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수치 6남매, 대표는 누구?
    2009년 12월 21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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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선 복지 수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신문기사나 보고서마다 복지 수치가 달라 종종 곤혹스럽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으로 예산과 기금이 통합되고, 분야별 프로그램예산제가 도입되었지만 아직 새로운 국가재정체계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의 복지지출 산정방식과 국제비교에 사용되는 OECD 방식이 다른 것도 주요 이유이다. 현재 우리가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복지수치는 대략 6개이다.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한 수치일까?
1. 프로그램예산제에 따른 복지 지출 80.4조원

첫번째 수치는 정부가 프로그램예산제에 따라 계산해 발표하는 공식 복지지출 금액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총지출에서 복지지출은 <표 1>에서 정리되었듯이, 분야에선 사회복지와 보건을 통합하고, 회계에선 예산과 기금을 합쳐, 총 기초생활보장, 공적연금, 보건의료 등 12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2009년 복지지출액은 추경예산 기준으로 예산 26.3조원, 기금 54.1조원을 합쳐 80.4조원이다. 기금 비중이 큰 이유는 복지분야 지출에 사회보장성기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표 1>을 통해 지난 6년간 복지분야 지출 현황도 알 수 있다. 복지지출액은 2005년 38조원으로 정부총지출의 18.2%에 불과했으나, 이후 계속 늘어 내년에는 81조원으로 27.8%에 이른다. 이 기간 복지지출의 증가율은 17.4%로 같은 기간 정부총지출 증가율 7.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복지증가율은 앞으로 6.8%로 낮아질 예정이다.)

지난호 글에서 지적하였듯이, 이명박 정부의 ‘역대 최고’ 주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사회복지제도의 성장 초기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복지 수치는 항상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 마련이다. 복지 지출에는 인구 변화 및 제도 성숙을 반영하는 자연증가분이 존재하는데, 현재 이 자연증가분이 복지 지출의 대략 4%를 차지한다.

이 자연증가분은 이명박 정부가 향후 5년간 설정한 정부총지출 증가율 4.2%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후 정부가 예산편성 재량범위 안에 있는 다른 복지 항목에서 일부 물가상승분만 반영해도 전체 복지 증가율은 정부총지출 증가율보다 높아져 그 비중이 역대 최고가 된다.

2. 보건복지가족부 지출 31조원

두 번째 수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출금액이다. 과거에는 복지예산을 지칭할 때 복지부처 지출금액을 인용해 왔는데, 이러한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다음 기사를 보자.

“대표적 ‘민생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예산이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당초 정부 제출안보다 1조원 이상 증액됐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총 32조 2062억원의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당초 정부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 31조 645억원보다 1조 1417억원 늘어난 것이다.” (서울신문 “늘어난 복지예산 1조원 운명은” 2009. 12. 10)

위 신문기사를 보고 내년 복지예산이 32조원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 금액은 보건복지가족부에겐 중요한 수치이나 일반 국민에겐 전체 복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건복지가족부 수치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부처 복지지출임을 밝혀야 한다.

아래 <표 2>에서 보듯이,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지출은 29.6조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금액은 31조원이다.

   
  

<표 2>을 자세히 보면, 내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지출 중 예산은 1.5% 감소하는 반면에 기금은 17.5%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가 일반조세로 감당해야 하는 예산지출을 가능한 통제하고 대신 보험료(국민연금기금), 담배부담금(건강증진기금) 등 비조세 재원인 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증가분을 지닌 국민연금기금도 있지만, 한부모가족자영지원(559억), 난임부부지원보조(254억) 등 일반회계 지출사업에서 각각 복권기금, 건강증진기금으로 이전되기까지 했다(국회예산정책처, [2010년 예산안 분석 II]). 

3. 기금 제외 예산지출 복지 수치 26.3조원

세 번째 복지 수치는 기금을 제외하고 예산에서만 지출되는 복지지출 금액이다. 현행 프로그램예산제가 예산과 기금을 통합해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예산회계를 중심으로 정부지출을 이해하려 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우선 앞의 <표 1>의 전체 복지분야 중 예산지출 금액을 복지 수치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2010년 복지 예산은 26.3조원이 될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산지출만을 복지금액으로 인용할 수도 있다. 다음 기사를 보자.

“2008년 우리나라 가계가 사교육비로 쓴 돈 18조 7,230억원은 2008년도 우리나라 사회복지분야 예산(18조4613억원)보다 많고…”(한겨레 2009.3.30)

우리나라 복지체계에 대해 포괄적 이해가 없는 사람이 이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복지 규모가 18조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의 추측으로 이 수치는 <표 2>에 나온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본예산 18조 4,355억원을 2008년 수치로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필자는 2008년에 18조원대의 복지수치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국가재정에서 기금 역시 공적으로 조성되고 정부가 관리하는 재원으로 정부총지출의 거의 1/3을 차지하는 돈이다. 복지수치를 이야기할 때는 기금 포함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사용해야 한다. 

