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철거, 용산 이어 마포까지
    주민들 "오세훈, 치졸한 복수 그만"
    By mywank
        2009년 12월 07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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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포 용강아파트 세입자 김 아무개씨(66)의 자살은 혹한의 겨울에 대책도 없이 쫓아내는 강제 철거동절기 강제철거가 원인이었다. 그는 숨지기 직전 이 문제로 용역반원들과 심하게 말다툼을 하다가 멱살이 잡히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그 분을 참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7일 오전 용강아파트에서 만나본 주민들은 김씨의 죽음을 이외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인의 평상시 성격으로 볼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철거공사 때 발생되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은 이곳 주민들에게 스트레스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스트레스와 공포, 자살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 여성은 “아이를 재우려고 하는데, ‘덜커덩’ 소리가 나서 아이가 경기를 했다”며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바닥이 깨지는 소리, 배관을 뜯어내는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 여건이 되지 못해서 이사를 못가는 것인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현재 용강아파트에는 전체 500여 가구 중 6가구만 남아 생활하고 있으며, 김 씨가 숨진 이후에도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철거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마포 용강아파트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철거공사가 진행중인 용강아파트 내부 (사진=손기영 기자)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06년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위해 용강아파트를 허물고 이곳에 수변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보상 과정에서 임대주택 입주권을 받은 세입자들에게는 주거이전비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 2007년 4월 개정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토법)’에는 주거이전비 지급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 지급 거부에 맞서 올해 초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부도 ‘개정된 법령에 따라서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며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시, 일방적으로 ‘보복 행정’

    하지만 서울시는 돌연 세입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은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는 신청 세입자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재개발, 뉴타운 사업과는 달리, 용강아파트 철거와 같은 도시계획시설 사업은 임대주택 공급여부가 사업시행자의 재량이 맡겨져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후 세입자들은 지난 8월 시측의 임대주택 취소 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2차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철거공사를 강행하면서, 세입자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관련 기준을 발표하면서, 무분별한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를 두고 세입자들은 ‘서울시가 보복 행정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용강아파트 세입자모임 대표인 박찬일 씨는 “오세훈 시장은 이곳 세입자들에게 치졸한 보복을 그만둬야 한다. 윗집 아랫집 모두 철거를 하는데 어떻게 견디겠는가. 아직 아파트에는 6가구가 살고 있다”며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이곳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7일 오전 11시 용강아파트 앞에서는 진보신당 서울시당, 나눔과 미래와 종로 옥인아파트 세입자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연대의 뜻을 밝혔다. 

    진보신당 등 연대 나서

    이들은 이날 △오세훈 시장, 마포구청장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도시계획시설사업 주거, 상가세입자 이주 및 보상 대책의 근본적인 전환 △동절기 철거 금지기준 제도화 및 주민퇴거 완료시까지 중지 △임대주택 취소 등 ‘보복 행정’ 중단 △국민임대주택 활용한 임대주택 즉시 제공 등 5가지 사항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법이 개정되어도 법을 지키지 않았고, 끝내 소송을 통해 주민들의 말이 정당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고개를 숙일 줄 몰랐다. 오히려 임대아파트를 빼앗겠다고 했으며 철거반원을 앞세워 엄동설한 철거를 단행했다”며 “서울시장과 마포구청은 사과하고,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종로 옥인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은 기자회견에서 “여기는 아직 창문이 달려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며 “옥인아파트는 철거반원들이 모두 창문을 부셔서 사람이 살수 없는 곳처럼 보인다. 철거공사 소리 때문에 TV를 틀어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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