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있으면, 무조건 지운다?
By mywank
    2009년 12월 15일 0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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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 ‘심재철씨 영수증 보내 주세요. 설마 18원이라고 안 보내주는 건 아니겠죠’라고 글을 올렸는데, 어이없게 명예훼손인가 뭔가 하고 다음 클린센터에서 메일이 왔네요. 참나 심한 말을 쓴 것도 없는데.” (10월 21일 언소주 카페에 네티즌 ‘반잔’이 남긴 글)

“302전경대장(조삼환 경감)이 신고했나 봅니다. 블라인드 처리 이유가 ‘개인정보 노출’이라네요. 국민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부대 홈페이지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까지 올려놓고, 무슨 개인정보 노출이라는지. 암튼 그 분 사진은 ‘블라인드’ 될 예정이니, 각자 컴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5월 4일 ‘안티 MB’ 카페에 네티즌 ‘사랑과 평화’가 남긴 글)

최근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블로그나 카페 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볼멘 목소리로 가득하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게시 글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블라인드 조치(임시 접근금지 조치)’를 당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레디앙> 블로그도 블라인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겸임교수 자격을 문제 삼은 변희재 씨의 기사를 반박하기 위해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레디앙>은 지난 11일 다음 블로그에 올린 ‘태어날 때부터 ‘투쟁’ 외치는 사람 있을까?’라는 기사를 다음 블로그에 게재했다가, 각각 변씨와 모 회사의 권리침해 신고로 30일간 블라인드 조치가 되었다.

   
  

결국 포털 측의 블라인드 조치는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네이버는 블라인드 조치를 당한 게시자가 문제 제기를 하면, 자체 심의를 거쳐 보통 1주일 안에 게시물이 복원되는 반면, 다음은 2~3주 간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를 통과해야 게시물이 복원될 수 있다.

네이버, 다음 모두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30일 동안 게시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이 기간 동안 복원 요청이 없으면 해당 게시글은 자동 삭제된다.  

현재 포털 측이 특정인의 권리침해 주장만 있어도, 해당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의 맹점 때문이다.

블라인드 남용되는 이유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 2의 2항)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 2의 6항)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게시자 콘텐츠에 대한 복원권을 면책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포털 측은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특정인으로부터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블라인드 조치를 남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분명한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다음 측은 블라인드 조치를 당한 게시자들에게 “다음 내 게시물로 인해서 명예훼손 등의 권리를 침해 받고 있음을 주장하는 신고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조치’를 취하게 된다”며 “그렇다고 해서 고객님께서 타인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셨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복원권 보장돼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박경신 교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현행 관련 법률은 누군가가 피해를 주장할 경우, 포털은 일단 해당 게시물을 내리면 책임을 면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까 합법적인 게시물까지 포털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게시자들에게 복원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현재 자발적으로 복원권을 보장하는 편인 네이버와 달리, 다음은 게시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절차를 거쳐야 복원을 해주는 등 사실상 복원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포털의 면책 요건으로 복원권을 포함시켜야, 앞으로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가 발생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러한 기준이 반영되도록 현행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야 하고, 해당 포털 측 역시 복원권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 접근금지’ 없애야"

특정인에 의해서 악용될 소지가 높은 블라인드 조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 측으로부터 블라인드 조치를 당한 신민영 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복원권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포털 측의 ‘임시 접근금지’ 조치를 없애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조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내 글이 판단되는 사전 검열과 같은 느낌을 주고, 복원을 위한 과정도 매우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시자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조치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지은 다음 홍보팀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다음은 권리침해 주장자들의 의견과 게시자들의 표현의 자유 모두 중요시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가 크다. 현재의 관련 법률을 저희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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