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일즈' 칭송한 신문들
    2009년 12월 28일 09: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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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총 400억달러(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4개 건설·운영 사업을 27일(현지 시각) 수주했다.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는 이날 원전 프로젝트에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레바(프랑스), 제너럴일렉트릭(미국)·히타치(일본) 컨소시엄과 경합한 끝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1978년 상업형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처음 가동한 이후 31년 만에 한국형 원전(APR1400)을 처음으로 수출하게 됐다. 이는 1989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63억달러)의 6배를 넘는 것으로 한국의 플랜트 수출 사상 최대 규모라는 국내언론의 평가나, 이번에 수주한 1단계는 50억달러(5조4000억원) 규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원전 수주는 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일주일 전쯤에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발표 전에 언론 보도가 나올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협상 조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끝까지 신중한 태도로 언론에 보도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수주를 막판 지원하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밤 현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었고, 27일 방송뉴스와 28일 아침신문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
국민일보 <47조 규모 UAE 원전 수주>
동아일보 <47조원 UAE 원전 따냈다>
서울신문 <47조규모 첫 원전수출 따냈다>
세계일보 <47조원 규모 원전 UAE 수출>
조선일보 <400억달러 ‘한국 원전’ UAE 수출>
중앙일보 <400억 달러…한국, UAE에 원전 판다>
한겨레 <47조원짜리 UAE 원전 수주>
한국일보 <47조!…해냈다, 한국형 원전 첫 수출>

28일자 아침신문은 일제히 원전수출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아울러 적게는 1개면(경향신문·한겨레)에서 많게는 4개면(중앙일보) 전면에서 관련소식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판형이 다른 신문보다 작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3개면에서 관련소식을 전한 것과 사실상 마찬가지 비중이다.

   
  ▲ 한국일보 12월28일자 1면.  
 

이날 아침신문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원전 수주는 1400M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설계, 건설함은 물론 준공 뒤 운영 지원까지 포함하는 초대형 원전 플랜트 일괄수출 계약으로, 원전 설계와 건설 부문의 계약금액만 약 200억달러에 이른다. 또 건설 후 연료 공급, 기기 교체, 폐기물 처리 등 약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운영 부문까지 포함하면 총 400억달러짜리 사업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TV로 국내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중국이 100기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는 2030년까지 400기, 중장기적으로는 1000기 정도가 추가로 건설될 전망"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원전 수출국으로서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칼리파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원자력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첨단과학, 안보 여러 면에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갖기로 했다"며 "앞으로 UAE와의 관계를 통해 제2의 중동붐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플랜트를 위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12월28일자 3면.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을 단 곳은 한국일보다. 한국일보는 <47조!…해냈다, 한국형 원전 첫 수출>에서 느낌표까지 붙이며 감격했다. 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수주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입술이 부르튼 것을 제목으로 달며 강조한 신문은 중앙일보(<MB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 한국일보(<‘대한민국 CEO’ MB 입술 부르튼 1박2일>) 등이다. 세계일보는 3면 머리기사 제목을 <이 대통령 UAE 대박 터뜨리기까지 / 전화하고 찾아가고…MB 온몸 던진 ‘세일즈 외교’에 빛 발했다>로 달며 다음과 같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수주에 숨은 주인공이었다며 청와대가 27일 뒷얘기를 전했다. 프랑스로 거의 기울었던 원전 입찰 경쟁을 이 대통령이 외교전에 직접 나서 한국 쪽으로 뒤집었다는 게 골자다. 현대건설 대표 시절 국내 원전 18기 중 12기를 건설하며 습득한 지식과 식견, 경험을 토대로 원전 수주전을 진두지휘한 셈이다."

   
  ▲ 세계일보 12월28일자 3면.  
 

