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상황…회사가 파업 안할까 걱정"
By 나난
    2009년 12월 02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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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조가 1주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옛 전국철도공사, 사장 허준영)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가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지만, 이명박은 정권 차원에서 철도노조를 비롯 공공노조 전반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미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5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법을 지켜도 불법이라 호도한다”며 “대통령 눈치 안 보면 노동조합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허준영 사장에 대해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며 전 근대적인 노사관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파업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은 김기태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인터뷰 전문.

                                                  * * *

– 조합원들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지고 압수수색도 들어갔다. 걱정되는 건 현장인데, 조합원들이 동요하는 기색은 없나.

= 오히려 위기 속에서 더 단결하고 있다. 법령에 의해 필수유지 인력을 현장에 남기고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파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노동조합이 허준영 사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한 것에 대해서는 소환장 하나 보내지 않더니 노조에는 3일 연속 문자로 소환장을 보내고, 이에 응하지 않자 바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의도가 뻔하다. 조합원들은 현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다.

   
  ▲ 김기태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사진=이은영 기자)

– 소위 ‘공기업 선진화’라는 정부 시책에 대한 반대로 파업에 돌입했는데, 공기업의 사기업화를 의미하는 ‘선진화’의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 보고 있는가.

= ‘공기업 선진화’라는 것이 현장으로 내려오면 철도선진화, 발전선진화, 가스선진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미 공공기업은 ‘공기업 선진화’로 정원을 다 줄였다. 철도 역시 지난 4월에 이미 약 15% 정도 줄였다.

공기업 선진화는 노동자의 근로와 복지 부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철도의 경우 선진화 정책으로 100여개의 단체협약 개악안을 통해 임금피크제나 연봉제, 직무성과급제 등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 이번 파업이 언제쯤, 어떤 계기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가.

= 사실 우리는 황당한 상황이다.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가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시켰다. 오히려 (노조가) 파업을 안 할까봐 단협을 해지시킨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리는 단협을 해지 당했기 때문에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파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노사 간 대표가 모여 교섭 할 수밖에 없다. 28일 교섭을 요구했는데, 그 교섭에 전혀 반응이 없다.

철도공사는 오로지 언론을 통해 이번기회에 ‘노동조합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며 전 근대적인 노사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공사는 ‘파업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식이다. 오히려 국민의 발을 볼모로 투쟁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아니라 이를 볼모로 ‘무엇인가’를 관철시키려는 사측이 국민의 발을 잡는 것 아닌가? 그래서 대화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 사진=이은영 기자

올 초 허준영 사장의 취임 후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 이전에는 (노사관계가)이렇지 않았다. 교섭의 경우 2주에 한 번 본교섭을 하고 실무교섭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사실 철도노조 60여 년 동안 한 번도 단체협약이 해지된 적이 없다. (사장이)교섭을 회피하는 일도 없었다. 이보다 더한 전면파업, 불법파업 시절에도 교섭은 계속됐다.

그런데 허준영 사장은 교섭 자체에 안 나오고 있다. 지난 TV 인터뷰에서 ‘사장인 내가 무려 4번이나 본교섭에 참석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2주에 한 번 열리는 본교섭을 하려면 몇십 번을 했어야 하는 것인데, ‘무려 4번이나 했다’고 하더라.

사실 이만큼 강고한 대오를 유지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허준영 사장이 도와준 셈이다. 1등 공신이다. 내가 만약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런 얘기 해주고 싶다. ‘당신의 중도-친서민 정책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사람이다. 무능력의 극치다’라고.

– 철도는 공공부분이기에 파업이 길어지면 국민여론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고민이 될 텐데.

=우리도 파업 하고 싶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파업하는 사람은 없다. 절박성이 있고, 불가피한 면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쟁하고 파업하는 거라고 본다.

사실 우리가 파업하면서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다. 늘 염려스럽고 걱정이다. 때문에 (파업에)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한 얘기도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조금만 우리들의 절박한 사정들을 이해해 주시고 참아주신다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겠냐는 바람이 있다.

– 공공기관에 대한 단체협약 해지가 철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발전, 가스 등 각 공공부분에서도 이러한 압박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인가.

= 정부는 노사 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국민도 불편하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화된다고 한다. 그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지 오히려 투쟁을 더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출구를 막고 엄중 대처한다고 말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타협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법’을 지켜도 ‘불법’이라고 한다. 이제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못하면 노동조합 못하겠다. 대통령의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 불법이고 합법일 텐데,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 앞으로 파업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파업 대오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고무적이다. 이후 일정 관련해서는 특별히 변화됨 없이 정부나 사측의 태도 변화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워낙 대화 자체가 꽉 막혀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장기화될 경우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그때 가서 지혜를 모으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파업을 공권력을 동원해서 진압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완강하게 저항하고 버티는 수밖에 더 있나. 법치국가에 법대로 하는 게 오히려 불법이면 그만큼 더 억울한 게 어디 있겠는가. 그게 철도노동자의 심정이다.

– 단체협상 해지 철회가 대화의 조건인가.

= 단협 해지를 함으로써 불가피하게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 하지만 조건이 될 수도 있어도 전제 조건은 아니다. 사장이 직접 나와 노사 간 대표의 본교섭을 해야 만이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우린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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