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8부능선까지…고지점령?
    2009년 12월 28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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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는 ‘횡포’ 수준이었다.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된 것을 비롯해, 방송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탄압이 이뤄졌다. 방송을 정권재창출 도구 수준으로 인식, ‘여당 기관 방송’을 만들기 위한 세력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현장의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은 한해였다.

우선 반년 넘게 끌어온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이하 미디어법)은 올해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지난 11월 1일부터는 법안의 효력이 발생된 상태이지만, 처리과정의 위법성, 그 시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 통과 직후, 재투표 문제와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지 않는 대신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국회차원에서 이 문제를 시정하라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야당의 재논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으며 빈축을 사고 있다.

미디어법 논란 내년에도

   
  ▲ 지난 7월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3차 총파업 대회’ 시작 전에 언론노조 각 지본부의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야당 의원들은 지난 18일 김형오 의장을 상대로 또 다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헌재는 신문법과 방송법 표결 과정에서 위헌·위법이 있었고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음을 확인했다”며 “위헌·위법 상태를 시정해야 할 국회의장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재의 권위마저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의원직을 던지고 국회 안에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농성 중이다.

결국 미디어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도 첨예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역시 ‘조중동 방송’이 현실화 될 경우, △조중동 방송 컨소시엄 참여 기업에 대한 광고주 불매운동 △조중동 절독운동 △조중동 방송 재원마련과 맞물려 진행되는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거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일대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방송사 구성원들도 2009년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지난해 10월 ‘MB 대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 퇴진투쟁을 벌였던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 지부장, 권석재 전 사무국장, 현덕수 전 지부장, 우장균 기자, 정유신 기자, 조승호 기자 등 조합원 6명이 해고됐으나, 현재까지 이들의 복직은 요원한 상태다.

장기화로 치닫는 ‘YTN 해고 사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3일 노종면 전 지부장 등 조합원들이 YTN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 소송에 대해 “노종면 등 6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해 무효를 선언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곧바로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 사태는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지부장은 지부장 사퇴의 뜻을 밝혔고, 우장균 기자는 해고 상태에서 기자협회장에 경선 끝에 당선됐다.

노 지부장과 현집행부는 사측이 노조 비대위원인 기자들에게 지국 발령을 낸 것에 반발하며 지난 23일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발표한 ‘조합원들께 드리는 글’에서 “몰염치하고 몰상식한 자들이 조합원들께 패악 질을 해대고 있는데도 지금의 집행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인식과 자기반성은 회피할 수 없다”며 “해고자 복직도 사퇴를 통해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3일 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이 나오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노종면 전 YTN 지부장을 끌어 앉으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노 전 지부장의 사퇴는 향후 사측과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노 전 지부장은 평조합원으로 돌아가 해고무효 소송 등 법률문제를 담당할 예정이며, 차기 집행부가 선출될 때까지 김선중 기자가 지부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1년 넘게 끌어온 ‘YTN 해고사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채, 또 다시 한해를 넘기게 되었다.

올해부터 MBC에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MBC에 대한 정권차원의 탄압은 우선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개편하면서 시작되었다. 특히 ‘총대’를 맨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경영, 인사문제 등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 ‘MBC 왕회장’의 행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왕회장’의 횡포…MBC노조 반발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에게 △공정성위원회 운영 △노사협의체인 ‘미래위원회’를 통한 단체협약 재검토 등을 골자로 한 ‘뉴 MBC 플랜’ 수립 및 이행 약속을 받아냈지만, 그 성과가 미흡하자 경영진의 거취를 언급하면서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엄 사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다가 가까스로 유임되고, 편성․제작․보도․경영 책임자들이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이 제안한 보도·제작·편성·경영본부장 등 보궐임원 인선안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며 ‘월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지난 10일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을 선언했으며 △김 이사장 출근저지 투쟁 △방문진 이사회 저지 투쟁 등을 벌이면서 방문진의 횡포에 맞서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최대 실세가 특정 인물을 보도본부장으로 ‘밀어넣기’ 위해,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 못하는 ‘바지 사장’을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기 있는 실정이다. MBC를 ‘MB氏 ‘방송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 지난 8월 첫 8기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한 김우룡 이사장(오른쪽). (사진=손기영 기자)

이근행 본부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투쟁 수준은 김우룡 이사장의 사퇴 요구라는 낮은 단계에서부터, 최고 단계인 총파업 찬반투표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내년 2월 신임 사장을 선출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방문진과 노조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근행 본부장은 24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앉히려고 방문진이 보궐임원 인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엄 사장도 자신의 안을 고수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조는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방문진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관철시킬 경우 엄중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개혁 요구키로

그는 이어 “내년 2월 주총 때까지 김우룡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사 추천과정의 투명성 보장과 정권에 따라 편중되는 방문진의 인적 구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진 개혁을 요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올해 KBS는 신임 사장 선임 문제로 시끄러웠다. KBS 노조(위원장 강동구)는 ‘MB 대선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가 사장이 되자,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총파업이 부결되자 노조 집행부는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측과 협상에 나서면서 반발을 사게 된다. 결국 KBS 노조를 탈퇴한 구성원들은 ‘새 노조’를 만들고, 지난 17일 언론노조에 가입신청을 했다.

   
  ▲ 지난 11월 24일 김인규 사장이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KBS 구성원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KBS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사장 취임 1년 중간평가 △외부인사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 신설 등을 약속을 받으며 사실상 ‘김인규 사장 퇴진투쟁’을 접은 상황에서, 내년 1월 ‘언론노조 KBS 지부’로 출범할 예정인 ‘새 노조(언론노조 KBS본부 준비위원회)’가 향후 김 사장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

엄경철 기자가 초대 위원장을 맡은 ‘새 노조’에는 24일 현재 KBS 노조를 탈퇴한 구성원 54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언론노조 가입에 따라 회사를 상대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를 얻었다. 또 조합원이 1,000명을 넘을 경우 ‘언론노조 본부’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KBS노조 떠나 ‘새 노조’로

현재 KBS 노조는 강동구 위원장과 최재훈 부위원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의하고 통합집행부 구성을 제안한 상태이지만, ‘새 노조’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신임 사장 문제로 촉발된 노사 갈등뿐만 아니라, 김인규 사장을 인정한 KBS 노조와 이에 반발하는 ‘새 노조’와의 갈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엄경철 위원장은 24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조직을 정비하는 작업들이 우선이라, 김인규 사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김 사장이 KBS 뉴스를 일본 NHK(앵커 위주의 뉴스진행)처럼 만들려고 하는데, 우선 이러한 ‘전횡’들을 감시하고 저지하는 활동에 나설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KBS 노조가 ‘통합’을 말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 우리들이 다시 KBS 노조로 돌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향후 투쟁 과정에서 연대의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한해 연대할 수 있는 ‘공영방송 KBS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를 구성하는 정도가 가능한 방법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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