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빵꾸똥꾸야, 이사람들아"
    2009년 12월 22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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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똥꾸’가 징계를 당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가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연출 김병욱)에 등장하는 해리(진지희)의 캐릭터에 대해 권고 조치했다고 한다.

네티즌들, 방송통신심의위에 하이킥 날리다

극중 해리가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먹지 마! 어디 거지 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 "내 방에서 당장 나가" 등 어른에게 버릇 없게 행동했다는게 이유다. 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방송을 본 다른 어린이 시청자들이 모방할 가능성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이라고 ‘태연하게’ 덧붙였다. 

   
  ▲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

이 기사를 아침에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이 한마디로 압축됐다. "방송심의위가 빵꾸똥꾸다." 누리꾼들은 조목조목 그리고 짧지만 통렬하게 심의위를 향해 하이킥을 날린다.

아이디가 책보따리는 "엊그제 이명박이한테 누군가가 빵꾸똥꾸라고 했더니 바로 차단이 들어왔다"고 비꼬았다. 이 댓글은 최다 추천을 기록했다. 누리꾼들이 발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얼굴에 점 하나 달랑 찍고 딴 사람이 돼 살인과 복수의 ‘호러 무비’를 연출했다. ‘밥줘’에서는 아내를 강간한 남편이 옛 애인이자 현 내연녀를 집으로 불러들여 부인과 함께 한 침대에서 잔다. ‘천사의 유혹’에서는 전 남편 집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아이리스’에서는 대낮에 서울시내에서 총을 난사하고 사람을 수없이 많이 죽인다.

네티즌들은 이런 막장 드라마들은 그대로 두면서 ‘청정 드라마’, ‘개념 드라마’로 불리는 ‘지붕뚫고 하이킥’에 징계를 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이 ‘지붕뚫고 하이킥’에 열광하는 이유는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감하는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막장 드라마와 다르게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통에 대해 얘기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결손가정이고 그나마 아버지와는 같이 못사는 세경-신애 자매는 돈은 있지만 가족끼리 서로 무관심한 이순재 가족에게 가족의 사랑을 알려주는 게 이 드라마의 뼈대다.

해리가 왜 ‘빵꾸똥꾸’를 외치며 버릇없는 아이의 대명사가 됐는지 보여 주고 있는 것이 드라마의 주제인 것이다.

해리가 ‘빵꾸똥꾸’를 외치는 이유

보석과 현경의 맞벌이 부부 생활, 집 안에서는 대화는 없다. 보석은 해리에게 용돈은 충분히 주었을지언정 제대로 한번 놀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해리는 항상 혼자 놀았다. 그래서 ‘빵꾸똥꾸’를 외친다. 누구도 해리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버릇없는 아이라고 머리만 쥐어박을 뿐이다. 해리가 지금 보여 주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런 해리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신애와 세경이 가족으로 들어오면서 평생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던 가족이 현경의 생일을 챙겨줬다. 하루라도 신애가 보이지 않으면 해리는 헛것이 보일 정도로 신애를 그리워했다. 말은 이 ‘빵꾸똥꾸’야 라고 하지만 어느새 해리가 신애에게 다가가고 있다. 신애의 버릇없음을 고치는 것은 방송심의위원회의 징계가 아니라 세경과 신애가 보여주는 가족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극중 보석이 해리의 빵꾸똥꾸를 금지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극중 보석은 "’빵꾸똥꾸’를 쓰지 않으면 인형을 선물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해리는 인형이 욕심나 빵꾸똥꾸를 참다가 답답함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빵꾸똥꾸’로 보이는 환상까지 보게 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빵꾸똥꾸’는 물질만능 시대의 잘못된 자녀교육, 가족간에 단절된 대화가 불러온 것이다. 심의위가 빵꾸똥꾸를 못하게 막는다고 이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결된다는 말인가? 빵꾸똥꾸에 대한 징계가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과외에, 시험에 시달리며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믿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순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가?

그러다가 서울시청광장에 다시 몇십만이 모여 일제히 이렇게 외칠지도 모르겠다.
"제발 가만히만 있어라. 이명박 이 ‘빵꾸똥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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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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