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과 투쟁의 1년 ‘남일당 사람들’
    "침묵 이명박, 임기 끝까지 싸울 것"
    By mywank
        2009년 12월 25일 10: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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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년이에요. 1년이 다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더 이상 (이명박 정부에) 기대할 게 없어요.”

    22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에서 만난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한 장밖에 남지 않은 2009년 달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 1월 20일이면 용삼참사가 벌어진 지 1년이 된다. 유족들은 이날로써 331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냉혹한 현실은 좀처럼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참사 1년…달라지지 않은 현실

    용산참사는 용산4구역에서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자본들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업무용 빌딩을 짓기 위해 재개발 사업을 강행하고, 경찰이 이에 항의하며 망루농성을 벌인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면서 벌어졌다. 이후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사법부는 참사의 원인을 ‘화염병’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렸다.

       
      ▲22일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오른쪽) 등이 연탄난로 주변에서 담소를 나누며 남일당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현재 유족들은 △대통령 사과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수사기록 3000쪽 공개 등을 요구하면서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용산참사를 ‘개인간이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또 정운찬 국무총리의 용산 방문 역시 사태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정치 쇼’에 그쳤다.

    홍석만 용산 범대위 대변인은 “지난 10월 광화문에 있는 모처에서 유족들과 총리실 관계자가 만난 이후, 총리실 관계자가 딱 한번 용산 현장을 찾아와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 이외에 정부 측과 어떤 대화도 없었다”며 “서울시도 보상 문제 등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시 묵묵부답

    용산 범대위는 요즘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매주 도심이나 용산 현장에서 진행하던 추모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 발표도 뜸한 상태다. 대중적 동력은 거의 사라졌다. 범대위는 참사 1년을 앞두고 ‘뭔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들은 남일당에 있는 용산4 상공철대위 사무실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해 장시간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용산참사가 발생된지 1년이 되어가지만, 남일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용산 범대위는 내년 1월 18일~23일을 ‘용산참사 1주기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대규모 범국민추모대회, 국민토론회, 추모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용산참사 1년의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 ‘투쟁 자료집’도 만들고 있으며, 이를 도울 자원봉사자도 모집하고 있다.

    ‘남일당 사람들’은 용산참사 1년을 비교적 담담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남일당 본당 보좌신부’로 불리는 문정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지금 답답한 것은 없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며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싸워왔는데, 앞으로는 못 하겠느냐. 유족들이 있는 한 여기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며 긴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조금한 마음으로 투쟁하고 싶지 않아"

    이날 유족들이 연탄난로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남일당 1층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조급한 마음으로 투쟁하고 싶지 않다. 차분하게 ‘오늘 안 되면 내일 다시 싸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며 “이명박이 10년이나 20년 동안 청와대에 있겠느냐. 3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때까지 가보겠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 (사진=손기영 기자) 
       
      ▲’남일당 본당 보좌신부’로 불리는 문정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사진=손기영 기자) 

    권명숙 씨는 “시간이 흐르면 우리들이 이기지 않겠느냐. 얼마 전 면회를 갔을 때 아들이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동안 용산참사가 잊혀질까봐 두려웠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늘어날 때마다 용기를 얻는다”고 밝혔다. 고 이상림의 부인 전재숙 씨도 “급한 건 없다. 급한 건 그쪽(정부)이지 않느냐”며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요즘 용산 4구역에는 동절기를 맞아, 철거공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포크레인의 요란한 굉음이 사라지자, 현장에는 투쟁가도 울려 퍼지지 않았다. ‘남일당 사람들’은 다가오는 성탄절에 이곳에서 있을 미사(오전 11시), 예배(오후 3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평온을 누리고 있었다. 평소 지병이 있던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도 예전에 비해 표정이 밝아보였다.

    유영숙 씨는 자신의 신앙생활을 이야기를 꺼내며, 성탄절을 맞아 기도하고 있는 소망을 들려주었다. “요즘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오는 빛처럼, 만약 하느님이 계신다면 언젠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변하게 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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