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통합론, 억지 아니면 알리바이"
        2009년 12월 17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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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은 몇 차례 대표단 회의와 12월 15일 전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하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선거 연대방침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12월 16일 노회찬 대표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 정종권 부대표

    이것에 대해 조금 강조점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진보신당의 자생력 강화 – 2010 진보정치 선거연합 – 지방선거 이후 진보정치의 단결과 연합에 대한 논의’라는 방향과 공유된 의견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상황, 특히 민주노동당의 태도에 대해 알리고 제 의견도 전하고 싶은 생각으로 몇 마디 정리했습니다.

    1.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세력들이 각개약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가치와 지향이 비슷한 진보정당들의 후보는 후보조정, 후보단일화 등 진보정치 선거연합의 틀을 통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대중적 염원과 진보정치의 확장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은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의견이다.

    2.

    진보정치 선거연합의 성과와 실천들이 그 이후 더 높은 수준의 연대연합으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말과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이 통합 혹은 통합선언이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발상과 생각이다.

    선거연합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 성과에 근거하여 그 다음의 높은 연합으로 발전하고 이를 지향해야 한다는 ‘단계론적 접근’은 상식적으로 당연히 옳다. 그러나 더 높은 수준의 연합을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거연합의 실천적 성과와 성찰적 논의와 가치의 재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성에 불과하기에, 지방선거 이후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선 선거연합 – 후 높은 수준의 단결 모색’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법이고 따라서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어야 한다는 ‘선 통합선언 – 후 선거연합’의 논리는 현실을 부정하는 억지 논리이거나 선거연합을 회피하기 위한 알리바이일 뿐이다.

    3.

    얼마전 민주노동당은 12월 2일 확대간부회의 결정사항에서 "…진보제정당, 시민사회, 네티즌을 포함하여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당원들을 비롯하여 광범위한 현장의 노동자, 농민, 진보적 지식인들이 진보정치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대중적 통합운동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결정사항에서 말하는 진보진영의 대통합 운동이라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1:1 통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양당을 포함하되, 기간 1기 진보정당운동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가치의 혁신과 주체의 확장을 지향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당연히 진보 제정당, 시민사회, 네티즌 등을 규합하는 것도, 이들을 진보정치의 새로운 주역으로 만드는 것도 단시일 내에 지방선거 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험적 통합선언은 더더욱 관념적이고 공허할 뿐이며, 많은 사람들을 방관자 구경꾼으로 만들 뿐이다.

    그래서 선거연합을 위해서라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1:1 통합선언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이거나 선거연합을 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로 이해하더라도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4.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사이에도 선거연합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양 당의 한쪽에서라도 양당 통합이 전제되어야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냐면 그만큼 그것은 상식적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진영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민주당과도 반MB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교해보더라도 그 비상식은 드러난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도 민주당과의 통합선언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설마 그렇게까지 사고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면 너무 비상식이니까.

    그런데 "진보신당과는 통합선언이 전제되지 않으면 진보정치 선거연합은 논의할 수 없고, 민주당과는 통합선언과 무관하게 반MB 선거연합은 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논리일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것이 지나친 우려이거나 상상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중의 소리> 12월 16일 기사 ‘반MB연합에 제동 건 노회찬… 시민사회 “진보신당 외톨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 우려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는 정치논리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 소리가 그냥 민중의 소리는 아니니까.

    5.

    사족으로 하나 더 덧붙인다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혹은 단일화 논의는 현 상황에서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에만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 민주당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87년 이후 한나라당 정권 10년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고 단절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듯이 97년 이후 민주당 정권 10년에 대한 평가에서도 진보진영은 이 시기를 비판과 극복의 시기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대중으로부터 심판받고 비판받았던 민주당 정부 10년에 대해 진보정치세력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진보정치 10년의 비전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진보정치의 정체성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일각과 진보정치 일각에서도 민주정부 10년의 계승이라는 논리가 강하게 나오며 그 실천적 귀결이 민주당과의 2010 지방선거 선거연합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정부 10년’이라는 사고방식과 ‘민주당 정부 10년’이라는 사고방식 사이에는 커다란 역사 인식의 간극이 있다.

    그런데 위 민중의 소리 기사에서 인터뷰한 시민단체의 모 인사 관련 기사를 보면 ‘그는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민생과 평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범민주세력을 모아서 지방정권을 찾아 와야 한다. 그 방식이 선거연합"이라며 "민주당을 빼고 하자는 노 대표의 사고는 교조적인 사고일 뿐"이라고 말했다’라고 나온다.

    앞뒤 맥락을 보면 반MB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을 포함한, 아니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합이 절대선인 것처럼 사고하는 발상인데, 이것은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적지 않은 시민사회 주체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는 사고방식이다. 전혀 동의하기 힘든 발상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굳건한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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