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도곡동 땅’ 전표, 원본형태 존재”
        2009년 12월 01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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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MB파일’이 정국을 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안원구 국장은 대구·경북(TK) 출신 정권 실세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국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유임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고, 이상득 의원 아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특임장관에게는 ‘구명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원구 국장은 국세청 ‘파워 게임’에서 밀리자 훗날을 기약하며 자신과 만난 이들의 대화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녹취했다. 결국 TK출신 국세청 국장의 ‘MB파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를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게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뚜렷한 특징은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 현 정권의 안위를 흔들 수 있는 의혹에는 언론의 칼날이 무뎌진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때문인지, 언론의 자기검열 때문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안원구 ‘MB파일’은 언론 본연의 취재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다. 가장 적극적인 취재를 했던 곳이 월간조선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인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MB파일’ 관련 기사에 소극적이다. 12월 첫날 이들 언론 지면에는 ‘안원구’라는 글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음은 1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MB땅 전표 목격 2명 더 있다">
    국민일보 <세종시 ‘국제과학벨트’로>
    동아일보 <"복수노조, 3년 더 유예…2013년 시행">
    서울신문 <RTP·드레스덴 닮은 명품도시로>
    세계일보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유예를">
    조선일보 <북 17년 만에 전격 화폐개혁>
    중앙일보 <국책연구기관 첫 직장폐쇄>
    한겨레 <철도 준법파업 ‘불법 모는 정부’>
    한국일보 <"전임자 임금 노조가 부담 복수노조에는 반대 입장">

    경향신문 "MB땅 전표 목격 2명 더"

       
      ▲ 경향신문 12월1일자 1면.  
     

    안원구 ‘MB파일’의 핵심 관심사는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이다. 검찰과 특검이 수사를 했다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경향신문은 1일자 1면에 구체적인 내용의 추가적인 의혹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 <"MB땅 전표 목격 2명 더 있다">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나와 있는 전표를 안원구 국세청 국장(구속)이 2007년 포스코 세무조사 때 봤다는 주장과 관련, 이 전표를 본 사람이 안 국장과 장승수 당시 대구청 조사1국장 외에 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표는 2007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95년 포스코가 땅을 매입하던 당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안 국장의 부인 홍혜경(49)씨는 3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전표는 2007년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새로 조사된 것이 아니라 1995년 거래 당시 작성된 원본 형태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실무자 전표확인했다면 실소유주 가리는 데 핵심 역할" 

       
      ▲ 한겨레 12월1일자 5면.  
     

    홍혜경씨는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내용의 전표를 본 인물이 두 명 더 있다고 주장했고, 그 내용은 1995년 도곡동 땅 거래 당시 작성된 원본 형태로 존재한다는 중요한 얘기를 전했다. 홍혜경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 특검 수사를 뒤집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전표에는 포스코가 땅을 사들이면서 오간 돈의 입·출금 내역과 주체가 명시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이 전표를 확인했다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1일자 지면에 월간조선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지만 11월호에 게재되지는 않았던 문제의 그 기사 내용을 실었다. 월간조선이 취재했다는 기사가 한겨레에 실린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겨레가 입수했다는 기사의 제목은 <2007년 대선 당시 태풍의 눈이었던 도곡동 땅의 진실>이었다.

    한겨레, 월간조선 11월호 게재 안된 기사 전해

    한겨레는 5면 <"도곡동 땅 문건 보안지시 VIP에 유리하게 작용">이라는 기사에서 “도곡동 땅 관련 내용을 담았으나 지면으로 보도되지 않은 <월간조선> 11월호 기사에서도 안 국장의 이런 주장이 똑같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기사는 ‘2007년 대선 당시 태풍의 눈이었던 도곡동 땅의 진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도곡동 땅 차명소유 논란이 처음 제기된 1993년부터 시작해 안 국장이 도곡동 땅 문건 때문에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2009년까지의 상황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안원구 ‘MB파일’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세계일보는 5면 <‘MB파일’ 있나, 없나…진실게임 양상>이라는 기사에서 “TK인맥을 고리로 한 안씨의 로비 시도가 얼마나 폭넓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권력 핵심부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등의 의혹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 안원구 소환조사했지만 도곡동 문제는…

       
      ▲ 서울신문 12월1일자 6면.  
     

    이명박 정부 사정기관들은 ‘MB파일’에 대해 조사하거나 수사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의혹을 덮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향신문은 5면 <국정원서 ‘확인전화‘ 정치개입 논란>라는 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2007년 포스코 세무조사에 참여했던 당시 대구 지방국세청 장승우 조사1국장을 접촉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면서 “박성도 국정원 2차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의 언론담당 이모 국장이 장승우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전화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정보위 위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6면 <안국장 소환조사…그림로비 본격수사>라는 기사에서 “검찰은 안 국장에 대한 조사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서 안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우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물어봤다’면서 ‘그 이상의 수사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검찰, 재수사 가능성 전혀 없다"

       
      ▲ 세계일보 12월1일자 5면.  
     

    검찰이 안원구 국장을 소환조사했지만, 내용은 그림로비에 대한 부분이고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 등 다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다는 점은 세계일보에 나와 있다.

    세계일보는 5면 기사에서 “이귀남 법무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이미 검찰이 수사도 하고 특검까지 했는데 (이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 국장의) 자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사건을) 재배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박래용 논설위원은 34면 <도곡동 땅, 검찰은 거짓말 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뼈 있는 칼럼’을 내보냈다. 검찰의 주장을 통해 검찰의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다. 박래용 논설위원은 “(2007년8월13일) 당시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온갖 비판이 있었지만 검찰은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제3자’는 이명박 대통령 아니면 이상득 의원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장 만난 박래용 경향 논설위원 ‘뼈 있는 칼럼’

       
      ▲ 경향신문 12월1일자 34면.  
     

    박래용 논설위원은 “2년이 지나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 도곡동 땅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란 자료를 봤다는 국세청 전 국장의 폭로가 나왔고, ‘월간조선’이 이를 보도하려 하자 권력기관들이 나서 막았다는 의혹도 있다. 도곡동 땅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진상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에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가 밝혀질 것인지 회의적인 입장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래용 논설위원이 전한 대검 중수부장과의 최근 에피소드는 긴 여운이 남는다.

    박래용 논설위원은 “며칠 전 김홍일 중수부장을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제3자가 누굽니까. 검찰은 알고 있죠?" 김 중수부장이 답했다. ‘그때 일은…하나도 기억 안 납니다.’ 내가 웃었다. 그도 소리 내어 웃었다”고 말했다.

    서울 도곡동 땅 사건과 BBK 사건 수사를 지휘한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이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만나 “하나도 기억 안 난다”면서 소리 내어 웃은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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