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글 쓸 기분나지 않았다”
    By mywank
        2009년 12월 09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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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려봤자, 잘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 때 보통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내 글을 읽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마디로 글을 쓸 기분이 나지 않았다. 다른 네티즌들 역시 이러한 일을 당한다면, 누군가 내 글을 ‘검열의 관점’에서 본다는 생각 때문에 섬뜩해 할 것 같다.”

    지난 6월 3일부터 8일까지 인터넷 포털 ‘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포털 측에 의해 ‘임시 접근금지 조치(임시조치)’를 당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가 9일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심경을 밝혔다. 다음 측은 이 기간 동안 진씨가 올린 글 15개 중 14개에 대해 임시조치 단행했다. 대부분 겸임교수 자격을 문제 삼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기사를 반박한  글이었고, 그의 취미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진중권씨, 포털에 소송 제기

    당시 다음 측은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변씨의 요청에 따라, 진씨와 다른 네티즌이 30일 동안 해당 게시 글에 접속하는 것을 사전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진씨는 다음 측에 항의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진중권 씨는 2007년 7~8월 사이에 네이버 블로그에 ‘이랜트 투쟁’을 보도한 기사를 옮기고 관련 내용을 덧붙인 글을 썼다가 임시조치를 당한 김철(닉네임: 새벽길)씨와 함께, 해당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5백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김씨는 1백만원)을 법원에 제기했다.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김철씨(왼쪽)와 진중권 씨 (사진=손기영 기자) 

    포털사이트 측의 임시조치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이용자들의 민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진씨는 소장에서 “일부 게시 글에는 과장되거나 풍자적 표현이 조금 있으나, 게시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변희재 씨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사태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문제”라며 “정부의 인터넷 정책이 시대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가 엄청나게 위축되었다. 작은 권리침해이지만, 가만히 침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송에 나선 취지를 말했다.

    "전화 한통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

    그는 이어 “변씨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다고, 다음 측은 아무런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해당 게시 글을 차단했다. 제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당시 다음 측은 제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등을 묻지도 않았다. 전화 한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함께 소송에 나선 김철 씨는 “당시 네이버 측으로부터 임시조치를 당한 글은 제 의견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이랜드 노조의 활동과 관련한 기사를 옮기고 이를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였다”며 “이랜드월드가 네이버 측에 명예훼손이라고 지적을 해와, 일방적으로 삭제된 것이다. 이후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무력감을 느꼈다. 더 이상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포털들의 말로는 네티즌들의 권익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업자들의 이익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환기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권리보호 대책 미흡

    이에 대해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고려대 교수)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권리침해를 주장하면 해당 게시물에 대한 차단․삭제 규정은 있지만, 복원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며 “해당 게시물에 권리침해 부분이 있는지 사법적인 판단을 받은 뒤에 내릴 수 있도록 규정을 둬야 한다. 게시자와 권리침해 주장하는 이들이 권리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민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포털 측이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임시조치를 남용한 사안이다. 해당 게시 글을 다시 복원한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임시조치를 당한 게시물 중 진중권씨의 취미생활 동영상이 담겨있는 것도 있었다. 포털 측에서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임시조치를 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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