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대연합당? 당원에게 물어봤나?"
        2009년 12월 14일 07: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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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양당의 통합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허거걱! 이게 무슨 소린가염? YTN에 진보양당의 통합이 사실상 결정된 것처럼 보도되고 민주노총 게시판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 추진 당론 확정’이란 글이 뜨면서 진보신당 부산시당의 인터넷 게시판은 술렁거렸다.

    "제대로 좀 하소"

    “사실이요? 뭐라고 해명 좀 해보소 예? 참으로 답답하요…”
    “현재 명박이와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한 합당은 야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황스럽고 화난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민주노동당의 일방적인 바람이겠거니 애써 진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린 가능성에 관한 원칙적 언급 가지고 뻥튀기지 맙시다.” “민노당한테 휘둘리가 뭐가 그래 조은교? 제대로 좀 하소.”

    그러나 정말 통합이 되어버린다면?
    “사실이요? 나는 그라면 이제 아무 당도 지지 안할라요.”
    “통합하면 전 정계은퇴 하고 집으로 갈꺼예요”
    “저도 이당 저당을 다 떠나 그냥 무당으로 살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맘 둘 데 없으니 그냥 바람에 구름 가듯이 살 수밖에…”
    “정계를 떠나 아름다운 사람들하고 생활진보나 열심히 할까?”
    대부분 탈당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단다.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접겠다는 뜻이겠다. 통합에 긍정적인 댓글은 단 한 개 있었다. 술렁이던 당원들의 목소리는 결국 노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했다.

    당원 의견 수렴해야

    “당원들을 버리려 합니까? 당내 의견 수렴 없이 이렇게 애매한 발언을 하시다니…..”
    “당원들과 소통이나 토론회 한번 제대로 안했으면서 늘 언론 인터뷰나 외부 발언을 통해 지르는… 노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이 그림 다 그려놓고 언론에 밑밥 던지는게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이 정도면 노 대표가 당원들 앞에 솔직하게 속마음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가 맞지 않는 정치적인 입장을 잠시 수면 밑으로 놔두고 오로지 선거에만 매몰되어 있는 지도부가 솔직히 한심합니다.”

    2008년 1월 이른바 선도 탈당파들이 민주노동당을 뛰쳐나온지 2년이 지났다. 얼어죽을 각오로 광야로 나섰다고 했고, 100년 동안 이어갈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새로운 진보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이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대해 노 대표는 “깨진 그릇을 다시 붙여 쓸 수는 없다”고 단언했었다. 그사이 1만명이 넘는 새 당원들이 새로운 진보정치의 희망을 안고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그런데 지금 공공연히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통합을 이야기하는데는 진보신당의 출범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진보진영을 분열시켰다는 거다. 우리는 거기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금와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싶지도 않다.

    "분열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하나였던 진보정당이 둘로 나뉜 것은 ‘팬’들에겐 분명 혼란스런 일이다. 그러나 진보도 보다 다양한 색깔을 가져야한다는 것은 시대적인 당위다. 둘이 아니고 셋 넷이면 어떠랴. 유럽에는 얼마나 다양한 색깔의 진보정당이 존재하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배타적 지지에 익숙한 팬들도 이제는 보다 정밀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 성숙이고 발전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힘을 모으면 된다. 그래서 선거연합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합이라니. 감히 역사를 거꾸로 돌리자는건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진보신당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한다. 진보진영 전체의 명운이 걸려있다고도 한다. 글쎄, 정당이 선거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선거 한두 번에 운명을 도박할 생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라면 너무 천박하지 않은가.

    자유**당이나 친*연대보다 나을게 없는 출생 배경이 아닌가 말이다. 멀리 좀 보자. 이명박이라는 당장의 과제물에 충실해야겠지만, 10년 20년 뒤 거둬낼 진보의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수십 년의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오늘의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고도 진정 느끼는 게 없는지?

    보도된 대로라면 진보신당 대표단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진보대연합당을 건설하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분당의 원인이 된 과제들이 해결된 뒤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적당한 선에서 인정하면 된다. 그들은 창당 전 구 민주노동당에서 마지막까지 당권파들과 협상을 벌였던 사람들 아닌가. 이제 당당하게 금의환향하게 생겼으니 축하할 일이다.

    "지도부, 신중하게 발언하라"

    2001년 주사파 전국연합은 10년의 전망, 3년의 계획으로 민주노동당을 접수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었고, 실제로는 7년만에 목표를 조기달성했다. 진보신당 내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2년의 전망, 3달의 계획으로 진보신당을 말아먹게 된다면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국밥의 달인이다.

    노회찬 대표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이명박 정부에 제안했다. 제안하노니 당 통합을 놓고 당원 총투표를 실시하자. 통합 보도가 있은 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 중에도 출마고 뭐고 다 때려치우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10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노총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측은 신나게 통합이야기만 떠들어댔다. 빠른 시일 내에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으면 선거에 힘을 모으기도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노 대표와 지도부는 당원들의 총의가 모이기 전에는 제발 신중하기 말하기 바란다. 그냥 “통합 문제는 아직 당원들 사이에 논의된 바 없으므로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게 정답 아닌가? 한두 번도 아니고 나 참.

    * 이 글의 필자는 진보신당 부산시당 당원이며, ‘적연’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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