3면 관련기사로 <이대통령 스킨십 결정타>를 실은 동아일보는 4면 기사 <‘하청업자 설움’ 30년만에 씻은 MB>에서 세계적인 발전 설비 건설회사인 미 웨스팅하우스가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한전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 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은 웨스팅하우스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약 30년 전 사장으로 재직하던 현대건설이 하청업자로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건설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일화를 전했다.

"협상 내용은 웨스팅하우스와 현대가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동참하되 전에 비해 현대건설의 참여 폭이 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기술이전, 공사 물량, 결국에는 수익 문제와 직결되므로 매우 중대한 협상이었다. 점심도 거르면서 6시간 가까이 회의를 계속했으나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줄곧 앉아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는 계속 블랙커피만 마셨다. 나는 빈속에 커피가 들어가니 속이 쓰리고 기운도 빠졌다. 나는 비서에게 ‘커피 다 떨어졌다고 하고 보리차를 내와라’고 했다. 보리차를 마시자 나는 기운이 나는데 수석부사장은 피로해 보였다.”

"가만히 보니 그는 통행금지를 시한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통행금지 시간 전에는 끝나겠지’하는 계산을 했던 것 같다.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나는 숙직실에 지시해 ‘매트리스를 회의실에 갖다 놓으라’고 했다. 그는 질린 듯한 얼굴이었다. 통행금지 시간을 넘기면 오히려 자기가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결국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오후 11시 50분. 열네 시간에 걸친 담판이었다."

   
  ▲ 동아일보 12월28일자 4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현대건설 사장으로서 한국에 온 웨스팅하우스 수석부사장과 담판을 벌인 일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수주에선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바뀌었다"며 "이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당시 순간을 술회하며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수출국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는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는 3면 관련기사에서 "이번처럼 초대형 국제 수주전에는 으레 범정부 차원의 외교력이 총동원되는데, 일부에서는 경합을 뚫고 사업권을 따내는 데 적지않은 반대급부가 주어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원전 수주에 김국방 긴급출동 왜? / 지난달 UAE 극비 방문…군사분야 지원 약속한 듯>과 <한·UAE, 동맹 버금가는 군사협력관계 맺었다> 기사에서 일종의 ‘반대급부’를 거론했다.

   
  ▲ 조선일보 12월28일자 5면.  
 

UAE가 한전 컨소시엄을 선택한 데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이 대통령의 외교력과 함께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조선일보는 5면 관련기사 <30년 원자력 발전소 무사고 운영…20% 낮은 건설 단가>에서, 동아일보는 4면 관련기사 <운영능력 최고-건설비용 최저…한국원전 국제무대 통했다>에서, 한겨레는 3면 관련기사 <한국 건설단가 2300불-프 2900불…압도적 우세로 탄력>에서 이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5면 관련기사에서 "UAE의 마음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선 데는 경제협력 등 패키지 제공과 가격경쟁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더불어 원전의 특성상 부품 및 연료공급과 관련한 기술보유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강대국의 진입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12월28일자 5면.  
 

경향신문은 이 기사 <이 대통령 출국전 사실상 확정>에서 "이 대통령의 출국 전 수주전은 이미 결론이 난 셈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번 UAE 행은 수주전 막판 지원보다는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수주가 사실상 확정된 것은 지난 18일쯤이라는 것이다.

한편 국민일보는 3면 머리기사 제목을 <녹색 에너지로 각광…’원전 르네상스‘ 열린다>로 뽑으며 "원자력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한겨레는 대조적인 기사를 내놨다. 한겨레는 3면 기사 <"원전 안전성 논란 끝나지 않았다">에서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란 말로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홍보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안전성 등의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2월28일자 3면.  
 

대부분의 아침신문이 사설에서 이 소식을 반긴 가운데 한겨레는 사설 <원전 수출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에서 제목 그대로 달갑지 않은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지속가능성으로 볼 때 원전은 결코 바람직한 에너지원이 아니며, 위험들을 비용으로 계산할 때 ‘원전의 경제성’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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