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여, 기후를 위해 단결하라
    2009년 12월 17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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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서 이명박과 오바마만 회의를 하는 건 아니다. 노동자도 한다. 정상들의 협상 장소인 벨라센터에서 멀지 않은 덴마크노총(LO) 건물에서는, 세계 각지의 노동자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관련된 각종 문제들을 논의하는 약칭 ‘와우’ 포럼이 열렸다.

   

  ▲와우 포럼을 알리는 홍보물.

정식 명칭은 "와우 파빌리온(WoW: World of Work, Pavilion)". 국제노총(ITUC)와 덴마크 노총(LO)이 공동주최하여 12월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이 포럼은 녹색일자리, 작업장의 녹색화, 산업구조 개편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담은 총 27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노동자는 진정으로 당사자

기후변화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며 또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변화해야 한다. 노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산업부문이 기후변화 유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노동자와 작업장에 기반한 전략이 필수적이기도 하거니와, 기후변화 정책이 생산과 소비 영역 모두에 관계되므로 노동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의 측면에 있어서도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 가운데서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바,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문제도 노동조합의 고민지점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이제 기후변화를 ‘노동문제’라고 부르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미 많은 나라의 노동조합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고, 국제노총(ITUC)이나 유럽노총(ETUC)은 기후변화협약 회의에 적극 참여하여 기후변화 정책결정에의 노동자 참여권 보장이나 고용안전이 고려되는 산업구조 개편 등을 협약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노조는 답을 가지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 12일 ‘행동의 날’ 행진에서 본 벨기에 노동조합의 깃발

와우 포럼의 표제는 "노동조합은 답을 가지고 있다(Unions have solutions)"이다. 그 답은 바로 ‘정의로운 전환’.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 일부분(원자력이나 정유 산업이 대표적)에서는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축소되게 된다.

때문에 한때, ‘일자리’와 ‘환경’은 대립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에서 부수되는 고통이 일부 노동자에 전가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틀의 전환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개념이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는 녹색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대체 일자리의 창출, 훈련과 교육시스템을 통한 재숙련 지원, 전환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공동체에게 보상 ․ 지원하기 위한 재정 마련 등이 있다. 또한 ‘정의로운 전환’에서 빠뜨리면 안되는 것은, 사회적 합의다.

기후변화 대응과 시스템 전환의 정책결정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노동자가 전환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 기획의 한 주체로서 설 때만이 전환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녹색성장 허구성 폭로

와우 포럼의 27개 세션 중에는 한국 노동조합이 주최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노동조합 없이 녹색경제는 가능한가? – 한국정부의 녹색성장정책 비판과 대안"이라는 제목을 걸었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과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이 발제를 맡고,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국장과 이정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그리고 델라웨어 대학의 존 번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 이 날 세션에는 한국 상황에 관심 있는 외국인도 다수 참여하였다.

   
  ▲ 한국 세션에는 3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유진 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기실은 회색성장인 10가지 이유를 대면서, 현재와 같이 초라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원자력 에너지 확대 ․ 무자비한 도시 재개발과 용산참사에 대한 냉담한 태도 등을 가지고도 ‘녹색성장’을 운운하는 것은 녹색이 아니라 녹색을 가장한 분칠(green wash)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우 연구원은 한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노조와 시민사회가 공동의 비전을 함께 작성하고 적극적이며 일상적 연대를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각자의 해답을 찾아서

기후변화가 사회 전 부분의 과제가 되면서, 이제 우리도 각자의 영역에서 그것을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앞서의 글에서 언급하였다. 여성, 노동, 농민, 장애인 모두가 이 ‘기후의 시대’를 살아 낼 기획을 지금부터 작성하여야 한다.

이번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한국의 노조와 농임단체에서 참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한국 노동조합이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노동자 연대에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은 참 다행이다. 2009년 12월 이후에는 한국에서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을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길들이기]

*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 탄소포집저장기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잡아내어 땅 속에 영구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연구단계에 있으나, 일각에서는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데다가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회피하고 지금까지와 그대로 살겠다는 아이디어라고 하여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 보통 알이디디라 읽는다. 개도국의 산림훼손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이것은 ‘숲의 파괴와 훼손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고 어렵게 해석된다.

REDD는 열대우림 등 산림자원을 보호하는 개도국이나 개도국에 숲을 조성하는 선진국에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도에 비례하여 탄소배출권을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이로 인해 원주민의 산림이용권이 지나치게 제약 당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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