음가는 소중한 식구였다. 아니 어쩌면 평상시에는 자식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으리라. 그러니 오죽 이야기가 많았을까?

    그 당시의 소가 있던 풍경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저렇게 우리네 농촌풍경과 잘 어울리는지.

       
      ▲ 소등선인데 참 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들판이기도 하고 땅이기도 하다. 마음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만져보면 탄탄하기 이를데 없다. 아무리 무거운것이라도 다 싣고 태운다.

    소등선을 비롯 머리선 등 몸 전체의 윤곽은 어느 곳 하나 다른 것과 견줄 때 모나는게 없다. 산에 비추어도 들판에 비추어도 냇가에 대비해도 누워서 하늘에 끝선을 맞추어도 소가 지닌 윤곽은 주변과 하나가 된다.

    사물은 관계된 대상(對象)과 조화를 이룰 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소와 주인의 관계를 보면 이해가 된다. 닮아간다. 그래서 소를 생각하면 ‘평화롭다’라는 느낌이 드는가 보다.

    강원도 횡성

       
      ▲ 횡성군 로고와 횡성한우 마스코트 한우리

    횡성은 우리나라 중부내륙지방의 중심에 위치한 관계로 한우가 한반도에 정착하여 제주도로 전차되는 경로의 중요한 거점이었으니 적어도 3천년 이상의 사육역사를 지니고 있다.

    높은 일교차와 섬강 발원지의 깨끗한 물, 그리고 청정한 환경은 한우 사육의 최적지로 꼽힌다. 동쪽으로는 치악산(1,288m), 남쪽으로는 백운산(1,087m)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남한강과 섬강이 감싸 안고 흐르는 분지형 지형으로 전형적인 내륙기후의 특징이며, 한반도의 중심으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뚜렷하여 횡성한우 고유의 맛을 생성한다.

    해발 100~1,200m까지 표고차가 골고루 분포하고 목초 및 산야초가 풍부하고 볏짚 구입이 용이하다. 공기 및 수질 오염원이 거의 없는 사육환경도 큰 특징이고 중부지역에서 제일 큰 우시장이 열린다. 또 횡성한우 전용 사료를 급여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또 횡성군에서는 지난 10월 21일자로 횡성한우 보호육성에 관한 기본 조례를 공표하였다. 이는 상표에 대한 조례를 넘어서 한우의 생산과정을 포함하여 혈통관리, 생산기반 등의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하는 국내 첫 번째 케이스다.

    우시장거리(음하리), 송아지고개(생운리), 쇠장골(초원리), 소구용골(소사2리), 소막골(안흥3리), 우항리(우천면), 구용골(양적리, 우항2리) 쇠목(우천면) 등이 소와 관련된 지명으로 횡성에 많이 남아있다. 갑천면에는 메기가 송아지를 물고 들어간 이야기가 전해지는 캐캐소(沼)가 있다.

    사진으로 만나는 횡성한우

       
      ▲ 어미소와 아기소

    아기소의 표정이 압권이다. 엄마의 사랑앞에 무어라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기분은 짱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아기소는 이날의 이 느낌을 평생 잊지 않고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에너지로 가져갈 것이다.

    엄마소의 지극정성 사랑이 눈에 보인다. 소가 새끼를 낳을 때 송아지가 나오면 어미소는 혓바닥으로 새끼소가 쓰고 나온 보를 핥아서 먹는다. 소의 커다란 혀는 최상의 애정을 표현하는 ‘상징’이자 ‘행동’이다.

       
      ▲ 또 다른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표정과 소를 잡고 있는 마음, 제법 나이 먹어 보이는(?) 소와 할아버지의 교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참의 세월을 같이 하지 않으면 안나올 컨셉이다.

       
      ▲ 꽉찬 여운_아가야 따라오너라!

    다리위의 아주머니, 소를 몰고 가는 농부(두사람은 부부인 듯)와 어미소 아기소 그리고 자연 이 다섯가지 요소가 다 주인공이다. 여유롭지만 빈틈없이 세상을 꾸미고 채우고 있다. 전형적인 우리네 고향의 모습이다.

       
      ▲ 사람과 우리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저만큼의 거리, 딱 저만큼의 자세, 딱 저만큼의 믿음이 소와 사람사이에 존재하는게 아닌가 싶다. 냇가 풀밭, 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소와 사람의 인연이 보는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횡성한우 세시풍속

    “나는 굶어도 소는 굶기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소를 키운 횡성농부님들의 마음이 드러나는 세시풍속도 각양각색이다.

    소밥주기(정월대보름)
    대보름날 아침에 집에서 장만한 음식을 모두 키에 놓고 이것을 소에게 준다. 소가 나물을 먼저 먹으면 그해 흉년이 들고, 밥을 먼저 먹으면 그해 풍년이 든다.

