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바보로 만든 시간
        2009년 12월 21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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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코펜하겐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9일 새벽(현지시간), 공식 폐막일인 18일을 넘겨 새벽까지 협상이 이루어졌으나 오전 7시를 전후로 그 대단하던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회의(COP15)는 반전 없이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COP15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이라고 불리게 될 합의문이 만들어졌지만, 이번 회의에 걸려있던 세계인의 기대를 저버린 수준의, 정치적 합의일 뿐이라고 해야겠다.

       
      ▲ 우리의 지구, 우리의 미래

    코펜하겐이 아니라 Nopenhagen

    합의문 내용을 요약하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내로 제한하고, 선진국은 내년 1월 말까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며, 개도국도 이때까지 감축 실행방안을 담은 계획을 제출하게 한 것 등이다.

    또 선진국은 개도국에 2012년까지 300억달러를 긴급지원하고,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은 내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미뤄졌으며, 교토의정서와 달리 감축목표도 못 박지 않고 구속력도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모두가,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이라고 했건만.

    지금 코펜하겐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간절함을 저버린 ‘노펜하겐(Nopenhagen. 희망의 상징 호펜하겐에서 절망의 상징 노펜하겐-편집자)’ 또는 ‘브로큰하겐(Brokenhagen. 깨져버린 희망)’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홀로코스트적 결론’인가 ‘절반의 성공’인가

    수단의 대표 루뭄바 디아핑은 이 협약을 ‘홀로코스트적 결론’이라고 질타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유럽에서 600만 명을 소각로에 몰아 놓은 것과 같은 가치에 근거한 해결책"이라고 맹비난 하였다.

    일각에선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기도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의 "본질적 시작"이라고 언급하였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획기적인 진전"이라는 스스로도 낯 뜨거울 평가를 내렸다.

       
      ▲ "겁쟁이들아, 15차 될 때까지 뭐했니?" 한국의 환경재단에서 만든 포스터.

    이러한 상반된 평가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당장의 입장차가 야기한 것이겠지만, ‘발리행동계획’에서 정한 협약체결 시한을 세계 스스로 도과하고 긴박한 기후변화 대응을 다시 한번 지체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도무지 힘들겠다.

    바보가 된 기분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코펜하겐까지 날아와 약 2주간 협상을 지켜 본 입장으로서는, 단지 허탈한 마음이다.

    이번 협상은 역사에 기록될 만큼 거대한 회의였다. 내놓으라 하는 국가의 정상들이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했고, 전세계의 NGO에서 5만 명이 넘게 모여 협상을 지켜보았으며, 넓게 보면 전 세계의 수십억 인구가 이 회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듯 대단했던 회의지만 기대했던 최소한의 진전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바보가 된 기분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닐 것. 니카라구아 ‘원주민의 자치와 발전 센터’의 대표라고 밝힌 데니스 마이레나는 “정치인들의 어리석은 결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기다려야 하게 됐다."며 이러한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클리마 포럼에서 만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의 "마사와어민연합" 대표 하센 모하마드 알리는, "이 협상에 대해 기대와 자신감을 상실했다. 우리 지역에서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어 어민들이 위협에 처해 있는데, 이에 대해 산업화된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책임져야 한다.

    교토의정서는 긍정적인 진보였는데, 불행하게도 미국 같은 산업화된 국가들은 교토를 내던지려 하고 있다. 모든 제안은 자본화 되어 있고 그것들은 개도국과 특히 농민 ․ 어민 등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고 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 어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코펜하겐 시내의 강가를 따라 전시되어 있다. 북극곰이 한덩이 남은 얼음 위에서 "살려줘"라고 한다.

    이제 어찌하나

    속담에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다. 숙제를 미루면 나중에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열 살짜리 아이들도 안다. 이제 공은 내년에 열릴 COP16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미 정한 시한을 넘긴 마당에, 내년이라고 해서 실효성 있는 약속이 만들어 질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이렇게 하다간 지구가 기후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정상들의 한판 쇼는 끝났지만,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앞으로 우리가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해 볼 때이다. 우리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국내에서 어떻게 설득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진전되어야 하고, 또 나 스스로의 삶도 바뀌어 가야 할 거다.

    ‘거대한 쇼’를 한편 보고 나니,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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