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이 2009년에게
    By 나난
        2009년 12월 20일 06:2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 책표지.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어떻게 이 사회의 분배 구조를 바꿔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은 6월 항쟁 못지않은 항쟁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몇 개 생기고, 몇 명이 파업을 벌였다는 통계로만 얘기될 뿐, 그것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얘기는 없다.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분배 정의를 이뤄냈고, 사회 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말하고 싶었다. 노동자들은 늘 자신의 역사를 남에 의해 평가받고 자리매김 당해왔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자 대투쟁의 의의,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두 번째 이유이다."(서문)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노동운동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담긴 기록인『길은 복잡하지 않다』(철수와영희, 15000원)이 출간했다이 책은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고 실감나게 드러낸 글로, 저자는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벌인 노동운동과 3년간의 민주노총 위원장, 4년간의 울산 동구청장 시절 등의 이야기를 담아 있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노동운동에 매진해 오며 쌓은 경험을 통해 진보운동과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노동운동과 민노총을 사랑하는 방식은 내부의 문제를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 뼈저린 반성을 통해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구청장의 경험을 통해오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노동자 정치’의 필요성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운동가들이 어떻게 자본에 의해 명멸해가고 자본은 어떻게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가에 대해서도 책에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조직도 없는, 그렇지만 싸움의 근육이 울퉁불퉁 살아 있고 투쟁으로 노동운동을 바로 세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찬 한 노동운동가가 지금 어디에선가 하늘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눈물로 쓴 기록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역사에서 길은 단 한 번도 복잡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이 복잡했을 뿐이다.”(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추천사)

    “김대중 정권은 IMF 사태를 만든 주범인 재벌은 놔둔 채 ‘국민’ 이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겼다. 국민은 영문도 모른 체 장롱 속 금붙이를 나라에 바쳤고, 일터에서 무차별적으로 쫓겨나야 했다. 나라가 망하는 판에 그깟 일자리 하나 잃는 것쯤은 악 소리도 못 낼 일이었다.

    우리는 정부에서 떠드는 대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해고된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해 접대부 생활을 해야 했던 어느 여성 가장이 목격한 것은, 고급 술집에서 강남의 부자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이대로” 라는 환호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본문 중에서)

                                                   * * *

    저자 – 이갑용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87년 노동조합을 만난 이후 대의원, 교섭위원, 운영위원, 사무국장, 비상대책위원장, 위원장까지 노동조합의 공식 직책을 차례차례 밟으며 노동운동가로 단련되었다. 1998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한 후, 2000년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다 떨어졌고, 2002년에는 노동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구청장(울산 동구)에 당선되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