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신 배추들고, 웃으며 저항하다
    2009년 12월 06일 04: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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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노동조합, ‘배운녀자’들과 ‘민주시민’들, 그야말로 ‘반MB세력’이 모였다. 6일 시청광장이 아닌 조계사에. 그들의 손에는 촛불이 아닌 배추 한 포기가 들려있었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이 ‘발명’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노조 오랜만에 한자리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과 여성삼국(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 여성시민광장, 촛불나누기, 촛불연행자모임, 공공운수연맹, 언론노조 등 촛불시민들과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란 이름으로 김장담그기 행사를 열었다.

   
  ▲담그고(사진=정상근 기자) 

 

   
  ▲포장하고

 

   
  ▲챙겨주고 

‘김장 담그기’는 전국 대부분의 시민단체에서 벌이는 연례행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장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김장을 담근 뒤, 시청이나 단체를 통해 전달하는 일반적인 행사와는 달리, 시민들이 직접 모금한 돈으로 노조의 운송 수단을 거쳐 각 지역의 시민들이 직접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나눠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 진알시 박은정(닉네임)씨는 “이명박 정부가 미디어를 장악하고, 4대강을 파헤치며 민영화 수순을 밟으면서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며 “정부가 어려운 서민들의 복지를 삭감한다면, 우리가 직접 소외된 분들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련한 김치를 가가호호 방문, 배달하며 부자감세 등 정부의 정책을 알리고 비판한다는 계획이다. 진보가 무던히 외치던, 일종의 ‘하방운동’인 셈이다. 이들은 각 지역 촛불단체들을 통해,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소외계층 1000여가구에 직접 배송할 예정이다.

시민들 돈 모으고, 노조 운송수단 제공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치러진 행사지만, 이날 행사는 행사 그 자체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300여명의 촛불시민들을 오후 5시까지 예정되었던 김장 5,000포기를 금세 포장까지 완벽히 만들었고, 계속 밀려오는 시민들의 행렬에 장화와 장갑 등이 동이 나 봉사를 오고서도 할 일이 없는 사람도 많았다.

박은정씨는 “원래 200여명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해 그 정도 수량만 갖추어놓았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김장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도 직접 참가해 김장 솜씨를 뽐냈으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격려차 방문하기도 했다.  

   
  ▲김장 패션쇼에 참여한 남성3인조. "할머니에게서 빼앗아왔다"는 몸뻬 패션.(사진=정상근 기자) 

조계사 신도들에게도 이날 김장은 관심사였다. 몇몇 신도들은 김장 담그는 곳 옆에 서서 20~30대 젊은 ‘삼국연합’ 여성들의 김장 담그는 솜씨는 보며 “잘 한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며 훈수를 두었고, 촛불시민들은 신도들의 입에 김장을 넣어주기도 했다.

삼국연합 ‘봄날의 달님♥’은 “40~50여명의 삼국연합 회원들이 참석했다”며 “김장을 처음 해본다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 분들이 김장하기 전까지 걱정을 참 많이했다”고 말했다.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행사에 참여한 단체들.

진알시, 촛불나누기, 여성삼국, 여성시민광장, 각 지역 촛불단체, 공공운수연맹, 민주언론시민연합, 수수팥떡, 민주전역시민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문함대,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국민참여당, 노무현과 영원한 동행, 민주통합시민행동, 바보상조회, 시민주권모임,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언론노조, 2010연대가 참여했으며 <경향신문>, <한겨레>, <시사IN>, <미디어오늘>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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