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한다더니…외고에 날개 달아줘
    2009년 12월 11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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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외고 개편안이 발표되었습니다. 10일 교과부는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외고 존치, △입학사정관으로 학생 선발 등이 주요 골자입니다.

외고 존치의 조건이 있기는 하나…

2011학년도 학생선발, 즉 내년 말의 입시 이후 학년당 10학급씩 총 30학급, 학급당 학생수 25명 수준인 외고는 존치됩니다. 하지만 공립외고에만 해당됩니다. 2009년 3월 현재 전국 12개 공립외고의 학급수는 평균 19.2개이고, 학급당 학생수는 28.6명입니다.

   
  ▲ 세종시 조감도와 안병만 교과부 장관

따라서 어떤 공립외고는 학급을 더 늘리거나 학생을 더 뽑아도 되고, 어떤 학교는 줄이더라도 조금만 하면 됩니다. 예컨대 청주외고는 6개 학급을, 전북외고는 12개 학급을 더 만들 수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가 25명이 넘는 다른 공립외고는 내년 말에 학생을 선발할 때, 적게 뽑으면 됩니다.

사립외고는 여유가 있습니다. 18개 사립외고의 평균 학급수는 28.8개이고, 학급당 학생수는 36.9명입니다. 학급을 감소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은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시행하는 게 아니라 5년 유예기간이 있습니다.

교과부는 “향후 5년 이내에 학생수용계획 등 시도교육청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시행”이라고 밝힙니다. 따라서 당장이야 일부 사립외고들이 볼멘 소리를 하겠지만, 5년이나 남았으니 이래저래 노력하여 유아무야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내년 입시부터 조금씩 학생을 덜 뽑으면 계속 외고로 남습니다.

물론 학생수가 줄어들면 등록금 수입도 적어집니다. 그러나 공립외고야 교육청에서 지원하니 걱정이 없고, 사립외고는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지자체 지원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등록금이 오르면 돈 없는 학생들은 외고 다니기 어렵습니다. 지자체 지원이야 경기도가 돌아가면서 외고에 기숙사를 지어준 선례가 있습니다. 안병만 장관이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절 설립한 용인외고는 용인시와 경기도가 학교 건물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존속하기 싫은 외고는 2013년부터 다른 학교로 전환합니다. 즉, 2012년까지 국제고, 자율형 공립고,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하지만 기준과 유예기간 등을 고려할 때, 전환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학사정관제로 학생 선발하나…

학생선발도 바뀝니다. 먼저 학과별로 선발합니다. OO외고 영어과에서 학생을 뽑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학교별 필기고사와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 등은 금지됩니다.

학생은 100%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데, 학교생활기록부, 학습계획서, 학교장추천서 등의 서류전형과 면접의 과정을 거칩니다. 중학교 학생부에는 학교외 경시대회나 각종 인증시험 실적을 기록할 수 없고, 독서항목이 신설됩니다. 학생선발의 시기는 현행 전기 입시에서 가/ 나/ 다군으로 바뀝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외고 진학의 기회는 3번 주어집니다. 그리고 내신으로 대학가는 그림과 유사합니다. OO외고 영어과에 지원하면서 학생부, 학습계획서, 학교장추천서의 서류를 냅니다. 학교에서 공고를 하면 면접보러 갑니다. 합격자는 입학사정관들이 가립니다.

그동안 외고 대비 사교육을 유발하였던 영어듣기평가, 필기고사, 각종 경시대회 실적 등은 외형상 사라집니다. 하지만 중학교 내신을 잘 받아야 합니다. 물론 “외고는 학과성적 반영시 영어성적(중학교 1학년 성적 제외)만 전형에 반영”한다고 교과부가 밝힙니다. 하지만 제출된 학생부에서 입학사정관들이 무엇을 볼 지는 그들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내신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각종 경시대회 실적이 학생부에서 빠지지만, 학습계획서나 학교장 추천서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이 학생은 △△가 주최하는 OO 영어경시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였으며”라고 학교장이 쓰면, 입학사정관들이 알게 됩니다.

