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적 노조활동 업무' 놓고 해석 논란
    By 나난
        2009년 12월 10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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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지난 8일 발의한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조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재계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사측의 임금지급 가능성을 더욱 열어놓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언론 역시 "노조가 향후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맺기만 하면 현재와 똑같이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사측으로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적 노조관리업무 해석 논쟁

    하지만 노동계는 "대통령령에 의해 상한선이 정해지는데다 그 범위 안에서 논의하라는 말"이라며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자행하고 있는 정부가 정하는 시행령에 기대할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10일 당초 노사정 3자 합의안에 없던 통상적 노조 관리 업무가 타임오프(Time-off) 범위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내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노사정 합의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의 합의안의 경우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하기로 한 반면 한나라당이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를 넣음으로써 노조의 유급활동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 

    이들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경제계의 기본입장이었음에도 합의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에 대해 타임오프를 도입키로 합의했다”며 “어렵게 합의안을 마련한 만큼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가 타임오프에 포함되면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불가피하며 파업준비 시간과 상급단체 파견자까지 근로시간이 면제될 수 있어 사실상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개정안에 대한 이해 부족일 뿐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재계의 탐욕과 한나라당의 호도

    한나라당 개정안의 정확한 내용은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 및 사용자와의 협의,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이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와 관련해 “노조 관리업무의 요건과 범위가 모호해 변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는 산업안전 등에 국한될 것”이라며 개정안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라는 단서조항으로 볼 때 “현재 노동조합에 유지되고 있는 교육위원회나 정책위원회, 선전위원회 등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경제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역시 10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노조활동 업무만 인정하겠다는 취지”라며 “노사정이 공동으로 실태조사와 협의를 거쳐 시행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삽입하는 대신 그 내용을 정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정부가 제멋대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제한할 것”이라며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것을 넘어 아예 노조 말살을 최대 정책과제로 설정한 정부에 무엇을 기대한란 말이냐”며 반문했다.

    또 이 같은 재계의 반응에 “아흔아홉을 가지고도 나머지 하나를 가지지 못했다고 투덜대는, 참으로 탐욕에 눈 먼 집단이 아닐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마치 노조를 위해 야합안을 훼손한 것처럼 떠드는 보수언론의 가증스러움도 역겹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영세사업장을 배려해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삽입한 타임오프제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나 그 시커먼 속을 가릴 순 없다”며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모호한 조항을 빌미로 거세게 비난하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속이고 자신들의 정책연대를 유지해 부정한 권력을 누리고자 또 하나의 ‘작은야합’을 했을 뿐, 전혀 기대할 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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