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값 노동, 위험 노동, 하인 노동
    By mywank
        2009년 11월 27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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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지금 고깃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사장님이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가끔 다른 시간에도 나오라고 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시킬 때가 있다.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 피로가 쌓여서 잠을 잔다.

    “고기를 굽다가 손이 데인 적이 있었고, 가끔 주방 일을 도울 때 마늘을 까다가 손이 베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알바를 하다가 다친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보통 그냥 넘어간다.” – 고3 이 아무개 양

    사례- #2

    “컴퓨터 업무 관련 사무직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하는 곳에 갔는데 사무실이 아니라 오피스텔이었고, 사장과 저만 일할 수 있는 아담한 책상이 있었다. 이상하게 하는 컴퓨터 업무는 거의 없었고, 사장님은 저에게 설거지, 청소, 커피를 탈줄 하느냐고 물어봤다.

    사장은 자신을 ‘기러기 아빠’라고 소개했다. 제가 엑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제 다리를 더듬었고, ‘안아 달라’라고 했다. 그래서 도망치듯이 뛰어나가려고 하니까, ‘애인이 되어주면 돈을 두 배 더 주겠다’고 했다.” – 18세 탈학교 학생 윤 아무개 양

       
      ▲27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청소년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헐값 노동’ △쉴 새 없는 ‘쫓김 노동’ △몸을 다치는 ‘위험 노동’ △모욕과 폭력에 찌든 ‘하인 노동’ △항상 웃어야 하는 ‘감정 노동’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7일 오전 11시 인권위 배움터에서, 청소년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0월~11월 사이에, 2008년 이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서울, 경기, 인천, 광주, 대구, 대전, 전북, 전남 등 8개 지역 10대 청소년 1,0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응답자의 98.4%가 고등학생들이었다.

    최저임금도 못 되는 알바 시급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올해에 시급을 4,000원 미만 받았다’고 응답한 청소년들은 34%에 달했다. 이는 노동부(장관 임태희)가 올해 여름방학동안 807개 사업장을 근로감독 한 결과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한 사례가 28건(1.3%)’라고 발표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

    또 ‘따로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청소년들은 62%, ‘휴게실이 없다’고 답한 이들도 62.8%나 되었으며, ‘유급으로 쉬고 있다’고 답한 청소년들은 6%에 불과해 유급 주․휴일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업무와 관련된 사고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들은 23.9%나 되었고, 이중 43%는‘사고를 당한 후에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대다수가 산재처리 제도를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르바이트 때 폭력을 당한 청소년들 중 ‘언어폭력’이 23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희롱은 29명, 물리적 폭력은 46명이 답했다. 특히 언어폭력(80명)과 성희롱(15명)은 고객이, 물리적인 폭력은 사업주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언어폭력에 물리적 폭력까지

    이 밖에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지난 11월 초부터 20일 동안 서울, 인천, 경기, 광주, 울산, 대구, 부산, 충북 등 8개 지역에 살고 청소년 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과는 상관없이 항상 즐거운 표정을 짓거나 웃어야 한다”, “일을 하는 동안 솔직한 감정을 숨겨야 한다” 등 ‘감정 노동’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인호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소년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사회적 인식과 청소년의 시간제 취업을 직업교육적으로 승화시켜 학생들이 건전한 직업의식을 형성하도록 하는 등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합리적 제반 제도 장치의 마련히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신속한 구제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청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용자와 업소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적법절차에 의한 처벌과 함께 세무당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 등을 병행실시하고, 노동부 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 중에 이를 전담하는 담당자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청소년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것은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현실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라며 “청소년 알바가 증가하는 것은 노동빈곤층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 아무개 양과 윤 아무개 양이 참석해, 아르바이트 때 겪은 피해사례를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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