4. OECD 기준 공공복지지출 GDP 6.9%

네 번째 복지수치는 OECD의 정부지출 공공복지금액이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비교가능한 가장 권위있고 객관적인 수치로 학계, 언론에서 종종 인용된다. 다음 기사를 보자.

“(2005년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6.87%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국의 평균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20.7%로 나타나 우리보다 세 배나 높았습니다. (MBC뉴스 “국내 사회복지지출, OECD국가 평균 1/3 수준” 2008. 11. 20)

OECD는 매년 자신이 정한 복지산정 기준에 따라 각 회원국에 복지규모를 보고케 하고 이를 검증한 후 발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지출 사후보고 및 검증작업으로 OECD 복지 관련 수치는 3~4년 늦게 공개된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최근 자료는 2005년 수치다.

<표 3>은 최근 OECD 홈페이지에 공개된 복지수치를 정리한 것이다. 앞의 기사처럼, 우리나라 정부가 지출하는 복지규모는 2005년 GDP 6.9%이다. OECD 평균 20.6%에 비해 무려 13.7%나 작다.

   
  ▲ 출처: OECD.StatExtracts (http: //stats.oecd.org/wbos/Index.aspx?datasetcode = SOCX_AGG. 2009.12.17)

우리나라에서 특히 OECD 수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복지분야 수치와 OECD 복지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호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하는 복지분야에는 사실상 비복지인 주택융자금이 포함되고, 핵심 복지재정인 건강보험 지출이 제외되는 등 OECD 기준과 불일치하는 면이 존재한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매년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에 정부 복지지출을 OECD 기준에 맞추어 재산정하도록 하고 이 결과를 OECD에 보고하고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2007년 수치를 발표했는데, 아래 <표 4>에서보듯이, OECD 기준으로 한국의 복지지출은 GDP 7.5%이다.

그러면 2009년 현재 우리나라 복지 규모는 OECD 기준으로 얼마일까? 아직까지 정부가 발표한 공식수치는 없다. 아마 정부지출의 결산, 복지지출 재계산 과정을 거친 후 2011년 하반기에야 이 수치가 발표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략 추계해 보았는데, 올해 정부 복지분야 지출 80.4조원 중 주택융자금 12조원을 제외하고, 건강보험 약 24조원을 추가하면, OECD 기준 공공복지지출액은 약 93조원, GDP 대비 약 9%으로 추정된다. 

5. OECD 기준 사회복지지출 GDP 7.5%

다섯 번째 복지수치는 OECD 공공복지에 법정민간복지를 포함한 금액이다. 법정민간복지에는 민간기업이 법에 의해 지출해야 하는 법정퇴직금, 출산휴가급여 등이 포함된다. 이 지출은 비록 민간이 수행하지만 법에 토대를 둔 의무지출이어서 ‘공적‘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OECD는 정부가 지출하는 공공복지(Public expenditure)와 민간이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법정복지(Mandatory private)를 합하여 사회복지(Social expenditure)로 칭한다. 앞의 <표 3>을 보면 2005년 우리나라 법정민간복지는 GDP 0.6이고 이것을 합한 전체 사회복지는 GDP 7.5%가 된다.

<표 4>는 OECD 기준에 따라 보건사회연구원이 2007년 한국의 복지지출을 추계한 것이다. 한국의 법정민간복지는 GDP 05~0.6% 사이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해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수치도 잘 변하지 않는다.

   
  

법정 민간복지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것이 법정퇴직금에 대한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법정퇴직금이 법으로 정한 강제 지출이며 노동자의 퇴직 이후를 대비하는 제도로서 전액 ‘복지지출’로 OECD에 보고해 왔다.

하지만 올해 OECD와 법정퇴직금제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3국이 협의한 결과 법정퇴직금 중에서 노동보상적 몫을 제외하고 노령복지 몫만 복지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퇴직금이 적극적 이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급여이고, 중간정산이 일어나거나 연봉에 포함되는 등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회복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법정퇴직금 중 법정 은퇴연령에 도달하여 받는 퇴직금만 노령복지로 인정되었는데, 전체 퇴직금 중 약 20%인 3.7조원(GDP 0.45%)만 사회복지로 계산되었다.(2007년 기준)

