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을 통해 만난 '한나 아렌트'
    2009년 12월 13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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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906년 독일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이 ‘유대인’임도 잊고 평화롭게 지내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히틀러의 집권 이후 나치에 체포되어 8일 동안 심문을 받고 석방, 그러나 다시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가 탈출하는 등 모진 고초를 겪었다.

나치의 반인권적 행위를 온몸으로 겪은 그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45세가 되던 해 『전체주의의 기원』을 출간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연이어 주목할 만한 책과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독창적인 이론과 연구로 오늘날 까지 널리 읽히고 있는 정치철학자이다.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리처드 J.번스타인, 아모르문디, 15000원)는 한나 아렌트의 ‘지적 전기’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렌트의 사상의 중심을 이루는 주제들이 20세기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아렌트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그것을 이해하고 사유하고자 하는 치열한 고투 속에서 나온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아렌트의 사상이 전체주의와 강제수용소의 공포와 싸우며 ‘진정한 정치’라는 해답을 찾아 자신의 독특한 견해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유대인 문제’를 포함시켰듯, 한나 아렌트가 유럽에서 ‘시민권’을 얻지 못했던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변수임을 밝힌다.

이 책에 따르면 아렌트는 나치가 정권을 장악하고 반유대주의적 테러가 본격화 된 후, 독일에서부터 도주하면서 정치적 반유대주의의 최근 역사와 다양성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아렌트의 민족국가, 내재적 긴장, 소멸에 대한 생각들이 유대인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탈출 한 이후 프랑스에 머물며 시온주의 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대인 정치의 실패와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유대민족이 다른 억압받는 집단들과 연대하여 유대인으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주장하였다.

유대 민족이 스스로의 정치적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아렌트의 초기 주장들은, 이후 혁명정신을 찾기 위한 시도로 발전해, 『혁명론』이라는 당대의 역작으로 나타난다. 또한 무국적 유대인으로서 자기 경험은 아렌트로 하여금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권리를 가질 권리’임에 주목하게 만들었고, 이는 이후 ‘정치’에 대한 아렌트의 관심을 만들어 냈다.

이후 정치에 대해 연구하던 아렌트는 시온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실망하고 비판했다. 그는 민족국가와 민족주권관념에 대해 비판했으며 그의 비판은 시온주의자들과의 논쟁 속에서 더욱 예리해졌다. 그는 이후 팔레스타인과 유대인들의 이중민족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유다 마그네스’와 ‘이후드’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녀에게 유대인 문제는 평생의 과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유대인’을 매개로 한나 아렌트라는 한 철학자의 사상적 궤도를 탐색한 책이다. 반세기가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적 기원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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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저자 리처드 J. 번스타인

미국의 철학자. 예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스쿨대학교(New School University)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상학, 사회정치철학, 비판이론, 미국 실용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 활동을 펼치는 한편, 철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학제간 대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프로이트 그리고 모세의 유산』, 『근본악―철학적 심문』 등이 있다.

특히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2009 세계석학초청 교수’로 선정되어 한국을 방문, ‘문명과 평화 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학술대회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역자 –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한나 아렌트를 연구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윤리학과 정치철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치와 진리』, 『한나 아렌트 정치판단이론』,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아렌트의 『칸트 정치철학 강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치의 약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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