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하나로 묶은 한자의 힘
        2009년 12월 19일 08: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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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4,000년 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한 국가체제를 유지해온 중국, 그리고 그 중국을 하나로 묶는 한자. 단 한 글자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이미지에 가까운 문자인 한자, 그 힘은 무엇일까?

    문자와 권력, 언어와 욕망, 이데올로기와 무의식의 조합에 관한 서양의 이론을 녹여 동양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해온 김근 교수가 펴낸 새 책 『한자의 역설』(김근, 삼인, 12,000원)은 한자에 숨어든 권력 담론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잉여와 역설을, 동전의 양면을 번갈아 보이듯이 드러낸다.

    특히 넓은 중국 땅을 통일 체제로서 유지해온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저자는 한자를 제시한다. 국가와 사회의 분화는 대개 언어의 분기에서 비롯되는데, 중국 역시 방언의 복잡한 분기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워 분화/분열의 위험이 상존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미지로 소통하는 한자를 문자로 쓴 덕에 이 난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한자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관념적인 사상 체계를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문화적 도구, 통로의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우선 한자의 언어학적 특성과 주체들(백성)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환상을 억압해 권력의 담론을 헤게모니로 인식하도록 기획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이어 역사의 흐름에 따른 한자 서체의 발전 과정을 서술하며, 역대 권력의 이데올로기 생산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물인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어떤 책인지를 설명하고, 표의 기능, 관념을 형성하는 기능을 통해 한자가 헤게모니를 구성하는 원리,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 등 육서(六書)를 통해 한자가 구성하는 사물의 질서를 밝힌다.

    또한 저자는 중국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뒤바꿀 만한 획기적인 혁명이 없었음을 밝히며 그 이유로 주변에서 배회하는 잉여가 세력화되지 않도록 모순을 적절히 흡수해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모순과 역설에 적응할 줄 아는 존재론적 사유 방식이 중국 문화에 전반적으로 전이된 현상을, 적벽대전과 잘 알려진 새옹지마(塞翁之馬) 고사, 루쉰의 《아Q정전》의 장면, 역설을 담은 한시 등을 인용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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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근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서 지금은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중국언어학이고 주요 연구 주제는 언어와 이데올로기이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욕망하는 천자문』,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한시의 비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여씨춘추역주』 전3권, 『설문해자통론』 등이 있다. 그리고 <한부(漢賦)의 문학적 주체성에 대한 재조명>(2008)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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