“전 어릴 때 조기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를 원어민 수준만큼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여 세계적인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학습계획서를 내면, 역시 입학사정관들이 읽습니다. 학생부 독서항목에 영어원서 책을 기입할 수도 있겠습니다.

곧, 필기고사와 각종 실적 등은 폐지되지만, 내신과 각종 틈새를 대비한 사교육이 필요합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입니다. 더구나 외고의 정원은 줄어들지만, 외고 응시기회는 한 번에서 3번으로 늘어납니다. 기회가 많아지니 ‘나도 한번 원서 넣어보자’는 중학생도 생깁니다. 정원은 줄고 지원자가 늘면 전체적인 경쟁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변수는 입학사정관제입니다. 뭘로 학생을 뽑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입학사정관만 압니다. 기준이 불명확하고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인 판단’이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인데, 무엇이 기준인지 공개하면 그건 입학사정관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어떻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이럴 때는 모든 부분을 다 잘 하든가, 아니면 정보력이 탁월하다는 학원에 의탁해야 합니다.

덕분에 아무래도 돈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수입으로 마땅한 게 없으면, 상장하려고 하는 특목고 입시 학원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사교육 1위라는 메가스터디에 버금가는 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사교육 주식으로 벌어서 자녀 사교육시키기’가 어쩌면 MB 시대에 어울리는 선순환일지 모릅니다.

다른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도 덩달아 입학사정관제 선발

지난 11월 27일 교과부는 1안과 2안의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안은 1안에 가깝지만, 기준이 완화되었습니다. 외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입학사정관제 또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외고가 있습니다. 그러니 개편안이라고 하나, 외고 입장에서는 마냥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는 외고 뿐만 아니라 과학고와 국제고 등 다른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도 외고처럼 필기고사를 볼 수 없는 대신,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고등학교들은 평준화지역의 일반고를 제외하고 모두 가, 나, 다군으로 나뉩니다.

이런 이유로 1부 리그 고교에 들어가려면 중학교 내신이 중요합니다. 틈새시장도 찾아야 하고, 입학사정관제도 대비해야 합니다. 외고만 바뀐다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이젠 대학입시처럼 고교입시가 치러집니다.

재밌는 부분은 국제중에서 추첨이 사라지는 겁니다. 올해까지 두 번, 서울의 국제중은 추첨으로 학생을 뽑았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불만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추첨하지 않아도 됩니다. 입학사정관이 초등학교 학생부 등을 보고 사실상 ‘마음대로’ 선발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내신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자사고 입시에서도 추첨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평준화지역의 자사고, 예컨대 서울의 13개 자사고는 추첨입니다.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어쩌면 한두 해 안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1부 리그 고교들이 입학사정관제로 뽑고, 하물며 같은 서울의 국제중도 추첨을 하지 않는데, 평준화지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 추첨해야 한다고 하면 서울의 자사고들이 과연 ‘예’라고 할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개편안 마련 과정은 여러 학교관계자들에게 학습효과를 안겨다 줍니다. ‘안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이면, 어떤 형태로든 반영됩니다. 외고 개편안에 외고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평준화 지역의 자사고에서 추첨이 폐지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추첨이 사라지면, 1부 리그 고교들은 학생선발의 권한을 더 갖습니다. 즉, 고교입시의 강도는 더 세집니다.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는 남아있겠지만, 보다 앙상해질 따름입니다. 곧, ‘외고 폐지’ 하라고 했더니, 엄한 평준화를 폐지한 꼴입니다.

정두언 의원이 과연 실세일까요

지난 몇 달간 ‘외고 폐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정두언 의원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시끄러웠던 이유는 실세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외고 폐지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외고에 날개 달아주기입니다. 외고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자사고처럼 외고도 추첨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달아줍니다. 세종시는 수정하지만, 외고는 원안 + 알파입니다. 정두언의원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문이 듭니다. 정두언 의원이 과연 실세일까요. 실세라면 과연 이렇게 일처리를 했을까요. ‘찻잔 속의 파도’에 우리 사회가 휘둘린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좌초한 개혁가’ 이미지로 호감도만 증가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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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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