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노조 반대에 한국노총 내홍 심화
    By 나난
        2009년 12월 04일 05: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입장차를 좁혀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장석춘)에 대한 내부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산하 연맹은 성명서를 내며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가하면, 한국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노총 탈퇴”까지 언급하고 있다.

    한국노총 홈페이지(http://www.inochong.org/) 내부게시판이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서 반대로 방침을 급선회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합원(대화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권력과 자본 앞에 고스란히 가져다 바쳤다. 그것도 무릎을 꿇은 채”라며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 후배와 노동역사 앞에 장석춘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노동운동의 매국노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이닉스(대화명)는 “사업장 옆에는 비오디하이디스라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이 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차갑게 느껴진다”며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걸어 올까봐 겁나서 도망치듯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게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며 “간부들은 조합원들에게 불려가서 욕 먹고 와서 간부 안하겠다고 간부명찰 내팽겨 치고 간다. 간부들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중앙집행부의 독단적 판단에 대해 비판했다.

       
      ▲ (자료=한국노총 홈페이지)

    현장위원장(대화명)은 “여의도 집회․지역지부집회니 시간이 남아돌고 할 일 없어 조합원들 동원하고 참석해서 투쟁가 불렀느냐”며 “일일이 쫓아다니며 교육하고 힘의 결집을 투쟁동력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총파업 찬반투표 압도적 가결시켜놓고 현장 조합원들에게 뭐라고 설명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답이냐”며 “위원장으로서 쪽팔려서 조합 사무실 출근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자(대화명)은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제라도 여의도에 한국노총 깃발을 내리고 하얀 백기를 달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어떻게 전체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사항을 임의대로 번복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눈물바다(대화명)는 “조합원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위원장인 나를 포함한 조합간부와 대의원은 이제 조합원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판단만을 믿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투쟁한 우리 조합원과 총파업 찬성률 99%라는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노력한 저희 집행부는 뭐가 되는 겁니까”라며 반문했다.

    조합원(대화명)은 “어차피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이 크지 않았다면 그것도 거짓말일터, 오늘은 내가 전임자로 조합 활동을 시작한 뒤 가장 비참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제 미련 없이 한국노총을 떠날 때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산하 연맹들도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반대”라는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에 위반되는 것.

    4일 전국정보통신노동조합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장석춘 위원장의 대국민 선언이 정보통신노동자들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넘어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다”며 “원칙 없는 타협을 통해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우리 노동자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금번 노총지도부의 결정에는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대국민 선언으로 파생된 한국노총의 조직적 혼란과 노총 지도부에 대한 불신, 투쟁동력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임시대의원대회 조기개최를 통해 지도부가 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부정하고 노동권을 말살하려는 정부와 자본에 대한 결사항전의 투쟁을 전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공공연맹은 성명서에서 “협상안도 요구안도 아닌 정부와 사용자, 나아가 정책연대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에까지 무릎 꿇은 굴욕적인 백기투항에 다름없었다”며 “이번 정책기조의 변경은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에 반하는 것이므로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즉각 소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화학노련 역시 이날 ‘장석춘 노총위원장의 즉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화학노련은 성명서에서 “노총 위원장의 대국민 선언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며 “사태수습을 위해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의 총사퇴와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사정당이 복수노조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사업장 규모별 순차 시행’을 놓고 이견을 좁혀가고 있어, 한국노총 내 갈등은 협상안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