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 날치기 직장 폐쇄
    연구 관심없고, 노조 때려잡는 원장
    By 나난
        2009년 12월 01일 04: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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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연구원(원장 박기성)의 직장폐쇄에 대해 노동계가 이를 “물리적 압박을 통해 노조를 와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직장폐쇄는 쟁의행위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공격적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기성 원장이 연구원 내부 논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기관장 직인을 빼돌려 직장폐쇄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에 이어 날치기 직장폐쇄”라고 꼬집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직장폐쇄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1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1일 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노동연구원 지부(지부장 이상호)가 기자회견을 갖고 “단체협약 해지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고, 단결권을 협소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조합원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단체행동권마저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박기성 원장과 정권이 노조말살 의도를 명백히 밝힌 이상 노동조합도 더 이상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51명에 대한 직장폐쇄 조치는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노조는 박 원장에 대해서도 “독선과 전횡, 부도덕한 기관운영을 일삼고, 연구과제 용역 과정에서 온갖 부정한 특혜를 자행했다"며 "급기야 논문 표절로 최소한의 학자적 소양까지 내버렸다”고 비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노사는 지난 26일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하며 27개 쟁점사항 대부분에 잠정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7일 박 원장이 고용안정위원회의 노사동수 등을 문제 삼으며 돌연 입장을 바꿔 사태는 지난 2월 단체협약 해지 때로 되돌아갔다.

    박사급 연구위원들로 이뤄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협의회 역시 박 원장의 직장폐쇄 조치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을 바라는 노사정의 기대와, 연구원의 정상화를 바라는 연구위원들의 염원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박사급 연구위원 34명 중 보직자 8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1명을 제외한 총 25명이 ‘직장폐쇄 불법’ 입장을 발표했으며, 보직을 맡은 위원 8명 중에는 이번 박 원장의 직장폐쇄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협의회가 "박 원장이 기관장 직인을 빼돌려 날치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이은영 기자)

    연구위원협의회의는 이날 오후 3시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관계를 해결하고 노동연구원을 정상화하는 길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는 한편 “더 이상 박기성 원장의 경영에 협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덕순 연구위원은 “직장폐쇄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정당화될 수 없다”며 “노조의 쟁의 행위가 정당한 만큼 직장폐쇄는 불법이며, 노동연구원 9층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려고 시도한다면 이 역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번 직장폐쇄가 불법을 넘어 날치기 처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어제 기관장 직인이 없어졌다”며 “박 원장은 내부 동의도 없이 기관장 직위를 이용해 노무사만을 동반하고 일방적으로 날치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역시 "정부 출연의 국책연구기관을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그것도 자기 혼자 직장폐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고, 연구원장으로서 그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전 연구위원협의회와 가진 집단 면담에서도  "실무교섭은 26일까지’였으며, ‘100% 합의가 되지 않았기에 단체협상 결렬로 본다"며 직장폐쇄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했지만 체결권은 나에게 있기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합의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손 연구위원은 “결국 박 원장 스스로 노사 합의를 인정한 것”이라며 “박 원장은 노동 연구에는 관심이 없고, 연구를 통해 노조를 때려 잡는 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백 부대변인은 "박기성 원장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 연구원 파업에 직장폐쇄라는 맞불을 지르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악덕 기업의 반노동 행태와 다름없다"며 "이런 사람이 그 동안 한국노동연구원장에 있었다는 것이 대한민국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사태는 지난 2월 6일 연구원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로부터 촉발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1월 초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실무교섭단(사측 2인, 노동연구원 지부 2인)이 논의에 나서며 지난 27일 사실상 합의를 도출했다.

    노조는 "직장폐쇄 철회"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수용"을 요구하며 현재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연구원 9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연구위원협의회는 향후 한국노동연구원 9층 대회의실에서 직무를 보며 다양한 방식의 활동 논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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