그 결과 지금까지 GDP 2%에 육박하는 법정퇴직금을 모두 사회복지로 포함해 왔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비중은 2007년에 오히려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초 2006년 복지지출을 다루었던 다음 기사를 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6년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추계와 OECD 국가의 가족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회복지지출은 2006년 말 현재 84조9300억 원으로 GDP 대비 10.01%로 집계됐다”. (동아일보, “복지비 지출 GDP 10% 넘었다” 2009. 1. 5)

이 기사는 2006년 OECD 기준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GDP 10.01%로 소개하고 있다. 법정퇴직금 전액을 복지지출로 포함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기사이다. 하지만 <표 4>에서 확인되듯이,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OECD 결정에 따라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6년 복지지출 비중을 7.88%로 하향조정했다.(올해 추계방식 변화로 GDP 규모가 상향되어 비중 수치도 일부 변화가 생김)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을 노후보장체계의 한 층으로 삼으려는 것이지만 현행 퇴직금을 명실상부한 노령복지제도로 전환하는 효과도 거둘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법정 민간복지 비중은 늘어나고 이를 포함한 전체 사회복지 비중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 OECD 기준 총사회복지지출 11.4%

여섯 번째 수치는 OECD 기준 사회복지에 다시 종교기관 복지활동,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 자발적 민간복지를 포함한 총사회복지지출 금액이다.

근래 사회복지에서 민간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OECD도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 제공하는 자발적 민간복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공공복지, 법정 민간복지, 자발적 민간복지를 합해 ‘총사회복지지출’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총사회복지지출에서 정부의 조세지출 효과를 반영한 순사회복지지출이라는 용어도 있지만 아직까진 엄밀한 추계가 어려워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것을 근거로 최근 2007년에 한국의 사회복지 GDP 비중이 10%를 넘었다는 기사가 다시 등장했다. 이 기사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자발적 민간복지를 합한 총사회복지지출을 추계한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7년도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07년도 한국의 총사회복지지출은 98조6500억원으로 GDP 대비 11.4%를 기록했다….. 총사회복지 지출이란 국가나 사회 및 기업이 노령·질병·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에 처한 개인에 대해 지원하는 비용을 뜻한다..” (경향신문,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OECD 평균의 39% 불과” 2009. 11. 6. 기사중 수치 오차는 필자가 수정했음).

OECD 공공복지지출이 가장 적합한 복지수치

지금까지 우리나라 복지지출을 보여주는 6개 수치를 살펴보았다. <표 5>에서 보듯이, 금액으로 최소 26조원, GDP 기준으로 최대 11.4%(약 110조원)까지 다양하다. 이 중 3개는 우리나라 정부 총지출을 근거로, 나머지 3개는 OECD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한국정부 기준 수치를 사용하는 데 주의가 요한다. 우선, 보건복지가족부 지출이나 정부 예산 지출만을 기준으로 복지수치를 언급할 경우 그 범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두 수치 모두 전체 복지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기준을 제시해 혼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공식적 복지 수치는 정부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복지분야 지출로 올해 80.4조원, 내년 81조원이다. 국내에서 정부가 이 수치를 근거로 복지지출 규모 논쟁을 주도하기에 이 수치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주택융자금의 포함, 건강보험지출의 제외 등 이 수치가 지닌 한계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엄밀성을 기준으로 볼 때, 복지지출 실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OECD의 사회복지 수치들이다. 이것들은 국제기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복지지출을 계산한 것으로, 국제 비교에도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한 나라의 복지 실태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OECD 기준 공공복지지출이 가장 적합한 복지수치라고 판단한다. 이것은 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에 의해 행해지는 것으로 매년 의회에서 예산 심의 대상이 되는 복지지출이다.

법정 민간복지 역시 법적 의무지출로 사회복지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규모는 작은 반면 나라마다 격차가 심하고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공복지와 민간복지의 혼합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라면 총사회복지지출을 더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발적 민간복지 수치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어렵고, 복지효과도 공공복지와 다를 것이기에 이것을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요약하면, 한국의 복지지출을 가리키는 여러 수치 중 OECD 기준 공공복지 수치를 기준으로 복지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09년 한국의 복지지출은 정부의 복지분야 발표금액 80.4조원보다 더 많은 약 93조원으로 추계된다.

지난호 글에서 지적하였듯이, 이 93조원은 GDP 대비 약 9% 수준으로 OECD 평균 약 20%에 비하면 여전히 11%포인트, 금액으로 약 110조원이 부족한 금액이다. 내년이면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지 이제 15년째다. OECD 회원국인것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국가발전 지표인 복지지출이 최소한 OECD 평균에는 이르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향후 복지지출 증가율을 GDP 명목성장율보다 낮게 설정해, GDP 대비 복지 비중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가지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GDP 복지 비중이 이명박정부들어 ‘역대 처음’으로 낮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다음호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문제점과 개혁방향”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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