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자리라도 늘리는 게 좋다구요?
    2010년 01월 15일 0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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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점심 시간. 현대중공업 군산 공장 인근의 한 감자탕집이 주변 공장의 노동자들로 붐빈다. 예전에 섬이었고, 허허벌판이던 땅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 도시가 만들어졌다는 곳이다.

“제 친구들도 현대중공업에 여러 명 다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 다니겠대요. 일은 힘든데 임금은 쬐끔밖에 안 주죠.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없고. 희망이 없는데 버티기 힘들죠.”

대형트럭을 만드는 타타대우상용차에 다니는 김량수 노동안전부장은 얼마 전에도 한 친구가 그만뒀다며 한숨을 쉰다.

타타차 노동자의 현대중공업 친구 걱정

옆에 있던 동료도 거든다. “현대중공업은 1년 지나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비정규직이 없어요. 제 친구도 다른 회사 그만두고 갔는데 힘들어 죽겠대요.”

마침 현대중공업 작업복을 입은 세 명의 노동자가 들어와 뒷자리에 앉는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비정규직이다. 작업복 왼쪽에는 현대중공업 마크가 새겨져 있지만 오른쪽에는 하청업체 이름과 본인 이름이 박혀있다. 모두 30대 전후 젊은 노동자들이다.

“월급은 얼마나 받는다고 해요? 연봉으로 2천만 원 조금 넘는다던데?”
“글쎄요. 그것도 못 받을 걸요. 법정최저임금 받는다던데요. 근데 수주가 없는지 정리해고를 한다는 소문도 있대요.”

“비정규직이 몇 명 정도 일한다고 해요?”
“글쎄요, 많을 때는 2천 5백 명 정도 됐다고 하던데, 지금은 2천 명 조금 넘는다고 해요.”

   
  ▲ 2008년 5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기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사무관리직, 생산직 정규직이 몇 명이고, 사내하청 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몇 명일까? 회사도 얘기하지 않고, 노동부도 알려주지 않으니, 정확한 숫자를 알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도, 삼성중공업도,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08년 봄 사내하청 비정규직 660명을 뽑아 배를 만들기 시작했으니 2년 만에 2천 명의 일자리를 만든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고용한파’에서 일자리를 늘렸으니, 현대중공업은 ‘착한 기업’이라 해야 할까?

2000명 늘렸으니 착한 기업?

타타대우상용차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4~5천만 원 가량이다. 물론 회사가 착해서 그렇게 준 게 아니라 노동조합이 싸워서 받은 월급이다. 타타대우상용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연봉이 3천을 넘는다. 해마다 10%씩 정규직이 되고, 정규직노조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에 받아들였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요즘 수출 물량이 많아서 평일 3시간 잔업을 하고, 토요일에도 특근을 한다. 그래도 수요일에는 가정을 위해 8시간 정시근무만 하고, 일요일 하루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특근을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도 해고의 불안 없이 일하고 있다. 모두 노동조합의 힘이다. 

타타대우상용차와 현대중공업은 10분 거리다. 군산에서 같은 학교를 나오고 동네 친구들인데, 천지차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란다. 재벌들은 떼돈을 벌었으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나쁜 일자리만 만든다. 최저임금으로 부려먹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마음대로 짜르겠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나서서 나쁜 일자리를 조장한다.

나쁜 일자리라도 실업자보단 낫다고 항변하실지 모르겠다. 그러시다면 대통령 딸-아들부터, 재벌 회장 자녀, 손자-손녀부터 비정규직 공장에 보내자. 더도 말고 딱 2년만 일하게 하자.

2010년 1월 14일 군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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