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가 바라보는 '진보'의 모습
        2009년 11월 28일 03: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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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진보정치가 위기”라는 인식에는 누구나 동의할 듯하다. 그러나 여기 논쟁적인 지점이 있다. 노무현 정부, 아니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은 진보적 이었는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장강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강’ 너머에도 자신들이 진보적이라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그 핵심에는 최근 정치세력화를 하고 있는 친노그룹이 있다. 그리고 친노그룹 중 하나인 전 청와대 국정홍보처장 김창호 씨가 최근 발간한 신간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동녘, 15,000원)는 장강 너머 진보를 바라보는, 혹은 진보를 사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을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친다”며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단도직입적으로 밝힌다. 실제 저자는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 같은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중단되었고, 추모의 기간이 끝난 뒤 이 책을 통해 노무현을 계승하는 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전반부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보수진영의 총공세’를 분석한데 이어 후반부에서는 진보정치를 비판하며, 진보정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그는 먼저 지난 10년의 민주정부들이 과연 진보적이었는지 자문하며 서구에서 모색됐던 다양한 실험들이 한국 사회에도 적용가능한지 묻고 따진다.

    이어 저자는 진보진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했던 진보진영을 “비현실적 정치 감각”이라 평가절하한다. 그는 이어 이러한 진보진영의 비판이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지지하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비판의 초점은 진보운동을 제도권 내 정당 활동으로 축소시키려는 경향에 맞춰진다. 저자에 따르면 지난 민주화의 성과가 정치체제, 사회경제체제를 넘어 생활세계로까지 확대된 만큼 향후 진보정치의 공간은 생활세계로까지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사회에 대한 보수 세력의 헤게모니를 감안할 때, 향후 진보정치의 사활적 관심사는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칼 폴라니의 ‘사회관’에 근거, 민주주의적 가치를 키우고 보존시키기 위해 국가와 시장의 근본 토대인 시민사회의 가치를 진보적으로 재편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이를 위한 근거지가 바로 진보적 시민공동체운동”라며 “진보적 시민공동체운동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하방정치’를 전개해 나가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향후 진보정치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시민사회 내 공동체를 진보적으로 재편, 견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진보’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결과론에 끼어 맞춘 진보에 대한 비판이 다소 눈에 거슬리더라도 ‘하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온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만은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근 유작인 ‘진보의 미래’를 출간하면서 친노세력이 ‘진보’의 프레임을 가져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그들이 말하는 ‘진보’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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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창호

    195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서울 배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를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정치철학을 공부했고, 1991년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려 했던 학술운동에 적극 가담해 진보적 학술단체인 학술단체연합회와 강사노조 결성에 참여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양학과 조교를 마치고 생계를 위해 서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경기대, 명지대 등 수많은 대학에서 ‘보따리 장사’를 해야 했다.

    1994년부터 박사 및 교수들을 대상으로 선발한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일하게 되었다. 학술전문기자이자 논설위원으로 지식사회와 대학의 연구를 취재해 기사와 논설, 혹은 칼럼을 쓰거나 사회정치적 현안에 대한 기획기사를 발굴, 취재하는 일에 종사했다.

    전문기자로서 한계를 느껴 11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2005년 명지대 디지털 미디어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대학으로 돌아왔다. 임용된 지 3주 후 일면식도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정홍보처장으로 임명되어 참여정부의 핵심 언론정책인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최전선에서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일을 맡았다.

    2008년 3월 대학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보수언론의 압력으로 명지대 교수직을 사퇴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등에서 교환교수로 머물다 귀국해 노무현 대통령과 《진보의 미래》연구 작업에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이 책을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잇는 시민주권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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