    외양간에 복숭아가지 달기
    소의 전염병이 돌때에 외진 곳에 자라고 있는 복숭아나무가지를 베어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거기에 빨간 흙을 칠해서 왼새끼로 꼰 금줄로 외양간에 걸어둔다. 뾰족한 끝이 소등에 닿을 정도로 달아두는데 소가 드나들면서 복숭아 가지에 닿음으로써 전염병이 예방된다고 믿었다.

    외양간에 돌 걸어 주기
    개울가에 자연적으로 구멍이 뚫린 돌을 발견하면 외양간에 바로 걸어준다. 소가 새끼도 많이 낳고 병치레도 안한다고 믿는 풍속이다.

    좀생이 떡 빚어먹고 좀생이 별점보기
    2월 1일에 나이 떡을 먹지 않은 사람은 2월 6일에 좀생이 떡을 먹는다. 좀생이 떡은 나이떡과 마찬가지로 송편인데 먼저 외양간의 소죽통(구역)에 좀생이점 떡을 소의 나이수대로 먼저 먹인 후 사람들이 먹는다. 소가 농사에서 큰 일꾼이기 때문에 한해농사를 잘 지을수 있도록 건강하라는 의미이다.

    가축의 부적

       
      

    맨 우측의 부적은 ‘가축의 모든 병을 고치는 부적’이다. 이 부적을 백지에 먹으로 써서 가축의 목에 걸어주거나 축사에 붙여 놓으면 모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

    누가 키웠는지, 무엇을 먹여 키웠는지 아는 소

       
      

    예로부터 횡성에는 마을에 기쁜 날이나 잔칫날이 돌아오면 소한마리를 잡아 공동체구성원들이 필요한 내용대로 나누어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해의 삶의 고단함과 애환을 풀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누가 키웠는지 아는 소, 무엇을 먹여 키웠는지 아는 소를 한 마리 잡아서 마을사람들은 정성껏 나누어 먹었다. 병이 중한 할머니가 계신 영숙이네는 사골뼈와 우족으로 가져갔고 개똥이네는 잔치상에 올려 질 것들을 가져갔다. 사돈댁에 보낼 선물용으로 구이용 몇덩어리를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대로 마을사람들의 보양으로 영양으로 또는 여러 가지 뜻으로 소고기는 소용(所用)이 있었다.

    횡성의 독특한 자연과 품질과학이 어우러져 생산된 한우는 단단한듯 하면서 육질이 부드럽고 육색이 뛰어나다.

    안병권의 고향보따리는 한우를 평범한 먹을거리 이미지를 탈피하여 우리 모두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자랑스런 식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로 ‘횡성한우 소한마리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일은 횡성관내 6개 농협 연합으로 조직된 횡성농축산물 유통사업단(단장 임영식)과 함께 한다.

    수입소 100마리 뼈를 고아도 우리소 1마리 뼈를 곤것만 못하다. 원래 젖을 짜 먹으려고 길렀던 수입소는 맡기 거북한 누린내가 난다. 볏짚을 먹이고 키운 우리 소는 맛이 다르다. 우리네 DNA에는 한우의 맛과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한우의 DNA에는 우리 선조들의 ‘혼과 손길’이 담겨있으리라.

       
      

    정갈하고 단정하게 디자인된 팩은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다. 놓여진 상태 그대로 들고나가야 한다. 고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이스박스를 열면 깔끔한 냉동 충진재가 횡성한우로고를 선보이며 놓여있다. 냉장 신선육상태로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손색이 없다.

       
      

    각 부위별로 이런 상태로 상품이 들어 앉아있다. 출고시 상태는 겉 비닐팩이 벗겨지 있지 않고 밀봉된 상태(탑실링)로 고객에게 전달이 된다. 핏물이 흐르거나 외부 오염원으로부터의 오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위우혼문(尉牛魂文)_소를 대하는 횡성사람들의 애틋한 마음가짐

    횡성은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하여 산짐승 및 가축들이 자라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날씨도 우순풍조하고, 기온도 따뜻하여 만물의 성장이 순조롭습니다. 그중에 한우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우차를 끌며 짐을 날랐고, 비탈 밭과 질퍽한 논을 갈며 땀을 흘렸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 한번 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사람들의 부림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순수한 충성심을 이야기할 때는 늘 우공(牛公)을 첫손에 꼽습니다. 혈육에 대한 정도 남달라 제 새끼에 대한 애끓는 사랑과 따스한 보살핌은 다른 짐승들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죽어서는 고기와 뼈와 가죽을 한 점 남김없이 사람들에게 주고 갑니다. 한우야 말로 사람들을 위해서 살다가 사람들을 위해서 죽습니다.

    이에 오늘 우리는 횡성한우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작은 제를 마련했습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도 제상에 함께 올립니다. 부디 내생에는 축생(畜生)으로 태어나지 말기를 바랍니다.

    횡성한우의 혼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후기-횡성한우에 대한 정보와 사진자료를 기꺼이 제공해준 횡성군청(축산과)에 감사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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