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울산시장, 학원과 손 잡다"
    2009년 12월 24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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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울산 국제중학교 설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 조인식’이 열렸습니다.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신용원 아이엠케이산업 대표이사, 박형길 강동 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조합장, 김석환 토피아 에듀케이션 대표이사 등 4명이 투자양해각서(MOU)에 서명했습니다.

울산 국제중의 규모는 1만 4400여 평방미터에 지상 4층이고, 학급당 학생수 25~30명씩 전체 정원 600명입니다. 학교법인 설립인가와 학교설립계획 승인을 얻으면 바로 공사에 착공해 2013년 3월 개교할 계획입니다.

   
  ▲ 울산 국제중 조감도(자료=울산시)

울산시에 따르면, 강동 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행대행사인 아이엠케이산업은 학교용지와 건물 건축비 등 143억원 상당의 재산을, 토피아 에듀케이션은 70억원을 각각 출연합니다. 그리고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국제중학교가 개교하면, 글로벌 수준의 교육인프라 확충은 물론 해양복합관광도시의 질적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힙니다.

토피아 아시죠? 영어와 특목고 학원

MOU에 서명한 다음날, 지역의 모 신문은 이 소식을 1면 톱으로 장식합니다. 울산시청의 계획대로 된다면, 전국에서 5번째 국제중이 울산에 세워집니다. 슬슬 국제중 설립 바람이 여기저기에서 불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하긴 외고, 과학고, 국제고, 자사고 등 고교 단계에서 소위 ‘1부 리그’ 학교를 지역에 유치하거나 만드는 건 어찌 보면 뒷차입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꽤 세워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중은 아직까지 서울, 경기, 부산 등의 4개교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점하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국제중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일종의 블루오션입니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13년에 개교한다고 하더라도 미리미리 지역 유권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재밌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 국제중 설립의 권한은 광역단체장에게 없습니다. 개발 조합장에게도 없습니다. 울산의 경우에는 울산교육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MOU 조인식에 교육감은 내빈 자격으로 참석합니다. 서명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래놓고 학교 설립과 운영에 권한이 없는 시장이 서명합니다. 관할 기관장을 들러리 세우고, 엉뚱한 기관장이 싸인한 격입니다. 그러나 이건 동네 주민 입장에서 보면, 기관끼리의 문제일 뿐입니다.

눈여겨볼 또 다른 지점은 ‘토피아 에듀케이션’입니다. 울산시는 이 회사를 “이번에 학교 설립에 참여한 토피아 에듀케이션은 서울 및 수도권에 16개(원생 약 2만 5천명)의 영어교육 및 특목고 입학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전문 교육기업”이라고 소개합니다. 친절한 설명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학원입니다.

물론 특목고 대비 학원 중에서는 타임교육홀딩스, 아발론, G1230과 함께 빅5를 이루고 있습니다. 2002년에 설립했고, 2006년 216억원, 2007년 403억원, 2008년 554억원 등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작년 한해 사회에 기여한 기부금이 2620만원이지만, 울산 국제중 설립에는 70억원을 출연하면서 참여합니다.

왜 참여하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으나, 그거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방선거를 미리미리 대비해서 좋고, 영어와 특목고 학원은 국제중 설립으로 울산의 전체 초등학생 87,693명이라는 시장을 만나서 좋을 겁니다. 아, 내년 3월 인근에 울산외고가 개교하니, 울산의 중학생 53,625명도 사정거리 안입니다. 이거 꽤 짭짤한 장사가 되겠습니다.

슬슬 학교로 진출하는 사교육업체들

그런데 근자에 벌어진 일들을 뒤돌아보니 재밌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작년 2008년 여름 대교가 경기도 의왕시의 명지외고를 인수하여 경기외고로 이름을 바꿉니다. 2008년 매출액 8410억원인 사교육회사가 고등학교를 운영합니다.

지난 12월 4일에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공립국제학교 운영법인 공모 결과를 제주도 교육청이 밝힙니다. 6개 국내외 법인이 신청했는데, 이 중에는 영어학원으로 유명한 ‘YBM 시사’의 자회사인 (주)YBM 시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영리법인이고, 2008년 매출액은 1479억원입니다. 그리고 이번 울산 국제중 설립에는 토피아가 뛰어듭니다.

어라, 사교육 회사들이 초중고등학교에 진출합니다. 삼성 성균관대와 두산 중앙대 등 굴지의 재벌들은 대학을 운영하고, 1조원 미만의 업체는 초중고교로 눈길을 보냅니다. 앞으로 MB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영리법인의 학교 운영을 허하면, 신흥 시장으로 뛰어들 회사들이 꽤 많겠습니다. 하긴 이만한 시장이 없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울산 국제중이 세워질 강동 산하지구는 울산 북구입니다. 박맹우 울산시장과 학원 관계자가 손잡고 지목한 지역이 그 곳입니다. 앞으로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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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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